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한 황선홍 감독
결국 황선홍 감독의 최종 선택은 사퇴였다.
지난달 30일 황선홍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이로써 황선홍 감독은 지난 2016년 6월에 지휘봉을 잡고 2년도 채 안 돼서 서울과 이별하게 되었다. 아무리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정이 되었다.
황선홍 감독의 판단에 대한 책임은 분명있다.
사실 이번 시즌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감수하면서 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나갔던 황선홍 감독은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결과를 내지 못했고, 초라한 성적표(10라운드까지 2승 4무 4패로 서울은 9위 순위를 올리고 있다.)를 받아들여야 했다.
당연히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받아야 했고, 대다수의 서울 팬들 역시 부진의 '원흉'으로 황선홍 감독을 지목하면서 사퇴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특히나 지난 시즌 5위에 머무르면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부분과 이번 시즌 '리빌딩'을 내세우면서 간판선수들을 대거 내보낸 것이 주요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 당시 프랜차이즈 스타 데얀을 비롯해 오스마르, 윤일록 등 핵심 전력을 모두 떠나보낸 건 팬들 입장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 데얀을 라이벌 팀 수원으로 이적시킨 건 더욱더 그랬다. 감독의 스타일과 변화에 대해서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건 맞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였고, 그동안 잘해주었던 선수들의 이적은 납득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데얀을 대체하고자 영입한 에반드로-안델손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2골 2도움밖에 합작하지 못했다. 사실상 실패작이었고,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말해주었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걸 바꾸고자 갑작스럽게 변화를 시도한 황선홍 감독의 패착이었다.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고, 지키지 못한 건 분명 황선홍 감독의 책임이었다. 선수가 구단을 떠나겠다고 하는 걸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선수가 이런 마음을 가지게 만든 것도 감독의 책임이 일부 있다.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되면서 구단의 기강을 좀 더 잡았더라면 선수들이 잔류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황선홍 감독을 신뢰하지 못하고 떠났다. 또한 자신이 당당하게 내보낸 선수들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전술과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선홍 감독은 별다른 특색있는 전술을 구사하지 못했고,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모든 걸 종합해봤을 때 분명 서울의 부진은 황선홍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구단의 소극적인 운영으로 인해 서울은 이렇게까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이 모든 책임을 황선홍 감독에게만 묻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황선홍 감독도 책임은 있지만, 서울 구단 자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서울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건 분명 황선홍 감독 말고도 구단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동안 서울이 보여온 행보를 보면 더욱더 그렇다.
서울은 과거 최용수 감독체제에서부터 제대로 된 투자를 시도하지 않았고, 이는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2월 미디어 데이에서 겨울 이적시장 만족도에 대해 "원하는 선수를 영입했다."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는 모두들 형식상의 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의문점이 많은 대답이었다. 실제 즉시 전력감이라 할 만한 선수는 없었던 게 서울이었다. 당연히 투자가 없으니 성적을 내기에는 어려웠고, 팀이 제대로 운영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구단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온전히 황선홍 감독에게만 뒤집어씌운 채 뒤로 숨었다.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발전하는 데 제대로 도움을 주지도 않은 채 부진에 대한 책임만 황선홍 감독에게 떠민 셈이다.
아마 서울에게는 리그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보다는 오로지 수도 구단이라는 혜택만 누리면서 이익만 챙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 서울은 역대 최다 관중 순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지닌 구단이고, 지난 2시즌 동안에도 경기당 관중 수가 각각 1만8007명, 1만6319명으로 전북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만큼 구단의 이익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거둔 만큼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익만 챙기면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절대적으로 소극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본인들의 이득만 가져간 서울 구단에게도 책임이 있다.
앞으로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FC 서울
아마 시작은 2014년이었을 거다. 2013년 서울은 데얀, 몰리나, 아디, 하대성, 차두리, 김치우, 김진규 등 K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전 포지션에 포진했었다. 하지만 2014년 서울은 급격하게 스쿼드에 변화가 생겼다. 데얀, 하대성이 중국으로 떠났고, 아디는 은퇴했다.
대다수의 언론과 여론에서는 핵심 선수들이 떠난 서울이지만, 충분히 보강하면서 준비하면 분명 강력한 우승 후보임에 틀림없다고 말했었다. 당연했다. 핵심 선수들이 떠나면 그들을 대체할 선수를 영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가장 우선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달랐다. 핵심 선수가 떠나도 영입은 없었다.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정점에서 떨어진 선수들 혹은 기량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로 채우기로 급급했다. 매 시즌 이런 흐름이 반복됐고, 자연스레 성적도 추락했다. 사실 최용수 감독도 악조건 속에서 꾸역꾸역 버틴 게 대단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서울은 투자하지 않아도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 더욱 소극적으로 투자하고, 예산을 줄이기까지 했다. 앞서 말했지만, 황선홍 감독체제에서도 똑같았다. 결국 이렇게 되면서 서울은 지금의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반드시 변화를 일궈내면서 도약을 해야만 한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새로운 서울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더 이상 뒤로 숨지만 말고,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팀을 재건하고, 팬들의 마음도 돌려놔야만 한다. 언제까지 감독에게만 책임을 떠밀고, 소극적인 정책으로 답답함만 불러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 팀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이상 실패하는 구단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면 더욱더 그렇다.
앞으로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되면서 달라지는 서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며 기대를 해본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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