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감독과의 전술 싸움에서 돋보인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
한국 시간으로 25일 밤에 열린 맨유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경기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이 다시 빛나는 매치였다. 최근 맨유가 부진에 빠짐과 동시에 전술, 선수 기용 문제로 많은 질타를 받아온 무리뉴 감독은 올드 트래 포트에서 첼시를 2:1로 잡으면서 다시 '스페셜 원'으로 불려지고 있다. 경기가 끝이 나고 무리뉴 감독에게 많은 시선이 쏠렸지만 무리뉴 감독은 오히려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전술에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자회견장에서 무리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게임 플랜에 잘 따라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을 잘 했다."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극찬했다.
양 팀은 경기 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번 시즌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고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패배하는 순간 바로 4위권에서 밀려날 수 있을 만큼 선두권의 순위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2위 맨유와 4위 첼시의 승점 차는 불과 3점차밖에 나지 않는 가운데 전반기 맞대결에서는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었다.
맨유 vs 첼시 선발 포메이션
홈 팀 맨유는 주중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세비야전에서 사용했던 4-3-3 포메이션을 다시 들고 나왔다. 데 헤아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애슐리 영, 스몰링, 린델로프, 발렌시아가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포그바, 마티치, 맥토미니가 나섰고 마샬, 쿠카쿠, 산체스가 스리톱을 구성했다. 포그바와 마샬을 제외하면 세비야전과 선발명단은 동일했다. 반면 원정팀 첼시는 역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전에 보여준 제로톱은 아니었다. 쿠르트와가 골문을 지켰고 뤼디거, 크리스텐덴, 아스필리쿠에타가 스리백을 구성했다. 좌, 우 윙백에는 알론소와 모제스가 나섰고 캉테와 드링크워터가 중원을 구성했다. 전방에는 아자르, 모라타, 윌리안이 스리톱으로 나섰다. 첼시는 모라타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맨유는 경기 시작 전 4-3-3 포메이션을 공개했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서니 윙어가 없는 다이아몬드 4-4-2 시스템이었다. 마샬과 루카쿠가 투톱으로 나오고 바로 밑에 산체스가 받치는 형태였다. 좌, 우측 중앙 미드필더에는 포그바와 맥토미니가 위치했고 마티치가 다이아몬드 아래쪽 꼭짓점에 자리했다. 그동안 4-3-3, 4-2-3-1 포메이션과 전혀 다른 움직임, 경기력이 나온 전술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산체스와 기존에 좌측 윙 포워드로 기용해온 마샬의 공존을 위해 다양한 전술적 실험을 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 좌측에 산체스, 우측에 마샬을 세운 공격형태를 시도해봤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좌측에서 뛰기를 선호하는 선수이다 보니 생각보다 전술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포그바도 좌측 미드필더에서 뛰는 걸 원했으니 무리뉴 감독에게는 더욱 어려운 과제였다. 첼시전에서 다시 한번 두 선수가 선발로 출전한 가운데 무리뉴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두 선수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침투력이 좋고 마무리가 확실한 마샬을 루카쿠와 투톱으로 세우고 미드필더와 연계가 좋고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산체스를 투톱 밑으로 내린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선수 모두 본인이 원하는 움직임을 가져갔고 경기력도 살아났다. 무리뉴 감독의 집요한 실험 끝에 성공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 중앙 공격수 루카쿠까지 합류하면서 삼각편대의 공격 플레이가 돋보였다. 마샬, 루카쿠, 산체스가 때려낸 슈팅 수는 8회. 이 중 4번이 유효슈팅으로 기록되었으며 맨유의 첫 골도 세 명의 삼각편대가 만들어냈다.
본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에서 뛰면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폴 포그바
최근 무리뉴 감독과 포그바가 전술 문제로 불화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경기에서 포그바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그바는 무리뉴 감독에게 본인의 경기력이 보여질 수 있는 전술을 요구했고 유벤투스 복귀설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불만을 표출했었다. 하지만 에레라와 펠라이니가 부상으로 못 나오는 가운데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를 선발로 출전시켰고 그동안 활용해온 것과는 다르게 변칙적인 전술로 포그바를 활용했다.
포그바, 맥토미니, 마티치가 동시에 출전한 건 이번 시즌에 들어서 처음이었다. 포그바는 첼시전에서 맥토미니와 마티치 두 명의 미드필더를 믿고 자신이 선호하는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맥토미니와 마티치가 수비적인 역할을 많이 가져가게 되면서 수비 부담을 덜게 된 포그바의 움직임은 자유로워질 수밖에 없었고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확실히 과거 유벤투스 시절에 익숙하게 뛰었던 포지션, 일명 '메짤라' 역할을 맡으니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포그바는 유벤투스 시절 역삼각형의 미드필더에서 좌측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해왔다. 당시 포그바는 수비 시에 측면수비를 도와주거나 중원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공격 시에는 측면, 중앙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를 선보였다. 왼쪽 풀백, 윙백과 호흡을 맞추면서 위협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번 첼시전에서도 맨유는 포그바가 중원에서 살아나면서 패스 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다양한 공격형태를 가져갈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포그바는 65개의 패스 중 56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었고 11.02km를 뛰면서 팀 내 활동량 2위를 기록했다.
