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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감독으로 정식 부임한 아르테타


아스날이 아르테타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새로운 시대 개막을 알렸다.


아스날은 지난 20일 저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르테타와 3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아스날의 크뢴케 구단주는 “아르테타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 그는 우리가 기대하고 원하는 걸 잘 이해하고 있고, 우리가 요구하는 클럽 수준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응원과 함께 그의 행보를 지켜 봐달라.”고 입장을 전하면서 새 출발을 알렸다.


아르테타가 아스날 지휘봉을 잡은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벵거 감독이 아스날과 이별을 선언하고 나서부터 후계자로 지명되기도 했으며, 꾸준하게 아스날 감독 후보로 올라왔던 터라 크게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지금 시기에 아르테타 선임을 한 것은 조금 도박적인 카드이며 섣부른 결정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감독 경험이 전무한 아르테타가 빅클럽의 감독을 맡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으며, 당장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아스날 선수단이 아르테타를 신임하지 않는다는 추측성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아르테타의 부임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 아르테타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아스날이 생각보다 잘 버텨낸다면 향후 5년, 10년 혹은 그 이상을 함께할 수 있고, 굳이 비싼 연봉을 주고 어렵게 세계적인 명장을 데려올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벵거 감독이 그동안 아스날에 심어놓은 전술적 DNA를 아르테타가 이어나가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점이 중요 포인트로 거론된다.



'벵거볼'을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는 아르테타


아르테타는 벵거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당시 전반적으로 후방에서 볼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빌드업의 중심축을 도맡았었다. 자연스레 벵거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 일명 ‘벵거볼’을 가장 잘 실행에 옮기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벵거 감독은 기본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지만, 빠르고 유기적인 짧은 패스와 전진 패스로 공간을 끌어내어 빠른 역습을 만들어내는 축구를 구사해왔는데, 아르테타는 이러한 전술적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에는 곧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하면서 기존에 익숙했던 ‘벵거볼’에 ‘티키타카’를 조합하여 전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해나갔다. 그리고 여기서 두 전술 시스템이 같은 패스 축구 개념이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나는 부분을 파악하며 아르테타는 전술적으로 유연성을 더했다.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 있었던 ‘벵거볼’의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을 좁히고, 현대 축구에 맞는 전술적 트렌드를 계속 유지해 나가면서 본인만의 철학을 확립해나갔다.


한마디로 벵거 감독에게 배운 전술적 시스템과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하면서 얻은 전술적 시스템, 두 가지를 융합하고 본인만의 철학까지 확립하면서 아르테타는 과거 아스날이 보여주었던 축구를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아마 벵거 감독이 아르테타를 본인의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와 아스날이 그토록 기다리던 축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 아르테타의 선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여기서 나온다.


지난 주말 아스날과 맨시티 경기 당시 아르테타의 모습


하지만 지금 당장 아르테타가 ‘벵거볼’을 재현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팀의 올바른 체계를 확립하고, 수비의 안정감을 바로잡는 것이다. 전술적인 시스템이야 자리 잡아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당장 급하지 않지만, 현재 아스날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팀의 체계와 수비의 안정감은 해결이 시급하다.


아스날은 확실한 팀 체계를 기반으로 팀을 운영했던 벵거 감독 시절과는 다르게 에메리 감독 시절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전술적 시스템이나 선수를 운용하는 방식, 주장의 역할 등이 대표적이다. 아르테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보다 확실하게 팀 체계를 잡아나가야 한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본인의 철학이 뚜렷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의 리더십 측면이다.


현대 축구에서 주장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수단 내에 기강을 잡아주고, 감독 및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주장이 없다는 것은 팀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만큼 주장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아스날은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 올 시즌 자카가 새롭게 주장으로 임명됐다가 행동 논란이 일어나면서 주장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오바메양이 주장으로 임명됐지만, 아직은 주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팀이 위기에서 혹은 패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다. 물론 리더십의 부재를 해결하는 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스날에 가장 시급한 문제로 거론되는 만큼 아르테타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잡아나가야만 한다.


수비 불안을 해결이 빠르게 필요한 아스날 그리고 아르테타 감독


수비의 불안감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부분에서도 하루빨리 해결책이 필요하다. 아스날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17경기를 치르면서 27골을 내줬는데, 이는 8번째로 많은 실점 기록이다. 본인들보다 순위가 낮은 본머스, 뉴캐슬, 브라이튼보다도 더 많은 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당 슈팅 허용 수에서도, 아스널보다 나쁜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팀은 오직 노리치 시티와 아스톤 빌라 밖에 없을 정도다. 올 시즌 수비의 불안정한 모습이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은 아스날이다. 특히 아스날의 경기를 살펴보면 ‘매 경기가 혼돈 속에 빠진 팀과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공수 전환 시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제각각이다 보니 빈 공간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일관성과 조직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와 맞서거나 수비 책임을 지는 대신 볼이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 떨어지게끔 내버려두는 수비수들의 습관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아르테타 입장에서는 당장 수비의 불안감을 씻어내는 게 중요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다. 우선 주어진 가용 가능한 수비 자원은 한정적이다. 챔버스, 소크라티스, 무스타피는 빅클럽에 걸맞는 자원이 아니며, 티어니는 어깨 수술 이후 3개월 동안 부상으로 출전 불가한 상황이다. 베예린과 홀딩은 이제 부상에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비수 영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구단에서 재정적으로 얼마만큼 지원해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여름 꽤 많은 이적 자금을 사용한 것을 보면 그 확신은 더욱더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테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능력을 볼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아스날은 벵거 감독 이후 에메리 감독과 융베리 감독대행이 좀처럼 안정적인 팀 운영에 실패하며, 결국 아르테타 카드를 승부수로 내던졌다. 과연 아르테타 카드가 아스날을 다시 일으켜 세울지 아니면 별다른 반전 없이 막을 내릴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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