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로 이적을 완료한 하킴 지예흐
지난 13일 첼시가 아약스에서 뛰던 하킴 지예흐 영입을 완료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적료는 기본 4000만 유로(약 514억 원)이며 옵션 조항을 달성하면 최대 4400만 유로(약 566억 원)까지 오른다. 구체적인 계약 기간과 주급에 대해선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며, 지예흐는 남은 시즌 아약스에서 뛴 후 오는 7월 1일에 첼시로 합류한다.
현지 상황을 되짚어보면 지예흐의 첼시로 이적은 어느 정도는 예상되어왔다. 지예흐는 이미 프리미어리그 다수 클럽과 꾸준히 연결되어왔고, 특히 첼시, 맨시티, 맨유, 아스날, 리버풀 등 빅클럽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다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첼시행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생각지 못한 분위기다. 서로가 눈치를 보는 상황 속에서 영입에 섣부르게 나서지 않았는데, 첼시가 예상치 못하게 먼저 나서서 영입을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첼시가 그만큼 전력 보강이 절박하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첼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징계로 인해 선수 영입을 하지 못했다. 이번 겨울에는 항소심에서 승리하며 다행히 징계가 풀렸으나, 이적시장 기간을 생각보다 흐지부지하게 흘려보내면서 선수 영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첼시는 라이벌 클럽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리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이번 시즌 성적은 물론이고 다음 시즌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올 여름 팀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두 선수, 페드로와 윌리안
특히 첼시는 측면 자원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는데, 아무래도 윌리안과 페드로가 여름에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팀을 떠나는 게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윌리안의 경우 생각보다 노리는 팀들이 많아 재계약이 어렵고, 어느덧 서른두 살에 접어든 페드로는 기량이 예전 같지 않아 첼시가 재계약을 꺼리고 있다.
여기다 올여름에 합류한 풀리시치는 잦은 부상과 무대 적응의 문제로 아직 제대로 활약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허더슨-오도이는 출전 기회를 꾸준하게 부여받고 있지만, 생각보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첼시의 측면 자원 어려움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계속해서 첼시가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산초를 영입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다만 산초의 경우 맨유, 맨시티, 리버풀, 뮌헨 등 다수 클럽과 연결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어려움이 예상되었으며, 특히 맨시티가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어 그 어려움은 배가 된 상황이었다. 이런 첼시로서는 때마침 아약스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겨울 이적시장이 끝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예흐 영입으로 보강에 발을 떼면서 다음 시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다재다능한 공격 자원, 지예흐
지예흐는 1993년생, 만 26세로 측면 미드필더를 본직으로 해서 2선, 중앙 미드필더까지 겸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원이다. 180cm의 준수한 피지컬에 모로코 혈통으로 기본적인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고, 공수 밸런스가 탄탄한 재능의 소유자다. 여기다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선수로서 네덜란드 특유의 토탈사커를 겸비하여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예흐는 흔히 마레즈, 외질과 같은 선수들과 비견되고 하는 천부적인 축구 감각을 타고난 플레이메이커로 분류된다. 지예흐의 플레이를 보면 주로 측면에서 뛰어난 드리블을 통해 상대 공간을 헤집다가 안으로 치고 들어오며 슈팅으로 가져가는데 능하다. 중앙에서 움직임을 가져갈 때는 볼을 직접 키핑하고 운반하며 경기를 조율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해낸다.
지예흐는 이러한 재능으로 2012년 12월 8일 에레디비시 공식 데뷔전을 치른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176개, 79골 97도움)를 기록했으며,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는 93골 122도움을 올렸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4강까지 견인하는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쳐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첼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지예흐
물론 첼시의 지예흐 영입에 대해 불안한 측면도 존재한다. 에레디비시 출신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로 건너와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준 건 이미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는데, 과거 베르캄프, 판 니스텔루이 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반 페르시, 수아레스 시대 이후 에레디비시 출신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로 넘어와서 전부 실패를 맛보고 돌아갔다. 대표적으로 데파이, 얀센, 보니 등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지예흐가 리그의 수준 차를 극복해낼 수 있느냐는 확실치 않기 때문에 분명 불안함은 존재한다.
또한 템포가 빠르고, 압박과 몸싸움이 심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본인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웬만한 드리블 능력과 개인기로는 상대 수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극복할 수 있을지 대해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활약, 특히 올 시즌 첼시를 상대로 3개의 도움을 비롯하여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임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지예흐는 최종적으로 첼시행을 택하면서 다음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지예흐가 첼시에 합류하여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구단과 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다음 시즌 그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며,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주목할 이적생으로 지예흐를 추천해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첼시 공식 홈페이지, 아약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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