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승리로 이끈 '전술가' 투헬 감독
"완벽 그 차제였다. 역시 그는 대단한 전술가다."
오늘 새벽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맨유와 파리 생제르망의 경기에서 완벽한 전술을 바탕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투헬 감독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이날 올드 트래포트에서 투헬 감독의 전술은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투헬 감독이 괜히 '축구 지식인', '팔색조 전술가'로 불리는 게 아니다.
파리 생제르망은 경기 내용이며 결과며 모두 완벽하게 압도했다. 실제로 슈팅, 유효슈팅, 패스, 점유율 모두 맨유에 앞섰다. 최근 11경기 무패를 달리면서 상승세였던 맨유가 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를 바라봐야만 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네이마르, 카바니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원정 경기를 무실점으로 승리했다는 건 환상적인 결과물이다. 마인츠, 도르트문트에 이어서 파리 생제르망에서도 본인의 전술을 마음껏 뽐내는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를 준비하고 있다.
포그바를 완벽하게 막아낸 마르퀴뇨스
최근 맨유가 솔샤르 체제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건 포그바 때문이었다. 무리뉴 감독 시절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포그바가 솔샤르 체제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제로 포그바는 솔샤르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8골 5도움을 기록했고, 이는 맨유가 기록한 득점(23골) 중 팀 득점의 56.5%를 차지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오늘은 포그바의 활약은 별로 볼 수 없었다. 솔샤르 체제에서 경기당 평균 88.6회 공을 만지면서 슈팅 4.3회, 패스 68.2회(성공률 84.8%)를 기록했던 포그바는 이날 55회밖에 공을 만지지 못했고, 슈팅은 한 번뿐이었다. 패스도 41번 시도하여 76%의 성공률을 냈다. 평균에도 못 미친 포그바는 활약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이처럼 포그바가 활약할 수 없었던 이유는 투헬 감독이 포그바를 완벽하게 봉쇄했기 때문이다. 파리 생제르망은 이날 베라티와 마르퀴뇨스를 중원에 배치했는데, 베라티가 후방에서 공을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면 마르퀴뇨스는 수비 쪽에 무게중심을 더 실어주었다. 아무래도 중앙 수비수가 주 포지션인 만큼 수비력이 좋기 때문이다. 마르퀴뇨스는 홀딩 미드필더로 뛰면서 투헬 감독이 지시한 '포그바 봉쇄' 작전에 완벽히 성공했다. 포그바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 계속 쫓아다니면서 대인방어를 해냈고, 포그바가 공을 잡으면 바로 달라붙었다. 또한, 공을 잡지 못하도록 쉴 새 없이 압박도 가했다. 실제로 포그바는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심판 판정마저 안 따라라주자 후반 59분 땅을 치며 화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포그바를 묶은 파리 생제르망 선수들(왼쪽), 알베스의 활동반경(오른쪽)
투헬 감독이 포그바를 봉쇄하기 위해 준비한 카드는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된 알베스였다. 투헬 감독은 윙백으로 뛰는 알베스를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면서 포그바와 맨유의 왼쪽 공격라인을 틀어막고자 했다. 맨유는 포그바가 살아나면서 최근 왼쪽 라인에서 공격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수비력이 좋은 알베스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파리 생제르망의 오른쪽 수비라인은 90분 내내 굳건했다.
포그바는 물론이고 마샬과 루크 쇼도 좀처럼 파리 생제르망의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결국 투헬 감독이 꺼내든 마르퀴뇨스와 알베스 카드는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맨유 공격의 시발점을 완벽히 차단하면서 경기를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이날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낸 디 마리아와 음바페의 활약은 뛰어났다.
투헬 감독은 맨유가 잘하는 축구를 철저하게 봉쇄하는 가운데 맨유의 약점까지 완벽하게 공략해냈다. 사실 전반적인 경기를 풀어주는 네이마르와 주포 카바니가 없는 파리 생제르망의 공격력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두 선수의 공백을 디 마리아, 음바페, 드락슬러를 활용하여 맨유의 골문을 노렸다.
파리 생제르망은 음바페가 원톱으로 나서고, 디 마리아와 드락슬러를 양옆에 배치하여 사실상 세 명의 선수가 주도하는 공격 패턴이었다. 세 선수는 공격 전개 시 숫자가 적은 부분을 스피드 싸움을 통한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어냈고, 득점까지 연결했다. 더군다나 홈 팀 맨유로서는 반드시 득점을 해야 하는 만큼 급해지고 라인을 올리다 보니 파리 생제르망의 역습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전반 29분 애슐리 영이 음바페를 저지하면서 경고를 받을 때와 후반 59분 쐐기 골을 달성할 때 장면이 음바페의 역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특히 쐐기 골 당시 음바페는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면서 맨유 수비 뒷공간을 빠져 달리면서 골을 넣었는데, 이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대단했다. 투헬 감독이 꺼내든 역습 패턴은 맨유를 상대로 주효했다.
투헬 감독의 전술과 상대에 대한 대응 능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이번 16강 1차전은 전술가 투헬 감독의 완벽한 승리였다. 과연 투헬 감독이 다음 2차전에서는 어떤 전술을 준비해서 나올지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또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디까지 올라갈지도 관심이 쏠린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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