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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실패로 이어진 동아시안컵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019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홍콩, 중국, 일본을 나란히 꺾고 최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동아시안컵 역사상 최초 무실점 우승, 최초 전승 우승, 최초 개최국 우승 그리고 최초 대회 3연패를 달성하는 역사를 써 내렸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만큼 사실 걱정도 많았고, 특히 벤투 감독이 추구해온 철학이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녹아들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의문이 많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경기력을 통해 증명했고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대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내며 대표팀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음에도 그와는 별개로 흥행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고, 전반적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이번 대회였다.



동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텅빈 관중석


우리 대표팀은 그동안 국내에서 평가전을 할 때마다 매 경기 흥행이 이어졌고, 수많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좋은 경기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은 상당히 저조한 흥행과 급격하게 줄어든 관중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아무리 국내파 위주였고, 상대가 일본, 중국, 홍콩인 만큼 기대감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A대표팀 경기에서 저조한 관중 수는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실제 홍콩전에서 기록한 관중 수는 1070명, 중국전에서 기록한 관중 수는 7916명으로 1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숙명의 라이벌 일본전에서 2만 9252명의 관중이 찾아주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마저도 3만 명을 넘기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은 가득 남았다.


특히 지난 2013년 동아시안컵 당시와 비교해보면 상암, 잠실, 화성에서 분산 개최됐는데 당시 우리 대표팀은 3경기에서 평균 3만 5천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줬다. 물론 당시에는 수도권 지역에서 대회가 열렸다는 걸 감안하면 부산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흥행 실패는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친선전 때 5만명이 넘는 팬들이 몰리면서 경기장에 가득 들어찼던 걸 떠올려보면 이번 대회는 결코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올 시즌 K리그에 봄바람이 불어온 가운데,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마저 평균 4천 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8500명의 팬들이 찾아줄 정도로 부산은 축구 열기가 계속 이어졌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다시 말해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부산이 축구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이유에서 흥행이 실패했다는 말은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대회 홍보


이렇게까지 흥행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이번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제대로 되지 않은 홍보, 터무니없는 티켓 가격, 축구를 보기 힘든 환경 등 여러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아무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홍보다. 기본적으로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라면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대회를 알리고,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하여 대회를 유치한 부산시 축구협회와 지자체가 홍보의 중심에 서야 하지만 부산 시내에서 대회를 알리는 홍보물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오히려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해놓고선 막상 대회가 닥쳐오고, 여론의 비난과 항의를 받으니 그때서야 뒤늦게 수습하거나 아예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내비쳤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부산시 축구협회 그리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들 나름대로 홍보를 추진했고, 애당초 동아시안컵 대회의 인지도 자체가 높지 않은 만큼 팬들의 관심을 끌어오기는 많이 어려울 수 있었다며 반박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2023년 아시안컵에 이어 여자 월드컵 유치마저 포기하면서 국제 대회 유치에 손을 떼고, 더는 행정적인 부분에서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 부산시가 이번 대회를 주최하기만 하고 이후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이러한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대한축구협회, 부산시 축구협회와 지자체는 동아시안컵 대회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팬들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데 있어 수준 높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 판만 깔아 놓는다고 해서, A매치 및 국가대표 경기라는 타이틀만 있다고 팬들이 무작정 찾아오지는 않는다. 팬들은 본인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상호 간의 존중이 오간다고 느꼈을 때 뜻을 함께하고자 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홍보와 흥미로운 컨텐츠로 그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이번과 같은 흥행 실패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1년 사이 높아진 인기에 마냥 취해 축구 흥행을 위한 노력을 너무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이번 흥행 실패에 대한 원인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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