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리그 우승 가능성 이야기가 나오는 전북
K리그 7월 일정이 다 끝나면서 20라운드까지 경기가 진행됐다. 앞으로 모든 팀이 18경기씩 남겨두고 있다. 근데 벌써부터 리그 우승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순위표를 보면 맞는 말이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리그 선두 전북이 우승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20라운드를 마친 현재 전북이 쌓은 승점은 무려 50점이다. 7월 한 달 동안 무려 16점의 승점을 챙겼다. 2위 경남(36점)과는 무려 14점의 차이가 나고 있다. 이는 4경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격차이다. 사실상 전북이 남은 경기에서 큰 실수만 없다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전북은 지금까지 치른 20경기 동안 쌓은 승점 50점을 획득했는데, 이를 경기당 승점으로 놓고 계산하면 2.5점이다. 앞으로 남은 18경기 동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45점이 추가된다. 그럼 시즌이 끝날 무렵 전북이 달성할 승점은 95점이다. 이는 사실상 우승이나 다름없는 승점이다. 실제 전북은 2014년 당시 승점 81점, 2015년 당시 승점 73점, 지난 시즌은 승점 75점으로 우승을 달성했었다.
결국 초반부터 압도적인 페이스로 달려오면서 승점을 쌓아온 전북이 이번 시즌도 리그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북은 과연 역대 경기당 승점 최고에 오를 수 있을까? 역대 경기당 승점 최고 순위
위 표에서도 나와있지만, 역대 경기당 최고 승점 기록은 2012년 서울이 가지고 있다. 그 뒤를 이어 2014년 전북, 2010년 서울, 2003년 성남, 1999년 수원 그리고 2006년 성남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리그 제도가 끊임없이 변화해오면서 경기 수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게 부적합 할 수는 있다. 특히 서울이 우승하면서 기록을 세울 당시에는 44경기 체제였기 때문에 비교가 어울리지 않다.
하지만 경기수가 많든, 적든간에 분명한 건 이번 시즌 전북은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역대 최고의 K리그 팀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K리그 역대 최고 승점과 역대 경기당 승점을 넘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고, 승점 2.5점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면서 시즌을 마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3차례 리그 우승을 들어올린 전북이라면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지난 시즌 우승을 달성한 전북은 또 다시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북의 기록 갱신, 우승 가능성을 뒤로 제쳐놓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K리그 팬으로서 이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이야기이다.
당연하다. 어느 리그를 가도 사실상 우승팀이 정해져 있고, 한 팀만이 독주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팬들은 없다. 적어도 3~4팀이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경쟁을 하고, 리그가 끝날 때까지 어느 팀이 우승할지 알 수 없어야 리그가 흥미롭고, 경기를 보는 맛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 무렵부터 우승팀이 정해지고, 1위 팀이 독주를 시작하면 당연히 리그의 흥행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팬들도 리그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지금 K리그, 전북이 그렇다. 앞서 말했지만, 전북이 최근 5년간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횟수는 3번이다. 2016년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해 승점이 삭감되면서 우승에 실패했지, 어떻게 보면 이 시즌도 우승은 전북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4시즌을 혼자 독주했고, 매 시즌 미리 조기 우승을 달성했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리그의 흥행은 떨어지고, 국내 축구 팬들도 K리그 경기와 우승팀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벌써 전북의 우승 가능성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북의 독주가 진행 중이다. 전북 팬들은 매 경기 구장을 방문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응원을 할 수 있지만, 타팀 팬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제 전북 팬들을 제외한 국내 축구 팬들은 '이번에도 전북이 우승이야?', '안봐도 전북이 우승이겠지'라고 말하면서 리그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또다시 전북이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비치면서 K리그의 흥행은 다시 줄어들고, 리그의 수준 역시 낮아지고 있는 게 현재 K리그의 현실이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무너진 서울
물론 앞서 말한 K리그의 흥행 실패를 전적으로 전북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 잘하고 있는 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잘하는 팀이 있으면 그 팀을 따라잡고자, 이겨보고자 도전해야 하는 팀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올 시즌만 놓고 봐도 기업에서 투자하는 팀 중 3팀(포항, 서울, 전남)이나 상위 스플릿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 도민 구단 팀인 경남이 2위, 강원이 6위에 올라있다. 이는 팀의 규모와 예산을 놓고 봤을 때 큰 차이가 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 도민 구단이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반면 기업 구단은 투자를 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뜻이고, 심지어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이 적합한 예시로 들 수 있다. 2014년부터 서울은 많은 수익을 창출했음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지금 현재 팀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론 2016년 우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영입 없이 스쿼드의 폭이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사실상 이제는 우승권 경쟁팀을 이야기할 때 서울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서 그렇지 서울 이외에도 전남, 포항 등도 구단에서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가 사실상 없어진지 오래됐다. 그저 1부리그에 살아남으면서 팬들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익만 창출하는 걸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구단들의 정책에서 비롯된 악순환인 셈이다.
정말 이대로라면 앞으로 K리그의 발전은 더더욱 없을것이며, 전북의 독주도 향후 몇 년간은 계속 지속될 거다. 당연히 리그 수준은 떨어지고, 더 이상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잃은 리그밖에 더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K리그 구단들은 현재 문제점과 현실을 파악하고, 하루 빨리 투자를 비롯해 새로운 발전을 일궈내야할 시점이다. 더 이상 국내 축구 리그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과거 아시아를 평정했던, K리그의 위상을 다시 드높여야만 한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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