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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선택한 솔샤르 감독, 고집을 꺾지 않은 사리 감독


현대 축구에 들어서 감독의 역량은 상당히 중요해졌다. 과거처럼 선수 개인의 능력만 믿고 가는 시대에서 하나의 팀으로 능력치를 이끌어내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감독의 능력은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은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아무래도 현대 기술이 많은 발달을 이뤄내면서 전술분석은 세밀해졌고, 모든 팀들은 전력분석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감독이 전술적인 능력 즉, 전술의 유연성이 뒤떨어지면 팀을 이끌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전술의 유연성이라 하면 일차적으로 팀과 선수들의 장, 단점을 바탕으로 한 전술의 변화, 이차적으로는 상대 팀의 전술, 분위기, 수준을 고려한 전술적 변화를 말한다. 다시 말해, 감독은 경기마다 전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 전술적 변화를 자주 시도한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본인의 철학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본인만의 철학을 고집하는 감독도 있기 마련이다. 이는 대게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고집을 쉽게 꺾지 못하면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상반된 모습은 오늘 새벽에 열린 첼시와 맨유의 FA컵 16강 경기에서 볼 수 있었다. 첼시의 사리 감독과 맨유의 솔샤르 감독, 이 두 감독은 이날 명암이 완전히 엇갈렸고, 변화에 있어서 선명하게 대조됐다.

 

변화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낸 솔샤르 감독


이날 맨유를 승리로 이끈 건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도 있었지만, 솔샤르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맨유는 불과 지난주 파리 생제르망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만 해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솔샤르 감독 부임 후 첫 패배였다. 패배 직후 현지 언론에서는 솔샤르 감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 위기를 어떻게 파헤쳐 나갈지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FA컵은 맨유와 솔샤르 감독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솔샤르 감독은 파리 생제르망전이 끝나고 곧바로 팀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했고, 부상 선수들을 자세히 살피면서 첼시전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첼시를 상대로 변화를 일궈내면서 뛰어난 용병술을 보여주었다. 솔샤르 감독은 우선 부상으로 빠진 마샬과 린가드를 루카쿠와 마타로 대체했다. 사실 엔트리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간 부분이었다. 하지만 솔샤르 감독이 뛰어났고,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은 전술적 변화였다.


파리 생제르망전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왼쪽), 첼시전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 및 움직임


맨유는 지난 파리 생제르망전에서 중원이 문제점으로 뽑혔었다. 투헬 감독이 중원을 두텁게 가져가고 전술적으로 훌륭한 용병술을 보여준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솔샤르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4명의 미드필더를 중원에 배치하면서 중앙을 두텁게 가져갔다. 포그바, 에레라, 마티치 라인은 바뀌지 않았지만, 마타를 추가하면서 중원을 강화했다. 특히 마타의 투입은 첼시를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솔샤르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에서 맨 위 꼭짓점에 마타를 배치해서 교체아웃되기 전까지 조르지뉴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플레이와 동선을 방해하도록 지시했다. 올 시즌 첼시의 가장 큰 약점인 조르지뉴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나온 셈이다. 이는 완벽하게 적중했고, 이날 조르지뉴는 움직임에 제약을 받으면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솔샤르 감독은 팀이 무너지면서 위기를 겪자 변화를 택했고, 그에 따라서 승리를 보상받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만들어낸 솔샤르 감독의 감독적 능력을 증명한 경기였다.


고집을 꺾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던 사리 감독


솔샤르 감독과 반대로 변화를 주지 않고, 본인의 철학만 고집한 사리 감독에게 패배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팀이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변화 없이 그대로 나왔다는 건 승리할 마음이 없다는 게 아닌가? 물론 아직 첫 시즌이고, 본인의 전술을 팀에 입히는 단계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팀이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고 그대로 간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특히나 지난 11일 열린 맨시티전에서 0-6 대패를 당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만큼 이번 시즌 사리 감독에게는 정말 많은 의문점이 든다.


사리 감독은 이날도 어김없이 4-3-3 포메이션을 택했는데, 라인업도 큰 변화가 없었다. 매 경기 같은 라인업. 이젠 안봐도 뻔하다. 특히나 최근 부진이 계속되는 조르지뉴의 기용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다. 상대 팀이 후방 빌드업을 저지하기 위해서 뻔히 조르지뉴를 봉쇄하는 데도 사리 감독은 변화를 주려는 미동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날 사리 감독에게 더욱더 실망스러웠던 건 선수 교체에서도 있었다. 사리 감독이 꺼내든 3장의 교체카드는 코바시치 대신에 바클리, 페드로 대신에 윌리안, 아스필리쿠에타 대신에 자파코스타였다. 기본적으로 주도권을 빼앗기고, 지고 있으면 공격적으로 나서거나, 공격진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게 기본 전술 변화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 뛰는 선수를 그대로 투입한다는 건, 지고 있어도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는 교체였다. 특히 마지막 교체카드였던 자파코스타의 투입은 더욱더 그랬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감독 본인의 전술에는 문제가 없고, 선수들이 부진한 경기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교체로 볼 수도 있다.


정말 사리 감독의 이러한 고집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할 정도다. 정말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변화를 주지 않을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오늘 솔샤르 감독의 맨유를 봤으면 깨달았으면 한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변화를 주고,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전술을 들고나와야 한다는 걸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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