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마드리드를 대파한 뒤, 승리를 만끽하는 도르트문트 선수단
이번 유럽 챔피언스리그 매치데이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경기는 바로 도르트문트와 AT 마드리드와의 경기이다. 경기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 매치는 경기 내용에서도 화끈했다. 도르트문트가 AT 마드리드를 상대로 무려 4골을 넣으면서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단단한 수비와 견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대량 실점을 하지 않는 AT 마드리드의 대패는 전 세계 축구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놀라웠다. AT 마드리드가 4골 이상 실점한 것은 2012년 12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4 패배 이후 6년만일 정도로 정말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소실점을 해왔던 AT 마드리드의 침몰은 왜 일어났는지, 꿀벌군단은 '철벽' AT 마드리드를 어떻게 대파했는지 살펴보자.
새로 부임한 파브레 감독과 '꿀벌군단'의 주장 로이스
올 시즌 도르트문트가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공격력'이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는 피터 보츠 감독의 무리한 공격전술로 인해 공격과 수비 모두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슈퇴거 감독은 지나치게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선보이면서 답답함을 유발했다. 결국 그동안 만들어 놓은 공격 축구를 잃어버린 도르트문트는 파브레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서 공격력을 되찾았다. 실제로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는 27골로 득점 1위에 올라있다. (득점 2위 팀보다 무려 8골을 더 넣었다.)
파브레 감독은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통해 수비라인을 견고하게 가져가면서 빠른 공격 전환 그리고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공격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특히 로이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면서 파브레 감독의 축구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로이스는 중앙에서 공격에 창의성을 더해줌과 동시에 속도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플리시치, 라르센, 산초, 게레이로 등 도르트문트의 젊은 윙어들과 함께 좋은 호흡을 맞추면서 환상적인 스피드와 자유자재의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화끈한 공격력을 만들어냈다.
또한, 3선에 위치한 미드필더들도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더 많은 공격찬스를 만들어냈다. 비첼, 다후드, 델라이니, 바이글 등 미드필더 자원들을 수비 위주로 사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위로 올려서 패스를 공급하게 하거나 과감한 중거리 슛을 시도하게끔 했다. 실제로 이날 첫 득점은 비첼이 때린 중거리 슛인 만큼 파브레 감독은 미드필더들에게 자유를 많이 부여했다. 이렇다 보니 자유를 부여받은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본인만의 플레이를 되찾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서 팀 전체의 공격력도 되찾게 된 것이다.
왼쪽 진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도르트문트의 공격 전개 형태
도르트문트는 이날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왼쪽으로 무게 중심이 많이 쏠린 채 경기를 풀어나갔다. 특히 공격 시에 왼쪽 진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이날 도르트문트의 공격 밸런스를 봤을 때, 왼쪽이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왼쪽 풀백 하키미가 오버래핑을 통해 왼쪽 측면을 점유하고, 스피드가 빠르고 기술이 좋은 라르센이 AT 마드리드 수비 뒷공간을 계속 노렸다. 이 두 선수는 후안프란과 르마로 연결된 라인을 계속 무너뜨렸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한 로이스는 라르센을 도와 AT 마드리드의 우측을 계속 괴롭히면서 팀 전체의 공격을 이끌어나갔다. 최전방에 위치한 괴체도 중앙보다는 왼쪽으로 치우쳐서 위치했다. 특히 후안프란이 라르센과 하키미를 수비하러 나갈 때 공간을 얻었다. 괴체는 이 공간에서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볼을 받으면 직접 마무리를 하기보다는 라르센, 로이스, 플리시치에게 볼을 배급해주었고 2선 선수들과 계속 스위칭을 가져가면서 AT 마드리드 수비수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또한, 3선에 위치한 비첼과 델라이니(다후드)도 빌드업 과정에서 왼쪽으로 치우쳐서 볼을 많이 운반했고, 오른쪽 측면공격수 플리시치도 중앙 혹은 그 밑까지 내려와 공격을 전개했다. 다시 말해, 피스첵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왼쪽에서 움직임을 가져갔다고 보면 된다.
도르트문트가 이렇게 왼쪽으로 치우쳐서 공격한 데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한쪽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이를 이용해서 반대쪽으로 빠르게 전환하여 공간을 열기 위함이었다. 사실 AT 마드리드의 수비라인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상당히 견고하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고 조직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파브레 감독은 왼쪽에서 오랫동안 볼을 소유해 공격 전개를 하다가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한쪽으로 쏠릴 때 반대편으로 공을 전달해서 빈 공간을 활용해 공격을 마무리 짓도록 지시했다. 특히 오른쪽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피스첵에게 빈 공간으로 침투하여 공격을 연결 짓게끔 했다. 피스첵이 공을 받으면 AT 마드리드의 백포라인은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되고 그 사이로 도르트문트의 공격자원들이 침투해 슈팅을 가져가는 형태였다. 결국 마드리드의 수비라인은 파브레 감독이 들고나온 왼쪽 측면 공략 전술에 서서히 무너지게 된 것이다.
AT 마드리드는 후반에 급격하게 스스로 무너졌다.
1-0으로 끌려가면서 수비라인이 무너진 AT 마드리드는 승부수를 띄었다. 오히려 더 공격적인 자세로 나오면서 맞불 작전을 꺼내 든 것이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수비적인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를 빼고 공격적으로 공을 운반해줄 수 있는 로드리를 투입했다.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 있던 코케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코케와 로드리가 3선을 구성했다. 공격 라인은 르마, 그리즈만, 코스타, 니게스로 이뤄졌다. 사실 니게스는 측면보다는 중앙 쪽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고, 대신 후안프란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오른쪽 측면을 공략했다. AT 마드리드는 전반전보다 빌드업 측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고 니게스와 후안프란의 오른쪽 라인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도르트문트의 왼쪽으로 치우친 무게중심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여기까지는 AT 마드리드가 상황이 좋았다. 하지만 후반 25분 니게스를 빼고 코레아를 투입시킨 교체가 악수가 되면서 AT 마드리드는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전술적인 변화는 없었다. 단순히 좀 더 측면 성향이 강한 코레아를 통해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코레아는 니게스처럼 중앙과 측면 그리고 후방까지 내려오는 선수가 아니었고, 공격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비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르마와 그리즈만, 코스타 역시 체력적인 부담으로 수비 가담을 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후반 28분 하키미가 후안프란 뒷공간을 파고들며 올린 크로스를 게레이로가 마무리하면서 2골 차로 달아났다. 이후 교체 투입 된 산초가 남은 시간 동안 도르트문트의 측면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추가 골을 기록했다. 결국 스스로 무너진 AT 마드리드는 루이스의 결정적인 수비실책으로 인해 한 골을 더 내어주면서 4골을 실점하게 되었다. 결국 도르트문트의 왼쪽 측면공격에 대한 해결책을 빠르게 내세우지 못하고, 후반 위험을 무릅쓰면서 공격적으로 전환한 게 오히려 독이 되면서 AT 마드리드는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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