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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무패 우승의 꿈을 좌절시킨 왓포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왓포드와 리버풀의 경기는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리버풀이 맨시티의 18연승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19연승을 기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왓포드는 리버풀 경기에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쏟아졌다. 19위에 머물러 있는 왓포드가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무승부 혹은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이었다. 이미 앞선 맞대결에서도 2-0으로 리버풀이 승리한 부분, 최근 왓포드가 5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한 부분 역시 그 예상의 확률을 더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에서 유명한 명언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왓포드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비커리지 로드에서 리버풀을 제압했다. 그것도 무려 최소 득점팀이었던 왓포드가 최소 실점팀 리버풀을 상대로 3골을 넣으면서 무너뜨렸다. 올 시즌 3골 이상을 실점해본 적 없는 리버풀에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겨줌과 동시에 무패 기록 행진을 깨뜨린 왓포드다. 그렇다면 모두가 패배할 거라 말했던 왓포드는 어떻게 해서 리버풀을 잡아냈을까?



㉮ 4-4-2 수비 대형


수비 시 철저한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4-4-2 대형을 유지하는 왓포드


왓포드가 리버풀을 상대로 가장 잘 준비해온 부분은 수비 시에 대형과 움직임이다. 피어슨 감독은 리버풀을 상대로 4-2-3-1 대형을 들고나왔지만, 실제 왓포드는 4-5-1 혹은 4-4-2 대형에 더 가깝게 움직임을 가져가며 두 줄 수비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자기 진영 쪽으로 공이 넘어온다 싶으면 필드 플레이어 10명의 선수가 모두 밑으로 수비 라인을 갖췄다. 이는 리버풀의 강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최전방의 디니와 그 아래 위치한 두쿠레를 투톱처럼 움직이게 하면서 수비 가담을 늘렸고, 미드필더 4명 역시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수비 시에 상대에게 최소한의 공간만 내주도록 지시했다. 특히 리버풀이 공격 시에 주로 활용하던 측면을 넓게 벌린 뒤 빈 공간이 생기는 중앙에서의 침투를 완전히 차단하고자 했다.


이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리버풀은 이번 경기에서 왓포드의 철저한 수비 대형에 고전하면서 슈팅 7번밖에 때려내지 못했고, 그중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건 한 번에 그쳤다. 리버풀이 올 시즌 유효슈팅을 한 번밖에 때려내지 못한 건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왓포드가 리버풀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여기다 체임벌린과 바이날둠은 전술적인 움직임의 중요성으로 꼽히는 중앙 드리블 돌파에서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미드필더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 적극적인 압박과 철저한 대인방어


공을 빼앗기는 즉시 곧바로 압박과 대인방어에 들어가는 왓포드


피어슨 감독은 리버풀을 상대로 두 줄 수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과 철저한 대인방어를 지시하기도 했다.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계획 속에 아예 선수들의 움직임마저 차단하려는 전술적인 의도였다.


앞서 말한 대로 디니와 두쿠레에게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시켰는데, 이 부분에서 피어슨 감독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디니의 경우 끊임없이 상대 중앙 수비, 특히 로브렌이 후방 빌드업을 시도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압박에 들어가면서 대인방어를 시도했고, 두쿠레는 하프라인 근처에서 파비뉴, 체임벌린 등 중앙 미드필더를 수시로 공략하고자 했다. 여기다 카푸에와 휴즈가 상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두쿠레를 계속 도왔다.


실제 이날 세 번째 득점 과정을 살펴보면 디니가 압박을 가하자 아놀드가 백패스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고, 전방에서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 머물고 있던 사르가 이를 가로채면서 득점을 만들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리버풀은 90분 동안 왓포드의 강한 압박과 밀착 수비에 당황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파비뉴, 체임벌린, 로브렌은 이날 각각 14번, 18번, 22번이나 공을 빼앗기면서 올 시즌 리그 평균치보다 훨씬 많이 볼 소유권을 잃었다. 반면 디니와 두쿠레는 밀착 수비 속에 인터셉트를 각각 1회, 2회를 기록했고, 카푸에와 휴즈 역시 도합 3회를 기록하는 등 상대 공격 차단을 끊고자 하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 좌우 측면 공략


디니(왼쪽)와 두쿠레의 움직임, 중앙보다 측면에서 움직임을 많이 가져간 걸 알 수 있다.


디니와 두쿠레는 공격 시에 또 다른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전술적 움직임을 다르게 가져가기도 했다. 이들은 공격 시에 중앙에서 직선적인 움직임만 가져가는 것이 아닌 상대 좌우 측면을 공략했다. 최근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면서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아놀드와 로버트슨을 상대할 때 2대1 상황을 만들어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피어슨 감독의 의도였다.


디니는 페레이라(전반 37분까지는 부상으로 교체된 데울로페우)와 함께 좌측에서 공격을 시도했고, 두쿠레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측면을 공략했다. 여기다 발 빠른 사르가 우측에서 로버트슨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실제 이날 두쿠레가 좌측 드리블 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스로인이 첫 득점의 시발점이었고, 득점 과정에서도 직접 중앙으로 침투하며 사르의 골을 도왔다. 두 번째 득점은 우측면에서 볼을 잡은 디니의 패스가 득점으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왓포드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리버풀의 약점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파고드는 가운데 3-0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는 리버풀이 전반적으로 안일했고, 경기력이 부진하기도 했으나 피어슨 감독의 용병술 그리고 왓포드 선수들의 뛰어난 전술적 수행능력과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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