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역전 우승을 허용하며 준우승의 아픔을 겪었던 울산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허용하며 준우승의 아픔을 안았던 울산의 지난 시즌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었다. 탁월한 개인 전술을 지닌 에이스의 부재는 곧바로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결정적인 순간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도 비일비재했다. 안일했던 팀 분위기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팀의 전술과 스타일 문제가 가장 컸다. 김도훈 감독은 부임 이후 전임 감독들보다 안정적인 성적(1년차-리그 2위, FA컵 우승, 2년차-리그 3위, FA컵 준우승, 3년차-리그 준우승)을 내왔고, 울산을 한 층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며 우승 경쟁으로 이끌었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이어졌다. 득점을 뽑아내면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할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지나칠 정도로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구단이 긴 시간 이어온 전체적인 팀 스타일을 단번에 바꿀 수 없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이는 온전히 김도훈 감독의 탓으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 분명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시즌 울산의 선수층이 K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상위권에 속해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지난 2월에 펼쳐진 FC 도쿄와의 조별 예선에서 무승부를 거둔 울산
이런 울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걱정과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올겨울 이청용, 고명진, 조현우, 정승현, 윤빛가람 등을 영입하며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따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음에도 팬들의 마음속에 한편으론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도 선수층은 빼어났지만 결국 우승에 실패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답답함만 보여준 기억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시즌 전부터 일부 여론에서는 울산이 우승하고자 한다면 국가대표급 선수 영입이 아니라 감독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초호화 군단을 이끌면서 매 경기 승점을 가져오려면 감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앞선 2월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보여준 울산의 경기력은 참담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재를 감안하더라도 FC 도쿄를 상대로 홈에서 답답한 경기 내용 끝에 무승부를 거두었다. 그것도 상대 자책골 덕에 겨우 얻은 승점 1점이었다. 달라진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전술적으로도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올 시즌 예상외로 공격적으로 달라진 울산
울산의 저조한 경기력이 비추어지자 K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올해에도 전북의 우승을 점치는 분석 및 예측이 많았다.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국내 축구 팬들은 어찌어찌 흘러가다가 결국 이번에도 전북이 우승할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뚜껑을 열어봤을 때 양 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극과 극이었다. K리그 개막이 3개월가량 연기된 가운데 울산은 비판과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그리고 더는 스스로를 무너뜨릴 수 없는 노릇인 만큼 변화를 결심했다는 걸 보여주듯 달라졌다.
울산은 홈 개막전인 상주전부터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우더니 무려 4골이나 넣으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오랜만에 보는 울산의 화끈한 경기력이었다. 이어서 지난 2라운드에선 수원에 2골을 먼저 내주며 패배의 위기까지 직면했지만, 3골을 넣으면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터진 크르피치의 득점에 모두가 울산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이를 뒤집어낸 것이다.
김도훈 감독의 결단이 울산을 180도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런 울산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5시즌 만에 개막 2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된 데에 있어서는 다름 아닌 김도훈 감독의 전술과 스타일의 변화에서 나타났다. 수비적으로 전술을 운용한다는 비판과 보유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우려에 김도훈 감독은 보란 듯이 응수한 셈이다.
울산은 상주전에서 공격적인 라인업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이며 이른 시간 득점에 성공했다. 확실하게 승리를 잡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이후로도 주도권을 완전히 쥔 채 간결한 공격을 바탕으로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상주가 제대로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의 연속이었다.
이어서 수원전은 더 과감한 선택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두 골을 먼저 내준 측면에서 당연한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은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공격적인 강수를 두었다. 한편으론 두 번째 실점한 지 5분 만에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울산이 180도 달라진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김도훈 감독의 승부수는 1분 만에 추격골을 마련했고, 이후 동점골과 극적인 역전골을 만들어내며 승점 3점을 가져왔다.
두 경기에서 뽑아낸 득점만 7골. 1-0, 2-1 소위 '꾸역승'이 많았던 지난 시즌과는 비교될 정도로 달라졌고, 2골 먹으면 3골 넣는 공격축구로 더 화끈해진 스타일을 겸비한 울산이 된 것이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서 기대되는 울산
지난해 울산은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하며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사실 승점이 같았지만, 다득점 원칙에 따라 1골 차로 밀려나면서 2위에 머무르게 된 울산이었다.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10골을 먹었어도 2골만 더 넣었으면 우승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울산엔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때문에 김도훈 감독은 연말내 칩거하며 절치부심했다. 새해 동계 전지훈련 출사표로 '공격'을 내걸었고,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실을 조금씩 맺어 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이제 고작 2경기밖에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울산의 변화에 대해 판단하기는 섣부르다. 게다가 이렇게 잘 나가다가도 중요한 순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울산이 지난 시즌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부분이다. 충분히 지금의 모습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만 있다면 15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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