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시즌 우승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2015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선수들 슈나이덜린, 판 할 감독, 슈바인슈타이거, 다르미안
맨유는 시즌이 시작하기에 앞서 4명의 선수 영입과 무려 17명의 선수가 임대 혹은 이적으로 팀을 떠났다. 물론 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야누자이, 윌슨, 맥네어 등 팀에서 간간이 활약한 선수들도 있었다. 이처럼 선수단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시즌에 영입된 슈바인슈타이거, 슈나이덜린, 데파이, 다르미안, 마샬, 로메로도 아직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못 이루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였다. 계속된 영입으로 선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조직력은 계속해서 무너져가고 있다. 가용할 선수는 많지만 아직까지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앙 수비수와 더블 볼란치에서 불협화음이 자꾸 일어난다. 지난달 24일 열린 첼시와의 경기는 맨유의 조직력이 최악이라는 걸 보여주는 경기였다. 새로 영입된 베일리와 기존에 있던 스몰링은 전혀 손발이 안 맞았으며 블린트도 중앙 수비수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에레라와 펠라이니 조합도 호흡을 자주 안 맞혀보던 둘이 나오니깐 서로 어색해했다.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각자의 플레이만 신경 쓰다 보니 첼시의 캉테와 마티치 두 선수에게 중원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올여름에 영입한 포그바, 미키타리안, 이브라히모비치도 아직 팀원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여졌다.
이는 무리뉴 감독의 성향상 로테이션이 적고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만 고집하는 경향 때문에 기존 베스트 라인업을 제외한 선수들은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횟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조직력 문제가 들어났고 선수단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불화설도 자주 나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슈나이덜린, 슈바인슈타이거, 데파이, 로호, 다르미안 등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거나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첼시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면서 선수단과의 마찰이 잦았다. 그리고 '선수단 태업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3시즌 만에 경질됐다. 불과 1년 전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팀을 운영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로테이션을 활용하여 주전 선수들의 휴식을 충분히 부여하고 비주전 선수들의 출전 기회도 보장해주어야 한다.
최근 포그바는 맨유 전술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전술의 역동성이 전혀 없다. 중앙에서 빌드업이 잘 안되면서 결국 측면에서 크로스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 모습은 모예스 감독과 판 할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포메이션을 4-3-3으로 변경하여 캐릭, 포그바, 에레라, 슈나이덜린 등의 미드필더 자원을 활용해 밑에서부터 천천히 빌드업을 하는 형태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술성향이 많이 바뀌겠지만 지금은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성적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캐릭을 역삼각형의 꼭짓점에 배치하여 수비수들과 앞선 미드필더를 연계해주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이 좋아 보인다. 위에는 펠라이니, 슈나이덜린처럼 공, 수를 오가면서 많이 뛰는 미드필더 한명과 에레라, 포그바처럼 공을 전달하고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미드필더 한명이 각각 한자리씩 나와 호흡을 맞추는 게 좋아보인다.
맨유 전술의 최근 화두는 포그바의 위치이다. 무리뉴 감독은 공수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위해 포그바를 영입했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포그바의 위치는 너무 애매하다. 현재 포그바는 3선에서 더블 볼란치로 많이 기용되고 있다. 주로 펠라이니와 많이 나오고 그다음으로는 에레라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포그바는 위협적인 모습도 없고 공만 질질 끄는 경향이 자주 드러난다. 또한, 수비가담도 적은 포그바이기 때문에 더블 볼란치에 두면서 수비불안요소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포그바는 유벤투스 시절 뒤에서 피를로, 마르키시오, 비달이 받쳐주고 전방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로 했다. 맨유에도 포그바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3선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공수를 넘나들면서 활약하도록 전방에 배치하는 게 나아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면서 모드리치나 이니에스타, 라키티치 같은 역할이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는 두 공격수, 루니와 이브라히모비치의 모습
루니의 위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량이 많이 저하된 루니는 예전과 달리 최전방 공격수,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이 주어졌을 때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측면 혹은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주기에는 기존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뛸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최근 루니는 3경기 동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서 후안 마타, 마샬, 미키타리안, 제시 린가드와 호흡을 맞췄는데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벤치를 지키거나 명단에서 제외되고 있다. 루니의 플레이를 보면 전진 패스가 별로 없고 횡패스, 백 패스가 많아 빌드업이 제대로 안 되고 슛, 크로스마저도 위협적이지 않다. 전혀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맨유 공격을 이끌었던 루니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브라히모비치의 선발 기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무리뉴식 역습 축구에는 부적합한 공격수이다. 일단 역습 시에 달리기가 느리다 보니 측면 공격수를 따라가지 못해 효율적이지 못하다. 또한, 수비 범위도 좁고 활동량이 적은 것도 문제이다. 최근에는 득점력, 골 결정력도 상당히 저조하다. 가장 최근에 열린 번리와의 경기에서 무려 12번의 슈팅을 하면서도 골문을 열지 못한 이브라히모비치이다. 물론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잘 막은 부분도 있지만 좋은 기회를 못 살린 적도 많다. 이럴 거면 차라리 선발보다는 후반에 조커로 투입시켜 내세우는 게 나아 보인다. 무리뉴 감독은 하루빨리 팀을 재정비하여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전술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을 중점으로 하여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게 맨유의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선수단을 잘 추스르고 나온 맨유의 경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맨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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