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전북과 이별하는 최강희 감독
전북 팬들이 가장 염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당장 다음 시즌부터 전북은 최강희 감독 없이 시즌을 치러나가야 한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과 이별을 택했다.
무려 14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최강희 감독이 막상 떠난다고 하니 팬들의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특히 그동안 전북을 이끌면서 리그 우승 6회, FA컵 우승 1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차지하고, 최근까지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던 최강희 감독이기에 아쉬움은 배가 된다.
전북은 이제 팀의 새로운 리더를 찾아 나서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최강희 감독이 나가게 되면 팀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기에 절대적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과연 최강희 감독이 떠나는 전북은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지, 당장 다음 시즌부터 얼마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2009년 당시 전북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한 최강희 감독
최강희 감독이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은 우승권과 경쟁하는 팀이 전혀 아니었고, 팀의 전력도 상당히 약체로 뽑혔었다. 실제 2003년에는 5위, 2004년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두 시즌 모두 중위권에 머무르긴 했지만, 1위와 격차는 상당했을 정도로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최하위를 오고 갈 정도로 팀이 위기에 놓여있었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조윤환 감독을 경질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데려온 감독이 최강희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최강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FA컵 우승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그다음 해에는 K리그 구단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는 대단한 업적을 달성했다. 특히 당시 팀 내 선수단이 두 개의 파로 나누어지면서 선수들끼리 갈등이 고도화되었고, 구단주이자 기업의 수장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구속되는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 속에서 이뤄낸 우승이었기 때문에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팀의 분위기는 좋아질만 하면 사건이 터졌고, 구단 자체에서도 투자가 적었던 터라 최강희 감독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결국 이전까지 엉망이었던 팀의 기강을 비롯해 훈련 방식, 선수 관리 등을 새롭게 바꿔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2011시즌에도 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전북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끌어올렸다. 실제 선수들도 최강희 감독을 잘 따르면서 최강희 감독에게 많은 의지를 했고, 이렇게 전북은 최강희 감독 밑에서 새롭게 변해갔다.
이번 시즌도 조기 우승을 확정 지으면서 팀을 압도적인 1강으로 만들어 놓은 최강희 감독
이후 최강희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잠시 수행한 다음, 2013년 다시 전북으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K리그에서 압도적인 1강으로 만들어냈다. 비록 돌아온 시즌에는 3위에 머물렀지만, 2년 만에 다시 돌아와 지휘봉을 잡은 걸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2014시즌부터 최강희 감독은 본격적으로 팀을 지휘하면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복귀한 지 1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시작하더니 2015시즌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 시즌 연속 우승으로 전북을 압도적인 팀으로 올려놨다. 전북은 두 시즌 모두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고, 2위와도 간격을 꽤 벌리면서 혼자서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6시즌에는 심판 매수 사건이 터져 승점이 삭감되면서 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최강희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다시 한번 전북을 아시아에 널리 알렸다. 이후 2017시즌에 다시 리그 정상으로 올라섰고, 이번 시즌 역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근 5시즌 동안 4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팀으로 만든 셈이다.
현재로서는 차기 감독으로 김상식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최강희 감독이 떠나게 되면서 전북은 새로운 감독 선임 준비를 하고 있다. 포스트 최강희 감독으로는 현재 외부에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보단, 내부 승진이 좀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올 시즌 수석코치로 올라 선 김상식 코치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물론 최강희 감독이 톈진으로 감독직을 옮기면서 코치진들이 함께 동행한다면 이는 불가능해질 수 있지만, 코치진들이 그대로 남는다면 김상식 코치가 차기 감독이 될 확률이 크다.
김상식 코치는 냉철함과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과의 교감 능력이 탁월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선수 시절 주장을 맡을 당시의 능력과 코치로서 보여준 성실함과 리더십은 인정받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선수 시절부터 코치를 거치는 10년 간 최강희 감독 밑에서 배워 온 닥공 축구와 적극성과 압박을 내세운 수비 전술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김상식 코치라면, 장기 집권을 한 최강희 감독이 나간 자리를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김상식 코치는 지난 9월 최강희 감독이 징계로 인해 벤치에 앉지 못한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뒀고, 지난 33라운드 인천전에서 최강희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의 지휘를 김상식 코치에게 맡기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도 수시로 “전북의 차기 감독은 김상식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인정해 왔기 때문에 김상식 코치가 감독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가장 크다.
만일 김상식 코치가 최강희 감독과 함께 톈진으로 간다면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가능성도 있다. 전북은 팀 창단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적이 없다. 하지만 K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스쿼드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감독을 영입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더라도 K리그에서 잘 적응하면서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성장시켜줄 감독을 선임하고자 한다.
과연 전북의 새로운 감독은 누가 될지, 최강희 감독이 없는 전북이 계속해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전북을 떠나는 최강희 감독도 중국 슈퍼리그에서 탄탄대로를 걸었으면 한다. 전북과 최강희 감독 모두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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