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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일반적으로 축구 전술을 짤 땐 크게 세 가지가 고려된다. 감독이 잘 알고 있고 선호하는 전술, 팀이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의 개성과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전술, 상대를 고려한 대응과 대처에 맞는 전술.


그중에서도 감독이 잘 알고 있고 선호하는 전술을 택하는 게 가장 첫 번째다. 모르는 걸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차적인 고려 대상이지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예컨대 팀에 기술보단 힘과 체격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 감독이 점유와 패싱 축구를 고집하면 그 팀의 축구는 이도 저도 아닌 축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신체조건이 떨어지는 대신 발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 롱볼 축구를 고집하면 이 역시도 효율적인 면에서 극히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감독은 전술을 짤 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전술을 고려하되 팀에 활용 가능한 선수들에 맞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변화하는 전술 유연성이 따라야 한다. 최근 다양한 전술적 개념이 등장하면서 전술의 흐름이 매번 바뀌어 가는 현대 축구에서는 더욱더 중요한 감독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벤투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경기 형태이든, 선수 개인의 폼이 어떻든지 간에 주전으로 생각하는 멤버가 지나치게 뚜렷하다는 부분이 그렇다.



지나치게 한결같은 성향을 보여주는 벤투 감독


지금까지 대표팀을 봐왔을 때 벤투 감독의 라인업과 전술은 너무 한결같았다. 그의 철학이 상당히 고착화되면서 쉽사리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원래 처음 대표팀 감독을 뽑을 당시에 이런 부분을 고려했었고, 마음에 들어서 데려오긴 했지만, 현시점에서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경기장 상태라든지 주변 환경이라든지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 최근 폼이 좋지 못하거나 대표팀에만 오면 기량을 100%로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가 있어도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 점 등이 그렇다.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 팀 파훼법을 찾지 못한 가운데 계속해서 빌드업 축구만을 내세우며 의미 없는 볼 점유율 속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레바논전을 예로 들면 상대는 완전히 내려앉아서 수비만 하는 상황에서 사실 볼 점유율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는데도 벤투 감독은 빌드업을 강조했다. 득점으로 연결하고자 했더라면, 승리를 거두고자 했다면 이보다는 밀집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색다른 전술 혹은 카드를 들고나오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전술, 라인업, 패턴 속에 우리 대표팀은 0-0 무승부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여기에 레바논을 비롯한 웬만한 아시아 팀들은 우리 대표팀이 색다른 전술 변화를 꾀하지 못하는 만큼 이제는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분석 및 예측 가능해지기까지 했다. 당연히 상대는 전술이 예측 가능한 범주 안에 있다 보니 그에 따른 대책을 들고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전술적 선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고, 우리는 이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패턴을 들고 나와 실패로 이어지는 마당에 더는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특히나 지난 아시안컵의 실패 요인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 그렇다.


벤투 감독은 좀 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축구 감독은 개인마다 선호하는 전술에 좀 더 무게를 싣거나 선수들의 특징과 개성에 좀 더 중심을 두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상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않는 자기 고집과 자기만족의 축구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축구 전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상대 팀과 감독은 끊임없이 작전을 연구해 나오는데 자기 축구와 자기 고집에만 빠져 있다면 정체와 실패는 사실 당연한 수순이다. 다시 말해 자기 축구에 대한 강한 애착과 믿음으로 일종의 자기 독단에 빠지거나 변화 자체를 주지 못하는 축구는 상대성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기 축구의 고집으로 변화에 매우 부정적이면서 동시에 전술의 상대성에 대처하지 못하는 벤투 감독의 축구가 계속해서 비난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문제점들이 반복해 지적되고 있지만, 매번 같은 형태의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 전술 운용과 교체 패턴 등으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벤투 감독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벤투 감독도 이제는 본인이 그동안 택했던 판단과 결정을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의외성 혹은 융통성을 갖고, 상황에 맞게, 상대에 맞게, 선수들에 맞게 전술의 유연성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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