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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주지 못한 사리 감독,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다.


감독이라면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과 전술을 갖고 있는 건 당연하고, 선수와 팬 역시 이 부분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그 철학과 전술이 시대의 흐름과 멀어져가거나, 더 이상 효과를 낼 수 없다면 변화를 일궈내야 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물론 전술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지만, 더 늦기전에 빠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감독은 책임지고 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전술의 유연성, 그게 바로 현대 축구에서 감독이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전술의 유연성이라 하면 전반적인 팀의 장, 단점과 상대 팀의 수준, 전술,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경기마다 적게는 선수의 변화, 많게는 포메이션과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의 능력이다.


하지만 올 시즌 유난히 본인 철학에 대한 고집을 쉽게 꺾지 못하고 전술적으로 유연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을 위기에 빠트린 감독이 있다. 첼시의 사리 감독이다. 사리 감독은 부임 이후 리그 12경기 무패를 기록할 정도로 시즌 초반 첼시를 우승경쟁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매 경기 같은 전술, 같은 패턴만 반복하면서 약점이 노출되었고 전술은 무뎌져 갔다. 언론과 여론에서는 이런 첼시의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사리 감독은 별다른 변화 없이 경기를 계속 치러왔고 결국 쌓여있던 문제들이 터지면서 급격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맨시티와 첼시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리 감독은 본인의 고집을 꺾지 않고 유지하다가 0-6 스코어라는 대참사를 불러왔다. 첼시 그리고 사리 감독에게 있어서 치욕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기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더군다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치열한 혈전 속에서 첼시는 이제 6위까지 밀려났다.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위험한 상황이 되가고 있다. 이런 위기를 자초한 사리 감독은 이쯤 되면 고집을 버리고,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리 감독은 달라져야만 한다.


사리 감독에게는 상처일 수도 있고, 뼈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현재 사리 감독의 전술은 퇴보하고 있다.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좀처럼 통하지 않는 전술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시즌 사리 감독은 주구장창 4-3-3 전술만 들고나오고 있다. 플랜 A는 명확하되, 플랜 B가 없는 전술이다. 다시 말해, 매 경기 같은 전술을 바탕으로 똑같은 공격패턴과 수비방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세계 어느 축구 감독들을 살펴봐도 이렇게 한 가지 전술만 고집하는 감독은 몇 없을 거다. 감독들이라면 기본적으로 2가지 이상의 전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는 게 지극히 평범하다. 같은 전술만 고집하면 상대에게 분석 당하기 쉽고, 그만큼 상대가 대응책을 들고나오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리 감독은 본인의 철학과 전술 한 가지만 계속 밀고 나가면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으로 사리 감독의 패착이고 잘못된 판단이다. 아직은 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승점을 쌓고 있다고는 하나, 다음 시즌이 되면 더욱더 승리하기 어려워지고 지금보다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객과 전력이 우세해서 버티고 있는 거지 사실상 이번 시즌도 보면 중하위권팀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제대로 힘을 못 쓴 경기가 많다.


사방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변화를 요구하지만 왜 계속 본인의 전술만을 고집하는지 사실 의문이다. 첼시에 뛰어난 자원들이 많고 여러 방면으로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도 한 가지만 고집하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특히나 수없이 제기되었던, 캉테의 활용방법이 그렇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뛸 때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캉테를 위로 올려서 사용하는 전술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되었다. 그렇다고 캉테의 경기력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캉테는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 수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 본인에게 맞는 위치에서 더 빛이 나는 법인데, 캉테는 그러지 못하다는 게 아쉽다는 거다. 같은 프랑스 대표팀 동료 포그바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무리뉴 감독 때는 존재감이 없던 포그바가 솔샤르 감독체제에서는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이는 명백하게 감독의 전술 차이로 나타난 효과이다. 사리 감독은 현실을 직시하고 전술의 변화를 일궈내야만 한다.


물론 아직 첫 시즌이고, 본인의 전술을 팀에 입히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냉정한 무대이다. 더군다나 첼시는 절대 기다려주는 클럽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빌라스-보아스, 디 마테오, 베니테즈, 무리뉴, 콘테 등 경질된 감독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리 감독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첼시도 살고, 본인도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나 조르지뉴 기용에 있어서는 고민을 더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올 시즌 첼시 문제점 중 하나는 봉쇄당한 조르지뉴이다.


이번 시즌 첼시 문제점을 뽑으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조르지뉴'라고 말할 거다. 그만큼 조르지뉴는 첼시로 이적해온 뒤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다. 나폴리에 이어 첼시에서도 사리볼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조르지뉴의 활약은 저조하다.


조르지뉴는 기본적으로 백포라인 앞에 위치해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에게 공을 운반해주는 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패스 횟수 2위에 오를 만큼 첼시의 전반적인 패스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 팀들이 조르지뉴를 완벽히 봉쇄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조르지뉴를 통한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조르지뉴를 공략하고 나온 팀들 상대로 조르지뉴의 패스 횟수와 성공률은 평균(경기당 패스 91.2회, 성공률 90.2%)에도 못 미쳤다. 13라운드 토트넘전(패스 51회, 성공률 84.3%), 15라운드 맨시티전(패스 37회, 성공률 86.5%), 24라운드 본머스전(패스 59회, 성공률 86.4%), 25라운드 맨시티전(패스 60회, 성공률 83.3%)이 대표적이다. 결국 첼시는 중원에서 볼 배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공격 전개는 물론이고 볼 소유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사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비 스탯 비교(경기당 횟수)


조르지뉴의 문제는 수비에서도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라 하면 백포라인 앞에서 상대 공격수를 일차적으로 저지하고, 상대 슈팅을 방해하는 게 우선이다. 아무리 조르지뉴가 패스 중심의 플레이를 주문받았다고는 하나,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수비가 우선이다. 하지만 조르지뉴의 수비력은 상당히 저조하다. 위 표에서도 말해주고 있지만, 조르지뉴는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들보다 수비 스탯에서 월등히 앞서는 게 단 하나도 없다. 수비력에 있어서 뒤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그만큼 첼시의 수비 밸런스도 흔들린다고 보면 되겠다. 캉테가 수비적인 부분에 있어서 커버를 한다고는 하나, 캉테도 한계가 있고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첼시는 조르지뉴의 저조한 수비와 함께 수비력이 무너지게 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첼시의 실점빈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이날 맨시티전에서 조르지뉴는 아구에로가 슈팅을 가져가는 동안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면서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리 감독은 조르지뉴를 계속 선발로 내세우면서 본인의 전술을 만들어나가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조르지뉴가 보여주는 현재까지 모습은 좋지 못하다. 조르지뉴 자리에 다른 선수를 대체하거나 다른 전술을 꺼내 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계속 가다가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루빨리 변화를 주어야만 한다. 앞서 말했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냉정하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경질되는 일은 다반사다. 살기 위해서는 변화, 변화만이 해답이다. 사리 감독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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