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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포지션 변화를 통해 달라진 파비안 델프


축구에서 선수들이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다. 전술적인 변화나 부상자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잠깐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는 볼 수 있지만, 전적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아무래도 현대 축구에서는 무엇보다 전문성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방면에서 뛸 수 있는 멀티성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한 위치에서 잘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포지션을 변경해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도 있다. 측면에서 뛰던 긱스는 중앙으로 옮겼고, 풀백이었던 베일은 공격수로 전환했다. 한국에서도 공격수로 뛰었던 차두리가 풀백으로 전환한 케이스가 있다. 다만 그동안 뛰어왔던 포지션을 잘못 바꿨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선수들은 쉽게 포지션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포지션 변경을 통해 오히려 살아난 선수가 있다. 바로 맨시티의 델프이다. 사실 델프를 이야기하자면 마음이 아픈 게 우선이다.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맨시티로 이적했지만, 잦은 부상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경기에 별로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델프가 맨시티에서 지난 2시즌 동안 뛴 경기 수는 40경기지만, 출전 시간은 경기당 43.75분밖에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부상이 길어지다 보니 홈그라운드 제도 때문에 영입된 선수일 뿐이라며 조롱을 받았고, 방출설까지 제기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델프는 역경을 이겨내고 이번 시즌 새로운 변화를 꾀하면서 팀의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현재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는 맨시티의 무서운 상승세로 데 브라위너, 다비드 실바, 아구에로, 스털링 등이 주로 거론되지만 델프의 활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델프는 그동안 보여왔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고 포지션을 변경한 델프


델프의 포지션은 본래 중앙 미드필더이다. 가끔 측면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뛴 적은 있지만, 풀백으로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리그에서 왼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상으로 아웃된 멘디의 빈자리를 대체하고자 실험 삼아 꺼낸 카드가 완벽하게 적중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도 델프가 풀백으로 뛸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언론과 여론도 익숙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델프에 대해서 우려를 했으면 했지, 긍정적으로는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델프는 모두의 예상을 깨면서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해냈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에 믿음으로 보답했다. 그동안 맡아왔던 팀마다 선수들의 위치변화를 자주 시도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델프도 처음부터 곧잘 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원래 뛰던 포지션이 아니다 보니 종종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전체적인 수비라인 조율에서도 잘 맞지 않는 모습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지난 8라운드 스토크시티전에서 측면에서 디우프를 완벽하게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스스로 빠르게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금방 적응하면서 폼을 끌어올렸다. 멘디만큼 폭발적인 공격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공, 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시계방향대로 번리전, WBA전, 아스날전, 레스터 시티전 델프의 히트맵


풀백 경험이 전무하고 본인의 성향과 감각들을 단번에 바꾸기도 어려웠음에도 델프가 빠르게 적응하고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델프 기용법을 보면 알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델프를 일반적인 풀백들과 사뭇 다른 움직임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델프의 장점을 살려냄과 동시에 풀백에서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전술적인 변화를 꾀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풀백들은 수비를 기본으로 하되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주로 움직임이 측면에서만 이루어지게 된다. 기존의 주전으로 나섰던 멘디도 측면에서 거의 윙어처럼 움직이면서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반면 델프는 다르다. 측면에서 움직임을 가져가기는 하나, 중앙으로 많이 들어온다. 일명 인버티드 윙백으로 기용하는 셈이다. 위의 사진은 최근 경기들에서 델프의 활동반경이다. 보시다시피 델프는 측면에서 일직선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게 올 시즌 포지션을 변경한 델프의 모습이다.


델프가 인버티드 윙백으로 기용된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바로 빌드업이다. 맨시티는 올 시즌 전체적으로 중원에서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축구를 보여준다. 실제로 맨시티는 현재 경기당 평균 70.5%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으로서는 중앙에서 공을 오래 소유하기 위해 수적으로 우위가 필요했고, 패싱 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델프가 이 역할에 최적화 되있다고 생각한 거다. 델프가 안쪽으로 들어오면 자연스레 페르난지뉴와 함께 3선을 책임지고 다비드 실바, 데 브라위너와 함께 연계플레이가 가능해진다. 풀백으로 나왔음에도 현재까지 623번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92.8%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4번의 키패스를 통해 1도움을 올린 델프의 스탯적인 부분을 보면 더욱 눈에 띄게 알 수 있다. 또한, 델프가 중앙으로 들어옴으로서 우측으로 치우친 맨시티의 균형도 바로 잡아줄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델프의 포지션 변경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 된 거다. 이번 시즌 포지션 변경이 신의 한 수가 된 델프는 예전과는 달라졌고, 다시 성장하고 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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