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정말 막강하다.
한국 시간으로 4일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맨시티와 첼시의 경기를 두고 콘테 감독에게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많은 기대감을 모았지만, 경기 결과는 1-0 맨시티의 승리였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도 많은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팬들은 실망했고 경기 내용은 더더욱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기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맨시티를 그것도 원정에서 상대하는 게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콘테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비난받아 마땅했다.
콘테 감독은 경기가 끝이 나고 "나는 모든 비판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맨시티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서서 0-3이나 0-4로 패배할 수는 없었다. 얼마 전 아스날은 맨시티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서 0-3으로 2연패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아스날이 패하면서 벵거 감독을 비판했다. 축구 전문가들이라면 머리를 사용해야 한다. 축구 전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바보같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전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자신을 비판한 전문가들을 힐난했다. 이어 "이날 첼시 선수들은 내 지시를 잘 따랐다. 최대한 수비적으로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맨시티 상대로 방심하면 0-3이나 0-4로 패배할 수 있다. 후반 시작하자 마자 선제골을 내준 게 아쉽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으며 "첼시는 다른 경기 패배에 대해 후회해도 맨시티전은 후회할 필요가 없다. 맨시티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은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맨시티 vs 첼시 선발 포메이션
콘테 감독은 패스를 많이 하면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맨시티를 상대로 다시 한번 더 아자르 제로 톱 전술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21일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제로 톱 시스템을 활용하여 바르셀로나를 완벽하게 꽁꽁 묶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와 맨시티 두 팀은 이번 시즌을 놓고 봤을 때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비슷했다. 두 팀 모두 짧은 패스를 통해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해나가는데 아무래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거 바르셀로나를 이끌었었고 지금은 맨시티를 이끌면서 비슷한 전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콘테 감독의 제로 톱 시스템은 역시나 이번 시즌 내내 활용해온 3-4-3 포메이션이었다. 쿠르트와가 골문을 지켰고 아스필리쿠에타, 크리스텐센, 뤼디거가 스리백으로 나섰다. 좌, 우 윙백에는 알론소와 모제스가 나섰고 중원에는 파브레가스와 드링크워터가 출전했다. 이날 캉테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전방에는 윌리안, 아자르, 페드로가 스리톱으로 나섰다. 바르셀로나전과 비교했을 때 드링크워터를 제외하면 같은 선발 라인업이었다.
반면 홈 팀 맨시티는 평상시와 같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에데르손이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진첸코, 라포르테, 오타멘디, 워커가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다비드 실바, 귄도간, 데 브라위너가 호흡을 맞췄고 사네, 아구에로, 베르나르두 실바가 스리톱을 구성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수비진에 변화를 주었는데 델프가 징계로 못 나오게 되면서 진첸코를 왼쪽 풀백으로 세웠고 라포르테를 이번 시즌 처음으로 리그 경기 선발로 출전시켰다.
콘테 감독의 전술적 의도는 경기 시작하면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났다. 첼시 선수들은 후방으로 많이 내려와서 플레이했고 특히 좌, 우 윙백으로 나온 알론소와 모제스는 사실상 5백에 가까울 정도로 수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첼시는 단단한 수비를 통해 맨시티의 공격을 틀어막고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를 통한 역습 한 방에 모든 것을 거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적으로 나오는 첼시에 당황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틈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맨시티는 전반전에 76%의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사실상 경기를 지배해나갔다. 특히 전반전에 맨시티의 패스 성공 횟수는 467번으로 110번을 기록한 첼시와 4배 차이가 나는 정도였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철저한 수비 후 역습만을 생각했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한 맨시티
지난 챔피언스리그 16강 바르셀로나와 맨시티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압박의 강도이다. 바르셀로나는 4-4-2 포메이션을 주로 들고나오면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많이 보여주지만, 전방 압박을 많이 하지 않는다. 메시와 수아레즈로 구성된 투톱은 전방에서 자유롭게 플레이를 하다 보니 압박에는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다. 2선에 배치된 미드필더들도 매 경기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경기를 지배해나가다 보니 압박에는 많이 신경 쓰지 않고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맨시티는 전혀 달랐다. 맨시티의 이번 시즌 경기를 살펴보면 높은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대부분 지배하지만 가끔 볼을 빼앗기거나 상대가 공을 소유하면 모든 선수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해 볼을 탈취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전방 압박을 지시했고 그건 경기에서 이기고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첼시 선수들은 바르셀로나전과 비교했을 때 맨시티의 강한 압박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후방에서 잦은 실수를 비롯해 패스를 제대로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전방 압박이 거세게 들어오니 첼시 수비진들과 쿠르트와 골키퍼는 걷어내기 급급했고 전방으로 공이 제대로 전달되리가 없었다.
