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케인
케인의 선발 투입이 오히려 토트넘의 경기를 망쳐버렸다. 지난 새벽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토트넘에게 매우 뜻깊으면서도 중요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8강에서 맨시티, 4강에서는 아약스를 힘들게 꺾고 결승전에 올랐으며,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싸우면서 승부를 끌고 갔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리버풀에게 0-2로 무너졌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슬픔에 잠겨야 했다.
케인과 알리, 시소코는 이날 최악의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알리는 교체되기 전까지 82분을 뛰면서 위협적인 모습보다는 실수가 더 많았고, 시소코는 이날 경기 시작과 동시에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실점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등 팀 패배의 원인으로 꼽힐 만큼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케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케인은 공격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최악의 경기력만 연출하며 팀이 패배의 길로 가는 걸 막지 못했다. 스카이스포츠가 케인과 알리에게 4점, 시소코에게 5점이라는 최저 평점을 내린 걸 보면 지난 새벽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다시 한번 말해준다.
케인은 공격에서 존재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케인은 이날 26번의 볼 터치를 기록하면서 양 팀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3번째로 적었다. 사실 피르미누와 바이날둠이 각각 후반 13분, 17분에 생각보다 빨리 교체되면서 볼 터치를 많이 못 했기에 케인이 3번째로 적었지, 만약 피르미누와 바이날둠이 더 많은 시간을 뛰었다면 이날 케인이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볼 터치 횟수가 가장 적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날 케인은 공격에서 날카로움은 커녕 제대로 된 움직임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케인은 이날 슈팅도 단 한 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정규시간이 다 지나고 추가시간에 나온 슈팅이었다. 90분 내내 슈팅 한 번 때리지 못하다가 추가시간 막바지에 운 좋게 찾아온 기회에서 겨우 때려낸 셈이다. 이날 왼쪽 풀백으로 나선 로즈조차 2번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케인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모우라
의문을 뒤로하고, 케인의 부진이 계속됐던 가운데 모우라 혹은 요렌테를 선발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미 경기는 끝이 난 상태에서 이는 언제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며, 선발 라인업을 구상하는 건 절대적으로 감독의 권한이기에 그것을 건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승전이었고, 중요한 일전에서 아쉬움은 배가 되는 만큼 모우라 혹은 요렌테가 나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견해이다.
케인은 4월 9일 이후로 무려 2달 가까운 기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의 정도, 회복 여부를 떠나서 이미 경기 감각은 떨어질 때로 떨어져 있었고, 체력 역시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포체티노 감독의 결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케인은 반 다이크에 맞서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반 다이크는 케인에게 일말의 가능성도 남기지 않았다. 케인이 반 다이크에게 손쉽게 막히는 바람에 토트넘의 공격은 더욱더 무뎌졌고, 오히려 리버풀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4강 2차전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며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모우라를 선발로 기용해 손흥민과 함께 빠른 스피드로 리버풀의 뒷 공간을 공략하거나, 장신의 요렌테를 선발 투입해 반 다이크와 경합을 붙이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로 갔다면 케인보다는 위협적인 장면을 몇 차례는 더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고개를 떨구는 케인과 포체티노 감독
선발 투입의 아쉬움은 그렇다 치고, 후반전에는 왜 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케인은 전반 45분 동안 11번의 볼 터치가 전부였고, 슈팅은 한 차례도 때리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패스 시도는 5번이 전부였다. 사실상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케인이었다. 실제 현지 언론에서는 "케인이 전반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그라운드에 뛰고 있었던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라고 표현했고, 무리뉴 감독과 벵거 감독 역시 "케인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다."라고 코멘트를 남겼다.
이런 상황이라면 케인을 과감하게 빼고, 승부수를 빠르게 띄워서 어떻게 해서든 따라잡아야 했다. 더욱이나 이날 경기는 일반적인 리그 경기도 아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중요한 무대에서는 전술적인 변화부터 해서 선수들의 경기력 하나하나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전반전 내내 부진한 케인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혹은 조기에 교체해 주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이 어떻게 해서든 차이를 만들어줄 거라며 단 한 번의 찬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고,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믿어 본 케인에게는 실망감만 돌아왔다. 토트넘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경기력을 떠나서 전술적인 운영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만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승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케인이 있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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