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날에게 처참하게 무너진 토트넘
"공격이 강하면 승리하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을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누구든지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이다. 공격을 잘하면 어느 팀이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단, 기본적인 수비가 뒷받쳐줘야 한다는 조건하에 가능하다. 아무리 득점을 많이 한다 해도 실점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최종적으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이는 어제 토트넘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라이벌 매치,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이 아스날에게 4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아무리 원정경기였다고는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한 더비 매치(북런던 더비)인 만큼 토트넘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에서 첼시를 대파했고 주중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인터밀란을 이기면서 6연승으로 상승세의 분위기였기 때문에 패배는 너무나도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핸드볼을 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어준 베르통헌의 모습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총 4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번 시즌 리그에서 3실점 이상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라운드에서 토트넘의 수비는 형편없었다. 불안한 수비에서부터 시작된 실점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토트넘의 첫 실점은 전반 8분 만에 나왔다.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베르통헌이 점프를 하다가 공이 팔에 맞았고,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했다. 그동안 토트넘의 수비를 책임져왔던 베르통헌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자 토트넘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후반 10분에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베예린이 찔러준 패스를 램지가 받아서 오바메양에게 연결했고, 오바메양은 감각적인 원터치 슛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바메양의 슈팅이 환상적이었던 것도 있지만 당시 실점 장면을 보면 베예린의 침투 패스가 있는 동안 토트넘의 수비진들은 공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고, 램지와 오바메양을 맨마킹 하지 못하면서 실점을 범하고 말았다. 결국 수비진들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세 번째 실점은 후반 28분에 나왔다. 램지가 찔러준 패스를 이어받은라카제트가 침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 역시 토트넘 수비의 실수로 이어진 골이었다. 오리에가 스로인으로 넘겨준 공을 포이스가 제대로 키핑하지 못했고 램지에게 빼앗기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많이 우려했던 포이스의 큰 경기 경험 부족이 여기서 터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라카제트가 슈팅을 가져가는 과정에서도 베르통헌과 다이어는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고 앞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수비수들의 아쉬웠던 판단이었다.
4분 뒤에 나온 추가 실점도 역시나 수비진의 실수였다. 오바메양의 패스를 이어받은 토레이라가 침착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토트넘의 골문을 뚫어냈는데, 당시 토트넘 선수들은 오바메양의 패스를 저지하지 못했고, 토레이라가 침투하는 걸 놓치면서 제대로 막지 못했다. 네 차례 실점 모두 수비라인의 실수로 이어지면서 토트넘은 수비 불안을 노출하고 패배를 기록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 후안 포이스
토트넘의 수비 불안은 생각보다 자주 언급된 부분이다. 화려한 공격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수비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내 왔었다. 물론 알더베이럴트, 베르통헌처럼 후방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선수가 있는 건 맞지만 두 선수는 최근 잦은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베르통헌의 핸드볼 장면을 비롯한 여러 실수 그리고 퇴장을 당한 걸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적을 원하고 있는 알더베이럴트는 포체티노 감독과 충돌로 인해 팀 내 입지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 두 선수 외에 전력적으로 놓고 봤을 때 중앙 수비수들의 기량은 한참 부족하다. 현재 부상으로 아웃되어 있는 다빈손 산체스와 이번 라운드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포이스가 그렇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수비수가 부족하다는 게 토트넘의 현주소다. 일부 팬들은 다이어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뎀벨레와 완야마가 부상으로 아웃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원에서 수비적 역할을 해줄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다이어를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트넘의 수비 불안 문제는 중앙 수비만이 아니다. 풀백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특히 이날 평점에서 베르통헌 다음으로 최하점을 받은 오리에는 최근 경기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특성상 토트넘의 풀백들은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는데, 오리에는 좀처럼 전술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공격과 수비 둘 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트리피어가 제 몫을 해주고 있어서 로테이션을 통해 수비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 수는 있지만, 오리에가 더 이상 나아지는 모습이 없다면 포체티노 감독은 그의 기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왼쪽 풀백도 다소 불안하다. 장기부상에서 복귀한 후 폼이 완전하지 못한 로즈는 로테이션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은 예전 기량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상당하기 이전까지 잘 해주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갖고 비켜봐야겠지만, 로즈는 스스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최근 계속해서 주전으로 기용되는 데이비스도 앞으로는 실수를 최소화하고 감독의 전술을 완벽하게 수행해줘야 한다. 풀백들마저 무너지면 토트넘으로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토트넘의 수비진들 모두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본인들의 역할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실수를 줄이고 경기에 임해야만 한다.
리그에서 최강의 화력을 보여주는 토트넘의 공격진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 첼시를 잡아내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위 맨시티와 승점 차가 5점으로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후반기에 승점을 잘 쌓는다면 충분히 역전가능성이 있는 점수 차였다. 토트넘도 막판까지 가면 우승 레이스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토트넘의 공격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권 팀들 중 당연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케인, 에릭센, 알리, 손흥민의 조합은 균형이 잡혀 있고 모두 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공격진이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아스날에게 대패를 당하게 되면서, 공격진의 활약은 잊혀졌고 우승 타이틀과도 또다시 멀어졌다. 결국 수비진의 활약이 뒷받침이 안 되면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은 구단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토트넘을 이끌고 이 정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꼭 리그가 아니더라도 컵대회에서만큼은 트로피를 들어올려야 한다. 팬들은 10년 전 리그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승에 대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계속해서 이런 수비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면 우승은 어렵다. 공격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수비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특히나 우승권에 있는 팀들을 상대할 때만큼은 수비를 보다 확실히 하고 경험 많은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다니엘 레비 구단주를 비롯한 구단 보드진도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포체티노 감독을 지원해줘야 한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비수 보강 및 3선 미드필더 자원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4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고, 주축 선수들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토트넘이 더 위로 올라가려면, 우승컵을 들어올리려면 한층 더 개선된 수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은 시즌 토트넘이 어떤 경기운영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피드백 환영합니다. 공감 많이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