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타의 아스날이 맨유를 꺾었다.
아르테타 감독이 아스날 지휘봉을 잡고 첫 승을 거두었다.
아스날은 지난 2일 새벽 홈에서 치러진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맨유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었다. 아스날로서는 자칫 패한다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홈 5연패 불명예를 쓰면서 동시에 최악의 부진에 빠질 수 있었지만, 승리를 거머쥐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아스날의 이날 승리는 아르테타 감독이 짧은 시간 내에 팀을 완전히 바꾸면서 노력 끝에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아르테타 감독이 이렇게 팀을 탈바꿈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단순히 과거 아스날의 모습을 되찾은 것만이 아니라 그보다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맨유를 잡아낸 아스날, 그들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전반전 경기를 주도한 가운데 2골을 만들어낸 아스날
지난 새벽 홈 팀 아스날이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크게 바뀌면서 동시에 맨유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전술 키워드는 ‘점유’였다.
아스날은 이날 후방 빌드업을 기반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후방에서부터 짧게 짧게 만들어나가면서 볼을 오래 소유한 채 상대에게 기회를 최대한 주지 않고, 본인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동안 갈망했던 높은 점유율 속에 지배하는 축구가 실현된 것이다. 실제 아스날은 전반 45분 동안 58.5%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주도해나갔고, 311회의 숏패스를 시도하면서 간결하게 플레이를 펼쳐나갔다. 이는 맨유보다 100회나 더 많은 기록이었으며, 이전 라운드까지의 평균 숏패스(247.7회)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아스날의 이와 같은 높은 점유 속에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맨유는 전반 45분 동안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볼 자체를 오래 소유하지 못하다 보니 공격 기회가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었고, 급하게 공격을 진행하고자 실수도 잦았다. 지난 2경기 전반전 동안 13번, 8번의 슈팅을 때려낸 맨유가 단 2개의 슈팅에 그친 이유도 여기서 나타난다. 아스날은 이런 맨유의 무기력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공략해 나갔고, 본인들의 뜻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전반에만 2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르테타 감독이 지난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원인을 빠르게 파악한 가운데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 자체를 주도하면서 맨유를 상대로 우월한 경기력을 뽐낸 셈이다.
높은 위치에서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아스날
아스날이 맨유를 힘들게 만든 것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강한 전방 압박과 안정적인 수비 대형이다. 아스날은 라카제트, 오바메양, 외질, 페페로 구성된 앞선의 공격 자원이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을 뺏어오는 전술을 들고나왔다. 특히 앞선 공격라인은 공을 빼앗겼을 때 곧바로 달려드는 압박 형태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전까지 아스날의 수비 불안과 공수 전환 시 선수들의 제각각인 움직임을 줄이고자 높은 위치에서부터 전방 압박을 주문한 것이다.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는 아스날의 전방 압박
실제 이날 아스날의 전방 압박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4명의 공격 자원은 태클 성공 6회, 가로채기 3회, 블록 5회, 수비 공중볼 경합 5회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맨유는 이런 아스날의 강한 압박에 흔들리면서 10차례나 볼 소유권을 잃었고, 그중에서도 중원에 위치한 프레드와 마티치가 압박을 쉽게 풀어 나오지를 못하면서 볼 전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스날 수비 시 4-4-2 대형
아스날은 높은 위치에서 압박이 풀려나와도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었는데, 이는 곧바로 수비 대형에 변화를 가져갔기에 가능했다. 본래대로라면 4-2-3-1 대형이지만 아스날은 상대가 공을 잡고 올라오면 4-4-2 대형으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두 줄 수비라인을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상대를 최대한 밀착 마크하고 공간을 주지 않았던 아스날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는 무실점 속에 승리를 가져왔고, 아스날의 수비가 한 층 더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아스날이 이날 맨유를 상대로 보여준 모습은 아르테타 체제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와 같은 모습이 계속 유지만 된다면 분명 긍정적인 결과물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크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술적인 변화를 완벽하게 꾀하면서 재도약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아스날, 그들의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며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아스날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지켜본다면 분명 흥미로운 요소가 또 생겨날 거라고 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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