아자르를 집중 견제하는 맥토미니와 그 뒤를 받쳐주는 마티치
포그바가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마티치와 맥토미니가 그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이아몬드 아래쪽 꼭짓점에 위치한 마티치와 우측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한 맥토미니는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포그바가 수비가담에 신경을 안 쓰고 공격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포그바가 수비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포그바는 전, 후반 동안 폭넓게 움직이면서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티치와 맥토미니는 공격 시에 빌드업에도 가담하며 공, 수 밸런스를 맞추었다. 마티치는 77개 중 70개의 패스를 성공시켰고 맥토미니는 43개의 패스 중 35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또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필드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실제로 이날 마티치는 11.64km, 맥토니미는 10.96km를 뛰면서 각각 팀 내 활동량 1위와 3위를 기록할 만큼 많은 공간을 커버했다. 특히 맥토미니는 아자르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면서 견제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으며 무리뉴 감독에게 극찬 받을 정도로 이번 전술의 키 플레이어였다. 매 경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는 맥토미니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와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간 발렌시아
무리뉴 감독이 선보인 다이아몬드 4-4-2 시스템에서는 전문적인 윙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좌, 우측 중앙 미드필더가 있긴 하지만 전문적인 윙어가 아니고 사실상 중원에 힘을 많이 실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술이다. 그렇다 보니 양쪽 풀백 두 명이 윙어 역할까지 겸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내내 영과 발렌시아가 윙어처럼 플레이하도록 지시했고 원래 윙어가 주포지션인 영과 발렌시아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임무를 수행해냈다. 두 선수 모두 드리블, 크로스, 스피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첼시를 상대로 좌, 우측에서 마음껏 재능을 뽐낼 수 있었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첼시의 측면을 공략해나갔고 도합 8번의 크로스를 올리면서 틈이 보일 때마다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영은 왼쪽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여준 포그바와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시너지효과를 보여줬다.
공격에서 잘한 만큼 수비에서도 별다른 실수 없이 풀백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발렌시아는 이번 시즌 오른쪽 풀백으로만 24경기 선발 출전했다. 이제는 풀백으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경기당 가로채기 1.4회, 태클 1.9회, 걷어내기 2.2회를 기록 중이다. 무리뉴 감독과 팬들이 신뢰하는 선수로 10년째 맨유에서 활약하고 있다. 영도 이번 시즌 21경기에 나서는 동안 왼쪽 풀백, 윙백으로 17경기, 오른쪽 풀백으로 2경기 선발 출장했다. 2골 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며 가로채기 1.9회, 태클 1.9회, 걷어내기 2.5회로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풀백으로서 경기에 많이 나섰기 때문에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산체스, 포그바, 마티치, 맥토미니 등 각자의 임무를 잘 수행해준 선수들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양쪽 풀백 두 명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치열한 전술 싸움에서 콘테 감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무리뉴 감독
이날 경기는 전반부터 양 팀 감독들의 지략싸움이 흥미진진했다. 기본적으로 무리뉴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원을 장악해 나가면서 공, 수 밸런스를 맞추었고, 콘테 감독은 스리백을 사용하면서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축구를 선보였다. 두 감독 모두 전술적으로 이해도가 상당히 높고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펼치는 동안 전술적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전반 32분에 나온 윌리안의 골은 아마 콘테 감독이 머릿속에 그리던 역습으로 만들어진 골이였을 것이고 전반 39분에 나온 루카쿠의 골은 무리뉴 감독이 가지고 나온 투톱 체제가 통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골이었다. 이후 1-1로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30분에 무리뉴 감독이 먼저 꺼내든 교체카드가 성공하면서 맨유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후반 19분에 마샬과 교체되어 들어간 린가드는 우측 윙 포워드 자리에 위치해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후반 30분 루카쿠의 패스를 이어받아 헤딩으로 골문을 갈랐다.
1-2로 끌려가는 첼시에게는 한방이 필요했고 후반 33분에 콘테 감독은 지루를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었다. 오른쪽 윙백 모제스를 빼고 지루 카드를 투입하면서 사실상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루와 모라타의 투톱으로 첼시는 마지막 한 방에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술 변화가 나왔다. 무리뉴 감독은 콘테 감독의 전술에 대처하기 위해 곧바로 산체스를 빼고 베일리를 투입하면서 스리백으로 전환한 것이다. 린델로프, 스몰링, 베일리 세 명의 수비수가 수비벽을 만들면서 첼시의 투톱 조합은 사실상 힘들어진 것이다. 한 명의 공격수에는 두 명의 수비, 두 명의 공격수에는 세 명의 수비. 항상 공격 숫자보다 수비 숫자를 많게 하는 것은 전술의 기본 시스템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기본 시스템을 활용했을 뿐이지만 언론과 팬들은 이날 무리뉴 감독의 대처에 극찬을 보냈다. 결국, 첼시의 공격은 맨유의 수비에 막히면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경기가 끝이 났고 맨유가 홈에서 첼시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28라운드 빅 매치가 마무리됐다. 양 팀 감독의 흥미진진한 지략싸움 대결에서는 무리뉴 감독이 웃었다.
맨유는 첼시를 이기면서 리버풀을 제치고 2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으며 안정권에 들어서게 됐다. 다음 라운드 상대도 크리스탈 팰리스로 수월한 일정이다. 지금의 맨유 분위기라면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 감독이 다시 한번 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올지 지켜봐야겠다. 반면 첼시는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서 5위로 밀려나게 됐다. 2위 맨유와 승점 6점 차로 벌어지게 되었고 이번 시즌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까지도 위험하게 됐다. 게다가 다음 라운드 맨시티 원정길을 떠나는 죽음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므로 콘테 감독으로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콘테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해봐야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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