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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라운드 첼시전에서 완벽한 활약을 선보인 손흥민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 그 자체, 최고의 에이스다운 활약이었다. 이번 시즌 통틀어 최고의 경기력이었으며 손흥민이 넣은 골 중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기막힌 골이었다. 한국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완벽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리그 첫 골을 신고함과 동시에 팀이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

사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리그에서 첫 골을 신고하면서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올여름 러시아 월드컵부터 시작해서 프리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리그컵, 아시안게임, A매치까지 강행군의 연속이었던, 손흥민은 지구 두 바퀴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면서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경기력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일각에서는 "팀 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라멜라, 모우라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라는 냉혹한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다행히 지난 A매치 기간에 휴식을 가져가면서 컨디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라운드에서 본인의 진가를 스스로 증명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오늘의 활약을 발판으로 손흥민은 다시 위로 올라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를 누릴 일만 남았다.


이날 해리 케인과 투톱을 구성하며 토트넘 공격을 이끈 손흥민

이날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은 왼쪽 측면 윙어 포지션으로 나섰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 보니 손흥민이 뛰는 위치는 달랐다. 최전방에서 케인과 함께 투톱을 형성하고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그동안 첼시가 계속 추구해오던 후방 빌드업을 견제하고자 손흥민을 전진해 두면서 투톱 형태의 전술을 내세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원톱 체제에서는 수적으로 열세에 있기 때문에 두 명의 중앙 수비수로부터 시작되는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견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투톱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최전방 공격수 숫자와 중앙 수비수 숫자가 같아지면 상대로서는 후방 빌드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일대일로 대인 마크를 당하게 되면서 중앙 수비수들이 후방에서 고립되고 공을 갖고 풀어 나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바로 이점을 노렸고, 그에 따라 손흥민의 위치를 전방으로 올리게 되었다. 실제로 이날 손흥민은 첼시의 후방 빌드업을 저지하고자 뤼디거와 루이스에게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압박을 가했고 첼시의 후방 빌드업은 다른 때와 비교했을 때 원활하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제대로 적중했고, 손흥민도 포체티노 감독의 요구에 완벽하게 화답했다.

상대 수비 압박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한 손흥민은 공격에서도 완벽했다. 특히 이전 경기들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전방에 배치되고, 측면이 아닌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면서 공격 시에 다양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슈팅을 가져갔다. 총 6개의 슈팅을 때리면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슈팅 수를 기록했고, 그중 유효슈팅 3개(케인과 동률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를 기록했다. 이날 포체티노 감독이 꺼내든 손흥민의 투톱 전술은 완벽하게 적중했고, 손흥민도 완벽하게 수행해내면서 팀이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

50M 드리블 돌파 후, 침착하게 왼발로 마무리를 짓는 손흥민의 모습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손흥민은 이날 많은 슈팅 수를 가져가면서 어느 때보다 직접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전방에 배치된 것도 있지만, 아직 리그에서 골이 없었기 때문에 득점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모양새다. 전반 9분 손흥민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슈팅을 가져갔고, 3분 뒤에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의 슈팅은 케파에게 막히고 말았다. 이후 전반 30분에도 슈팅을 가져갔지만, 아쉽게 빗나가고 말았고 전반전 막판에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또다시 케파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중계 카메라가 잡은 손흥민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하고 8분 후에, 첼시의 골문을 계속 두들기던 손흥민이 끝내 이번 시즌 리그 1호 골을 신고했다. 알리의 패스를 이어받은 뒤, 하프라인부터 약 50M를 드리블 돌파하며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자신을 따라붙으면서 마크하던 조르지뉴를 가볍게 제쳐냈고, 최종 수비수 루이스마저 순식간에 제쳐냈다. 이후 반대편 골포스트 쪽을 보고 왼발로 감아 때리면서 첼시 골키퍼 케파를 무너뜨리고 침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야말로 원더골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 특유의 양발 드리블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까지 예전의 손흥민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손흥민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조르지뉴가 손흥민의 등을 손으로 툭 하고 건드리며 좌절하는 모습, 루이스가 고개를 저으면서 체념하는 모습, 케파가 물병을 던지면서 화를 내는 모습은 손흥민의 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다시 말해 첼시의 수비수들은 손흥민을 막을 수 없었고, 누구도 그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실제로 손흥민이 약 50M를 드리블 돌파할 당시 최고 시속은 33.50km/h(이는 양 팀 통틀어 두 번째 높은 순위였다. 1위는 첼시의 아자르가 기록한 시속 34.96km/h이다.) 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손흥민의 스피드는 놀라움 그 자체였고 단연 최고였다. 리그 첫 골을 넣은 손흥민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손흥민은 휴식이 필요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던 건 손흥민에게 휴식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손흥민의 주 무기로 평가받던 드리블 돌파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라운드 전까지 리그 7경기에 나와서 성공한 드리블 돌파는 불과 7번으로 경기당 1번밖에 되지 않는다. 출전 시간이 적었다고 할지라도 손흥민 특유의 드리블 돌파는 확실히 부족했다.


스피드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두 번째 골을 넣을 당시 손흥민의 최고 스피드는 32km/h였다. 하지만 9월 리그 경기에서 최고 속력은 20km/h 후반대로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스피드가 올라오면서 30km/h대를 유지하는가 싶었지만, 10월 A매치 이후에는 또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주간의 휴식 이후 체력을 재충전한 손흥민은 달라져서 돌아왔고, 올 시즌 최고 속력을 기록할 만큼 자신의 진가를 다시 드러냈다. 확실히 체력이 크게 좌우했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이제부터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프리미어리그를 다시 정복하는 일만 남았다. 다만 앞으로 더욱더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다음 라운드 아스날전을 시작으로 12월에는 박싱데이 일정 때문에 경기 수가 7경기로 상당히 많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리그컵도 추가하면 일정이 빡빡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1월에 3경기(만약 12월 18일에 있을 아스날과의 리그컵 8강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4경기가 된다.)를 치른 다음에는 아시안 컵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물론 손흥민이 대표팀 주장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고 아시안 컵 우승을 위해서라면 필요하지만 또다시 체력적으로 지치는 모습이 나올까봐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해 낼 것으로 생각되기에 남은 경기를 잘 치르고 아시안 컵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은 시즌 손흥민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팬들에게 환상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한다. 손흥민의 앞날을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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