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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문제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미키타리안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스포츠에는 정치적 개입이 일체 없어야 된다는 규정(FIFA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 정치 및 종교 행위는 엄격히 금지한다)이 뻔히 있는데, 정치적 개입이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아스날의 미키타리안이 결승전에 뛸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미키타리안이 훈련 중 부상을 입어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생각이 우선으로 들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미키타리안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곳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이다. 이곳은 현재 미키타리안의 국적인 아르메니아와 영토적 분쟁으로 서로 대립 관계에 있는 곳이다. 미키타리안은 아제르바이잔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 문제부터 시작하여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다시 말해 정치적 문제가 개입되면서 아르메니아 국적인 미키타리안이 아제르바이잔에 입국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까다로운 절차 끝에 입국할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미키타리안 개인의 신변이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아제르바이잔 리그 내 소속된 카라바흐와 원정 경기에서도 이미 한 차례 미키타리안은 동행 하지 않은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조별 리그였고, 상대보다 객관 전력상 우위에 있는 만큼 아스날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상대는 런던 라이벌이자 이번 시즌 아스날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친 첼시이다. 이런 첼시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풀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미키타리안이 나오지 못하는 건 아스날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


사실 이런 상황을 뒤로하고 먼저 따지고 싶은 건 UEFA의 판단과 선택이다. 꼭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를 선정했어야만 했는지를 묻고 싶다.


2017년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유로파리그 결승전 개최지를 두고 여러 곳이 경쟁을 했었다. 스페인 세비야, 터키 이스탄불, 조지아 트빌리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등 좋은 후보지가 많았다. 하지만 바쿠, 세비야, 이스탄불이 최종 후보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바쿠가 유로파리그 결승전 개최지로 낙점됐다. 물론 아제르바이잔 축구협회가 그동안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개최하려고 많은 노력을 보여주었고, 보여준 행보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UEFA 측에서 굳이 오래전부터 주변 국가와 갈등이 계속 되어왔던 국가를 왜 후보에 올렸고, 최종적으로 선정했는지를 묻고자 한다. 더욱이나 결승전같이 중대한 무대는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언제 아르메니아와 갈등이 심화되어 테러나 유혈사태 등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걸 생각했다면 낙점되지 말아야 할 곳이다.


다시 말해 UEFA는 나라들 간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주변 국가와 문제가 있는 나라였다면 결승전을 개최할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는 명백한 UEFA의 잘못이자, 실수 그리고 오점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첼시와 아스날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문제가 계속 되고 있다.


미키타리안이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 나올 수 없다는 소식에 어처구니 없어하던 아스날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같이 결승전에 오른 첼시에게도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다.


시작은 이렇다.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경기가 끝이 나고 결과가 나오면서 동시에 결승전 대진이 완성되었고, 곧바로 결승전 티켓 판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치러지는 바쿠 올림픽 경기장은 69,8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당히 큰 경기장이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 팀에게 배당 된 좌석수는 각각 6,000석이 전부였다. 아스날은 평균 45,000명의 시즌권 소유자가 있을정도로 매 시즌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채워 왔고, 첼시 역시 평균 25,000명의 시즌권 소유자를 소유하고 있을만큼 열렬한 응원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양팀의 서포터즈들은 터무니 없게 할당된 좌석 수에 의해 결승전마저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일보 직전에 놓여있다.


첼시와 아스날의 홈경기장 간 거리는 8마일(=12km), 반면 바쿠까지는 무려 2468마일(=3971km)


안 그래도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둔 아스날과 첼시는 홈경기장 간 거리가 12㎞밖에 안되는 반면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는 무려 3971km 떨어진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데, 할당된 좌석 수까지 한 팀 당 고작 6,000석밖에 안되니 응원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는 걸 떠나서 오히려 화가 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바쿠 올림픽 경기장 주변 숙소는 물론이고 항공편 역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니 양 팀 구단과 서포터들은 더욱더 화가 날 만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UEFA 측에서는 "이미 결승전 장소가 다 정해졌고, 일정까지 다 잡혀있는 상황에서 되돌릴 수 없다."는 의견만 내놓고, 비판에 대한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


결국 처음부터 행정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부분에서 부족함을 계속 나타내고,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UEFA의 미숙한 운영이 지금의 상황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그들은 빠른 시일 내로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양 팀 구단에게 사과를 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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