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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경질설에 휘말린 램파드 감독


최근 첼시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리그에서 5경기 동안 1승밖에 거두지 못하면서 언제든지 4위를 내줄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선 뮌헨에 대패를 당하며 16강 탈락 위기에 놓여있다. 그나마 리버풀을 잡고 FA컵 8강 진출에 성공하긴 했으나 우승 도전까지는 아직 3경기가 남아있다. 8강 상대 레스터, 4강 혹은 결승전 상대로 맨유, 맨시티, 아스날 등 쟁쟁한 팀을 만나야 하는 만큼 우승까진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가운데 현지 언론에서는 램파드 감독의 경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지만, 램파드 감독이 4위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탈락한다면 아브라모비치가 감독 교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감독직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알레그리 감독과 AT 마드리드를 떠날 것으로 보이는 시메오네 감독 등 첼시가 그동안 원했던 감독들을 데려올 수 있는 만큼 추측성 기사들은 계속 보도되고 있다.


물론 램파드 감독이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 됐다는 점에서 다소 섣부른 추측이고,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만은 않다. 하지만 첼시는 2003년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만족할만한 성적이 아니다 싶으면 감독 교체에 있어서만큼은 서슴없이 결정을 내리는 클럽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지난 17년 동안 16번의 감독 교체가 이루어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중간중간 감독 대행도 있었고 지휘봉을 다시 잡은 감독도 존재하긴 했으나 평균 약 1년에 1번꼴로 감독 교체가 이루어졌다. 실제 지난 시즌까지 팀을 맡았던 사리 감독은 한 시즌 만에 떠났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말해서 첼시가 램파드 감독을 경질한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없는 살림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램파드 감독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올 시즌 충분한 지원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고, 팀 레전드를 이렇게 쉽게 떠나보내도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결코 램파드 감독을 경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팀 명성에 걸맞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말이다.


첼시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징계로 인해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에 영입한 뒤 6개월 임대 갔다가 첼시로 새롭게 합류한 풀리시치가 있긴 했지만, 그 밖에는 제대로 된 보강을 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풀리시치는 부상으로 올 시즌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올겨울에는 징계가 풀리면서 영입을 기대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어 보강에 또 실패했다. 참고로 아약스에서 뛰던 지예흐를 영입했지만, 7월에 합류하는 조건이다.


이렇게 없는 살림에 경쟁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선수층이 두터운 편도 아니지만, 램파드 감독은 팀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불평불만 없이 오로지 열정 하나만 갖고 9개월 가까이 팀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성적이 심각하게 저조한 것도 아닌데, 이런 감독을 경질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나 램파드 감독은 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가장 먼저 경질될 감독으로 뽑혔고, 당연히 첼시도 4위권 싸움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잘 버텨주었다. 그런 감독에게 제대로 된 기회와 시간조차 주지 않고 경질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판단이다.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 램파드


램파드 감독이 팀 레전드였다는 점 역시 그의 경질을 두고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램파드 감독은 2001년 입단한 이후 무려 13년을 첼시를 위해 뛰었다. 선수 생활 말미에 맨시티 유니폼을 잠깐 입으면서 아쉬움을 사긴 했어도 429경기를 출장하며 147골을 넣는 등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었다. 팬들 역시 이런 램파드 감독의 선수 시절을 아직도 그리워한다. 이런 그가 과거 휘황찬란했던 모습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알고도 어려운 선택 끝에 친정팀에 감독으로 돌아왔는데 1년 만에 떠나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 놓고 봤을 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기대했던 것보다 성적이 나오지 못한다면 수익적인 부분을 비롯하여 차후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 지원이 없었던 부분이 있긴 해도, 팀 레전드이긴 해도 구단은 뜻하지 않게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도 좀 더 고심 끝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더욱이나 팀 리빌딩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말이다.


이렇게 매번 성적, 경기력 등 여타 이유로 감독을 경질한다면 그 어떤 감독이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첼시로 마음 편하게 오겠는가. 기본적으로 팀의 컬러를 입힐 시간만큼은 주었으면 한다. 또 맨날 이렇게 팀 컬러가 바뀌면 선수들도 적응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처럼 공격적인 축구 속에 선수들과 팬들이 좋아하는 만큼 구단은 램파드 감독에게 시간을 더 주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린 아직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램파드 감독의 첼시를 좀 더 오랜 시간 보고 싶으니깐.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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