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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표팀에서 계속 부진하는 황인범


국가대표에 뽑힌다는 건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자국을 대표해서 경기를 뛰는 만큼 자긍심 혹은 자부심이 대단한 자리다. 대표팀을 보면서 열렬한 응원과 성원을 보내고, 대표팀이 보여주는 경기력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기회를 부여받든 받지 않든 간에 대표팀 일원으로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본인의 노력을 200% 쏟아부으면서 치열한 경쟁 속을 뚫고 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훔치고자 한다. 또한 대표팀에 와서도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부터 대표팀에 뽑히는 일원들은 그래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 근래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분통이 터지고 답답한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 감독의 선수 발탁, 전술적 선택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선수들의 준비가 왜 이리 부족한지, 왜 모든 걸 걸고 싸우지 않는지에 대한 분통이다.


‘정말 이게 최선인가?’, ‘대표팀에 걸맞은 수준인가?’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근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면 의아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9월 A매치 당시 주장 손흥민이 인터뷰를 통해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부족한 정신력이 가장 크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대표팀으로서 창피한 일이다.”라고 말하며 대표팀을 질책한 것이 아니더라도 요즘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났던 건 사라져버린 듯한 선수들의 대표팀 자긍심과 간절함 때문이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적극적인 신임을 받는 황인범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최근 많은 비난과 동시에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황인범이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이 취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A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배제된 적이 없을 정도로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1년 사이 A매치를 19경기나 소화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동시에 은퇴하면서 급격하게 무게감이 떨어진 중원을 책임질 적임자로 지목되기까지 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부분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실제 벤투 감독이 황인범에 대해 말하기를 “빌드업에 최적화된 선수, 수비적인 부분에서 커버 범위가 높은 선수,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황인범은 미드필더 전 포지션에서 뛸 수 있으며,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들도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오프더볼 움직임, 안정적인 원터치 패스, 패스 전개 시의 시야, 경기 운영 능력을 황인범의 특징으로 꼽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동료와 주고받는 안정적인 패스 능력과 기동력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수비 가담, 경기 상황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황인범은 팀의 공수 밸런스 유지와 전술적 변화에 있어서 유용한 선수라고 볼 수 있겠다.


대표팀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필사적으로 임해야한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선수인지, 미드필더로서의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사실 잘 모르겠다. 매 경기 그의 경기력에는 아쉬움이 많이 나타나며, 더 나아가 정말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인지,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인지에 대한 의문점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기본적으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에 있어서 황인범이 정말 잘 해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전혀 아니다. 빌드업이라 하면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앞으로 나아가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상황에 따라 백패스가 나올 수는 있지만, 빌드업의 주된 목적은 공을 앞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인범이 벤투 감독 체제에서 보여주는 빌드업은 빌드업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공을 받으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백패스 하기에 급급하고, 제대로 된 전진 패스를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가끔 나오는 전진 패스가 있긴 하나 그마저도 위협적이지 못하다. 여기에 패스 미스와 경기 템포를 끊는 아쉬운 판단 역시 잦다. 한마디로 말해 플레이메이킹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황인범의 장점으로 꼽히는 수비 가담이 잘 되고 있나 생각해보면 이 역시 확신할 수는 없다. 특히나 근래 경기들을 살펴보면 수비 가담이 잘 안 될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뒤처지고 기동력마저 상실하면서 아예 수비 쪽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만 비춰지고 있다. 이번 레바논전에서도 공, 수 양면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진했던 황인범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된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앞으로 달라질 황인범을 기대해본다.


물론 대표팀에 오면서 생기는 부담감, 팬들의 기대감 혹은 비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한 번에 작용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력을 탈피하지 못하고, 본인의 기량을 다 뽐내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전술적으로도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 어려운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대표팀은 쉽게 오는 자리가 아닐뿐더러 대표팀에 온다면 부담감을 떨쳐내고 본인의 기량을 최대한 다 쏟아붓고 갈 줄 알아야 한다. 매번 감독에게 신임받는다고 해서 안심하고 간절함을 잃거나 처음 대표팀에 불렸을 때의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대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지금 본인에게 주어진 그 기회와 자리는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누군가에겐 모든 걸 쏟아부을 만큼 간절하다는 걸, 당연하게 주어진 기회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주어진 기회에서 자신의 모든 부분을 다 걸고 싸워야 하는 게 진정한 국가대표라는 걸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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