기록적인 부분에서만 놓고 봐도 아자르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45분 모라타와 교체되기 전까지 32번밖에 공을 만지지 못했고 최근 폼이 좋았던 윌리안도 후반 33분까지 22번의 터치가 전부였다.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가 공을 잡지를 못 하니 첼시의 공격은 전혀 안 됐고 전반전에 슈팅 0개를 기록하면서 최악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반면 맨시티는 8번의 슈팅을 기록 할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결승골을 넣은 베르나르두 실바의 모습
걷어내기 급급했던 첼시의 수비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다시 틈이 생겼고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시작한 지 30초 지나서 귄도간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전방으로 찔러준 패스를 아구에로가 수비 틈을 파고들어 잡아냈고 이어 좌측에서 침투하는 다비드 실바에게 공을 내주었다. 다비드 실바는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고 베르나르두 실바가 침투해 들어오면서 골로 연결시켰다. 실점 장면에서 첼시 수비수들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구에로의 침투가 좋았지만, 아스필리쿠에타와 크리스텐센은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고 특히 크리스텐센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어 모제스는 돌아 들어가는 다비드 실바를 놓쳤고 알론소도 침투해 들어오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했다. 후반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서 실점했다는 것은 첼시 선수들의 집중력이 현저하게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1분도 안되서 실점을 한 첼시 선수들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고 경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맨시티는 리드하고 있었음에도 방심하지 않았고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면서 첼시를 계속해서 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후반전에 66%의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경기를 압도해 나갔고 435번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이날 총합 902번 패스에 성공하면서 경기 기록이 측정되기 시작됐던 2003-04시즌 이후 역대 최다 횟수로 기록되었다. 또한, 맨시티는 후반전에 5개의 슈팅 중 2차례 유효슈팅을 기록하면서 첼시의 골문을 두드렸다.
반면 첼시는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수비하기 바빴고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전, 후반 통틀어 유효슈팅 0개는 이날 첼시 공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무래도 공격적으로 나서서 반격을 시도했다가는 연속으로 골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첼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첼시의 플레이는 보는 팬들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답답했고 지루한 경기였다. 이런 빅 매치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나온 첼시가 아쉬울 뿐이었다.
맨시티를 상대로 아쉬움이 많았던 콘테 감독의 전술
콘테 감독은 교체 타이밍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맨시티를 상대로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건 둘째 치더라도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공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끝이 나고 콘테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라인을 올려서 공격을 시도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고 맨시티가 그 공간을 파고들어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전반전에 실패로 돌아간 아자르 제로 톱을 후반전에도 계속 유지한 점,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나타나는데도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가져간 점 등은 많이 아쉬운 판단이었다. 콘테 감독이 아자르 제로 톱을 들고나온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리그 최강의 화력을 보여주는 맨시티를 상대로 전반전에 나름 잘 버텼기 때문에 완벽한 실패는 아니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을 했고 사실상 이제는 더 이상 제로 톱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했으면 올리비에 지루나 모라타를 투입해서 공격진에 변화를 주어야 했다. 후반 33분까지 제로 톱을 계속 유지한 건 콘테 감독의 판단 미스라고 생각된다.
또한, 선수들의 체력저하로 인한 기량,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는데도 계속 뛰게 하는 것도 무리수였다. 콘테 감독의 교체 타이밍은 후반 33분, 37분, 45분에 이루어졌다. 확실히 많이 늦은 교체였다. 이날 첼시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다소 지쳐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좌측 윙백으로 나온 알론소와 우측 센터백 아스필리쿠에타가 상당히 저조한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확실히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알론소는 이번 시즌 리그 27경기, 챔피언스리그 6경기, FA컵 1경기, 리그컵 2경기에 출전했다. 첼시가 이번 시즌 총 45경기를 치렀는데 그중 35경기를 선발로 나온 것이다. 첼시의 선수단에 좌측 윙백으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건 맞다. 그래서 겨울 이적시장 때 에메르손을 영입했지만, 아직 제대로 기용하지 않는 콘테 감독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아스필리쿠에타는 이번 시즌 리그 29경기, 챔피언스리그 7경기, FA컵 1경기, 리그컵 2경기에 출전하면서 총 39경기를 선발로 나와 팀 내 최다출장을 기록 중이다. 첼시의 수문장 쿠르트와보다도 한 경기를 더 치른 아스필리쿠에타이다. 팀 내 부주장이고 콘테 감독 체제에서 중용을 받으면서 매 경기 나서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케이힐, 루이스가 있음에도 수비 로테이션이 부족한 점은 아쉬울 뿐이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한 맨시티는 앞으로 우승확정까지 4승만 남게 됐다. 2위 리버풀과 승점 15점 차로 사실상 우승이 확실해 보이지만 확실하게 우승을 확정 지으려는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이번 시즌의 맨시티는 정말 너무나도 막강하고 쉽게 건들지 못하는 팀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시즌이다. 맨시티의 다음 라운드 상대는 스토크 시티이다. 이미 전반기에 7-2 스코어로 대승을 거둔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맨시티가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에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 FC 바젤과의 경기도 있는데, 이미 1차전에서 4-0으로 이긴 맨시티로서는 여유롭게 로테이션을 통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스토크 시티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경기 맨유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패배한 첼시는 2연패이다. 현재 리그 5위에 계속 머물게 되면서 허더스필드전을 승리한 4위 토트넘과는 승점 5점 차로 더 벌어지게 됐다. 이대로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어려워 보인다. 다음 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을 반드시 잡고 팀 분위기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콘테 감독은 최근 구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다음 시즌 팀을 떠난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남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을 들고나와 비판하는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다음 라운드 첼시의 경기, 콘테 감독의 전술 변화를 기대해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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