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꺾은 인천의 원동력 [강동훈의 펄스나인]

숭의 아레나 구장에서 홈 개막전 승리를 처음으로 거둔 인천

숭의 아레나 구장이 개장한 이후로 인천은 홈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둬본 경험이 없다. 사실 홈 개막전뿐만 아니라 매 시즌 첫 승리를 하는 게 어려운 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숭의 아레나에서 열리는 인천과 전북의 2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었기에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반전의 드라마는 이렇게 쓰이라고 있는 걸까? 인천이 전북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만들어졌고, 모두 충격에 빠졌다. 지난 시즌 강등 위기까지 가면서 팀 성적이 좋지 못했던 인천이 올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 전북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 시즌 첫 승을 하기 어려워하던 인천이 어떻게 전북을 잡아낸 걸까?

㉮ 4명의 외국인 선수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무고사

이날 인천은 전북을 상대로 외국인 4명 선발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상대로 뒤로 물러서 있지만은 않겠다는 이기형 감독의 의지가 담겨있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 4명의 외국인 카드는 모두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무고사와 쿠비였다. 무고사는 작년 웨슬리처럼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전북의 수비수들과 경합하면서 동료에게 볼을 배급하며, 기회가 나면 골을 노리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물론 전북 수비수들을 상대로 경합 싸움에서 많이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순간순간 보여주는 스피드와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했다. 어떻게든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무고사의 플레이는 그동안 결정력과 마무리를 지어줄 선수가 부족했던 인천이 그 약점을 커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쿠비의 경우 빠른 스피드와 재치있는 드리블 돌파를 바탕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특히나 역습 찬스에서 빠른 발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끊임없이 노리는 쿠비의 활용가치는 높았다. 또한, 측면으로 넓게 벌리면서 상대 풀백을 고전하게끔 만들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까지 보여주면서 인상 깊은 활약을 남겼다. 실제 쿠비는 무고사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아길라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아길라르는 중원에서 고슬기, 한석종과 자리를 계속 바꿔가면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의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던 건 아길라르가 끊임없이 경합하고, 흔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부노자는 팀의 두 번째 실점 과정에서 골키퍼 이태희와 사인이 맞이 않아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헤딩 경합에서 계속 싸워주고, 1:1 상황에서 침착함을 선보이면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인천은 4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전북을 잡아낼 수 있었다.

㉯ 문선문의 발전

이날 멀티 골을 기록한 문선민은 대단했다.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문선민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을 정도로 문선민은 대단했다. 문선민은 그동안 좁은 시야, 미흡한 연계플레이로 지적을 받아왔던 선수다. 특히나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가 종종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날 문선민은 동료들과 연계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시도했고, 혼자서 무리하게 공을 끄는 행동도 줄여나갔다. 그리고 문선민이 가장 좋아진 부분은 골이 필요한 순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주는 결정력과 집중력 부분이었다. 특히 이날 역전 골이자 결승 골인 3번째 골 장면을 보면 알다시피, 문선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골을 기록했다. 이는 분명 그동안 단점이 많았던 문선민이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벌써부터 전북을 상대로 2골을 만들어낸 문선민의 이번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 잦은 실수를 범한 전북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스스로 무너진 전북

인천의 외국인 선수들과 문선민의 활약 그리고 이외에도 인천 선수들이 모두 잘해주면서 승리를 따낸 건 맞지만, 전북의 잦은 실수와 계속 노출되는 허점이 인천의 승리를 돕기도 했다.

이날 전북의 수비라인과 골키퍼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왼쪽 풀백 김진수와 오른쪽 풀백 최철순은 뒷 공간을 자주 내주었다. 쿠비와 문선민이 빠르고 돌파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계속해서 밀렸고 생각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김민재, 홍정호로 구축된 중앙 수비수 조합도 무고사와 경합에서 자주 밀리고 마크맨을 놓치는 실수 등을 범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리고 골키퍼 황병근은 전북의 패배를 자초한 선수로 기록될 정도로 최악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날 황병근은 불안한 키핑은 물론이고, 수비수들과 호흡도 전혀 맞지 않았다. 실제 첫 번째 실점에서는 공을 제대로 쳐 내지 못하면서 실점했고, 3번째 실점에서 홍정호와 사인이 맞지 않으면서 실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정혁은 중원에서 불안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위험한 장면을 자주 노출했고, 중앙 수비수들에게 계속 부담을 주었다. 결국 불안함과 실수를 끊임없이 노린 인천도 잘했지만, 불안한 수비를 계속 보여준 전북의 패배는 당연한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

㉱ 앞으로의 기대감

앞으로 이기형 감독의 울산이 기대가 된다.

인천은 오늘 경기 승리로 본인들도 충분히 강팀을 잡아낼 수 있고, 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이제 고작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기대가 되는 건 분명하다.

올 시즌 보다 공격적이고 팀 전체로 움직이는 인천이 과연 남은 시즌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오늘의 모습은 계속 유지해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남은 시즌 인천의 더 화끈한 축구를 기대해보며 응원해본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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