모스크바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토니 크로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가 조별리그 2차전에서 CSKA 모스크바에게 어이없게 무너졌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수 없다. 과거 두 차례의 만남에서 1승 1무로 우위에 있었고 전력상으로도 앞서기 때문에 대다수 팬들은 아마도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최근 리그에서 세비야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하고 AT 마드리와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주춤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모스크바전을 패배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11년 만에 3경기 연속 무득점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이보다 더 굴욕적일 수가 없다. 로페테기 감독은 하루빨리 대책을 찾아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토니 크로스의 패스 미스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실점은 경기 킥오프 휘슬이 울리진 불과 1분 만에 나왔다. 나초에게 패스를 받은 크로스가 상대 압박을 피하고자 나바스에게 공을 연결한다는 게 그만 블라시치에게 끊겼고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명백하게 크로스의 실수였다. 물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거세게 압박을 가한 CSKA 모스크바 선수들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크로스의 패스는 블라시치에게 완벽한 어시스트일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있어서 원 바운드로 넘어온 패스를 바로 처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트래핑을 통해 자신의 발 앞에 놓고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는 게 맞다. 하지만 크로스는 상대 압박을 피해 최대한 빨리 공을 연결하고자 했고 이는 최종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되었다. 분명 크로스의 시야에는 블라시치가 침투하는 게 보였다. 이를 보고도 무리하게 백패스를 시도하는 건 무모한 판단이었다. 차라리 공을 전방 혹은 반대편으로 길게 보내거나 밖으로 내보내는 게 나은 판단이지 않나 생각된다.
그동안 중원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토니 크로스가 결정적 실수를 범할 줄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다. 다만 초반부터 경기의 흐름을 내주는 결정적인 실수는 크로스에게 뼈아픈 후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레알 마드리드는 확실하게 득점해줄 수 있는 호날두가 그리울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패배한 이유에는 크로스의 결정적인 실수도 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 그리고 골 결정력의 부재가 컸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조별예선 2차전에서 마르셀로, 베일, 이스코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라모스도 휴식을 부여받았다. 공격에서 속도와 창의성을 더해줄 베일과 이스코가 빠지다 보니 공격이 단조로웠고 결정력도 부족했다.
경기 기록만 놓고 봐도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26개의 슈팅을 때려냈지만, 유효슈팅은 고작 4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부족했고 임팩트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페레즈 회장과 로페테기 감독에게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호날두의 공백을 생각나게 하는 경기였다고 생각된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서 챔피언스리그에서만 총 105골을 넣었다. CSKA 모스크바 상대로도 3골이나 뽑아냈다.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누가 뭐라 해도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호날두같이 많은 골을 넣어주는 선수는 없었다. 결국 호날두를 떠나보낸 레알 마드리드는 확실한 대체자를 찾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하다 보니 공격력이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수비에서도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라모스와 공, 수에서 만능인 마르셀로의 부재를 뼈저리 느낄 수 있었다. 두 선수 대신 출전한 레길론과 나초는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안맞았고 종종 실수를 범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경기 초반부터 이른 실점을 하게 된 레알 마드리드는 본인들의 플레이를 다 보여주지 못하고 패배를 기록한 채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확실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5-16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통산 13회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팀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물론 주축 선수들 부상없이 베스트 라인업을 갖춘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공격에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줄 선수와 주축선수들이 빠져도 해결을 지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노리고 있는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망, 유벤투스 등만 봐도 스쿼드가 탄탄하며 백업 선수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 국왕컵 그리고 클럽 월드컵까지 생각한다면 로테이션을 돌렸을 때 확실하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 주전 선수들에게만 의존했다가는 이번처럼 무너질 수 있다.
전술에서도 좀 더 다양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금 3경기 연속 무득점 중이다. 로페테기 감독은 변화 없이 기존의 전술과 기존의 선수들만 고집하다가는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지금 당장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전술, 새로운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우승여부는 최종적으로 시즌이 다 끝나야지 알 수 있다. 아직 10월이다. 앞으로 펼칠 경기는 더 많이 있다. 지금 잠깐의 위기를 급하게 해결하려고 시즌 전체를 버리면 안 된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 자체가 워낙 성적을 강조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맞지만, 천천히 극복해 나가야 한다. 로페테기 감독은 충분히 능력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로페테기 감독이 챔피언스리그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내기를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홈페이지,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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