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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연승을 기록한 아스날은 그야말로 행복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아스날은 8라운드 풀럼과의 경기에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5-1 대승을 거두었다. 5위 토트넘과 승점은 같지만 아스날이 골 득실에서 앞서 순위도 4위로 올라섰다. 맨시티, 첼시, 리버풀과 승점 차도 2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세 팀 중 한팀이라도 패한다면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맨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그리고 맨유에만 관심이 있을 때 아스날은 소리소문없이 치고 올라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아스날은 개막 이후 맨시티와 첼시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17위까지 내려갔던 팀이다. 상대가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불안한 출발이었다. 다행히 2연패를 빠르게 극복하고 곧바로 페이스를 유지해 3라운드 웨스트햄전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풀럼전까지 모든 일정에서 승리하면서 현재 9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근 상승세만 놓고 봤을 때 프리미어리그 팀들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에메리 감독이 재빨리 문제점을 알아차리고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스날은 날이 갈수록 무서워지고 있다.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가고 새롭게 아스날의 지휘봉을 잡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


지난 시즌 벵거 감독체제에서 아스날은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쳤고 우승팀 맨시티와도 승점 차가 37점이나 벌어지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벵거 감독이 아스날에 부임하고 챔피언스리그에 2년 연속으로 진출하지 못한 건 처음이며 6위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었다.


벵거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없었다. 결국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아스날과 작별을 고했다. 그 누구보다 아스날을 사랑하고 아스날을 잘 알았기에 벵거 감독의 마지막은 아쉬웠다.


벵거 감독이 놓고 간 거너스의 지휘봉은 에메리 감독이 새로 물려받았다. 세비야에서 3년 연속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고 파리 생제르망에서는 리그 3연패를 한 에메리 감독에게 아스날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히 파리 생제르망에서 선수단과 갈등을 빚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스날은 다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에메리 감독으로서는 아스날을 등에 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7라운드 왓포드전에서 아스날 선수들의 움직임


이번 시즌 에메리 감독은 벵거볼을 추억 속에 묻어두고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 전술적인 부분부터 훈련방식, 팀 운영 등 모든 걸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도 대거 합류하면서 이전보다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다양한 옵션도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무래도 전술적인 부분이다. 에메리 감독은 프리시즌부터 스리백, 포백, 투톱, 원톱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실험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프리시즌을 거쳐 에메리 감독은 익숙한 4-2-3-1 포메이션을 택했고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아스날의 경기를 살펴보면 기존의 4-2-3-1 포메이션과 차이가 존재하는 걸 볼 수 있다. 4-2-3-1 포메이션이라 하면 양측면 윙어가 좌우로 넓게 벌려 공격을 이끌고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가 공수 밸런스를 맞추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스날의 4-2-3-1 포메이션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고 봤을 때 날개 없는 4-2-2-2 포메이션에 더 가깝다. 측면 윙어로 나서는 오바메양이 전방에 있는 라카제트와 투톱을 구성하고 나머지 2선 자원인 램지와 외질은 측면보다는 하프 스페이스 지역(중앙과 측면 사이 공간)에서 움직임을 가져간다. 비어있는 측면 공간은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통해 채우게끔 하는 형태이다. 확실히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공격 전개 속도가 빨라졌고 더 효율성 있는 공격을 가져가게 되었다.


수비 불안으로 이어지는 후방 빌드업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또한 골키퍼를 활용한 후방 빌드업도 시도했다. 에메리 감독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진영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걸 주문했다. 이를 통해 전방에 있는 선수들이 공을 받으러 밑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선수들 간의 간격이 줄어들었고 공수전환도 빨라지게 되었다.


물론 문제점도 존재했다. 공격 시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하면서 수비에 신경을 못 쓰게 되었고 이는 곧바로 수비에서 불안요소로 나타났다. 중앙 수비수 두 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 총 네 명의 선수가 풀백의 수비 범위를 커버해준다고는 하나 아직은 익숙치 않은 데다 수비 범위가 넓어지면 이에 따른 실책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베예린 같이 공격적인 선수가 공격 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풀백의 기본은 수비력이다. 수비를 우선시 생각하지 않는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에메리 감독과 베예린은 이 부분을 개선해야만 한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체흐, 무스타피, 소크라티스는 빌드업에 약한 선수들이다. 전술상 어쩔 수 없이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지만, 상대가 강한 압박을 해오면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실수를 자주 범했다. 특히 맨시티와 첼시같이 압박을 잘하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문제가 명확히 드러났다. 다행히 풀럼전에서 체흐 대신 선발로 나온 레노가 안정적인 빌드업을 보여주면서 대책을 찾았다고는 하나 중앙 수비수들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에메리 감독도 무리한 후방 빌드업을 계속 해야 될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나갈 아스날이 기대가 된다.


이번 시즌 아스날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홈과 원정 성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력 기복을 많이 줄였다는 부분이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홈에서 5승 1패, 원정에서 4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홈 성적(15승 2무 2패)과 원정 성적(4승 4무 11패)을 비교해보면 시즌 초반이지만 확실히 좋아졌다.


어느 팀이든 우승에 가까워지려면 홈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원정 성적이 중요하다. 홈 경기와 원정 경기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홈 경기는 이동 거리 최소화, 심판 판정, 관중들의 분위기 등 많은 어드밴티지가 작용하기에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원정 경기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고 승점을 따기에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원정 경기에서 많은 승점을 따는 게 우승으로 가는 필수코스이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원정길에서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우승경쟁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스날이 기대되는 두 번째 이유는 에메리 감독의 탁월한 경기운영이다. 아스날은 그동안 전술 변화가 적고 교체 타이밍도 매번 늦었던 벵거 감독 때문에 승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에메리 감독은 승리할 줄 아는 감독이다.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가는 듯 싶으면 빠르게 교체를 가져가거나 선수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면서 다시 흐름을 되찾아 온다. 결국 되찾아온 흐름을 바탕으로 승리까지 가져가게 된다. 전술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면서 상대 팀에게 혼란을 주고 본인들만의 축구를 이어나간다. 이번 시즌 아스날이 괜히 기대가 되는 게 아니다. 


아스날은 차후 일정에서도 수월하다. 우선 다음 라운드에 레스터 시티를 만나고, 이후 스포르팅, 크리스탈 팰리스, 블랙풀을 상대하게 된다. 일정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연승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A매치 데이 이후 열리는 레스터 시티전을 얼마나 잘 준비하고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에메리 감독의 운영능력을 다시 한번 지켜볼 수 있는 경기가 되겠다. 또한 아스날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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