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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의 추가 골이 나오자 기뻐하는 대표팀 선수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출발이 좋다.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제압하고 남미 강호 칠레와 무승부를 거두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뜨거운 축구 열기를 이번 평가전까지 가져왔다.


벤투 감독은 "이번 평가전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색깔을 보여주었다. 아직 개선할 부분도 많다. 다만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앞으로가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대표팀 스타일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벤투 감독이 대표팀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이 부임하고 대표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달 김판곤 위원장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볼을 소유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철학을 추구하는 감독을 찾겠다."라고 말했었다. 이는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하면서 전진 패스, 전진 드리블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공격 전개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김판곤 위원장이 말한 철학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대표팀 색깔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강팀을 상대로도 우리만의 축구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은 강팀 만나면 실수를 반복하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주었다. 빼앗긴 주도권은 패배로 이어졌고 선수들의 자신감마저 빼앗아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사소한 실수는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로 주도권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축구를 최대한 보여주었다.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철학에 천천히 적응해 나가는 게 눈에 보였다. 짧았던 훈련 기간을 고려한다면 다음 소집 때는 벤투 감독 전술에 더 잘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vs 코스타리카 선발 포메이션


한국 vs 칠레 선발 포메이션


주도권을 쉽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정된 빌드업이 크게 작용했다. 대표팀은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백 4명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후방 빌드업을 가져졌다. 세 명이 후방에 위치해 스리백을 형성하고 한 명이 전방에 위치해 공, 수를 연결해주는 형태였다. 후방에서부터 안정적인 빌드업은 최전방까지 공을 소유하면서 전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추가로 단번에 최전방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성용의 롱킥도 빌드업 과정 중 하나였다.


한편 공격 시에 2선 미드필더들은 서로 자유롭게 스위칭하면서 세밀한 패스와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역습 시에는 빠른 스피드와 간결한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위협했다. 최전방 공격수도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리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여기에 윙백들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공격시 수적 우위도 점했다. 무실점을 달성한 만큼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칠레전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 흔들리면서 고전했던 부분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대표팀은 수비 시에 4-4-2 포메이션 대형을 유지했다.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전방에 두고 측면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가 포백라인 앞에 위치해 두 줄 수비를 구축했다. 벤투 감독은 '하이브리드 전술'을 활용해 공격과 수비할 때 다른 포메이션으로 공수밸런스를 유지했다.


짧은 훈련 기간이었음에도 선수들이 빠르게 전술에 녹아들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벤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크게 공격, 수비, 골키퍼, 체력 4가지 부분으로 나뉘어 지도를 받았다. 일대일 과외까지 받을 정도로 코치들은 세세하게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확실히 전문적인 코치진들이 함께하니 훈련 분위기도 좋아지고 경기력도 향상될 수 있었다.


협회와 팬들은 벤투 감독을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지난달 20일 입국한 벤투 감독은 선수를 분석할 시간도 부족했고 훈련 기간도 짧았다. 그런데도 이번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 선수들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도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면 더 많은 훈련과 경기를 거쳐야 한다. 대표팀의 경우는 클럽팀들과 달리 매일 같이 훈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해진 기간에만 소집돼서 훈련하기 때문에 벤투 감독의 전술과 훈련시스템이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달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물론 그전에 평가전도 있고 내년 1월에는 아시안 컵도 앞두고 있다. 팬들은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는 시행착오가 있듯이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고작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승리하면 좋겠지만 패배를 하더라도 비판하지 말고 감싸주고 인내해야 한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천천히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면 된다. 다만 중간에 힘들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번 발을 내디딘 이상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올라가 봐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실패를 겪어왔다. 장기적인 플랜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매번 임시방편만 내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변화해야 한다. 협회, 언론 그리고 팬들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주어야 한다. 다시는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실패를 잊지 말고 벤투 감독을 믿고 기다려보자. 대한민국 축구 팬으로서 앞으로 더 나은 대표팀이 되길 바라며 벤투 감독을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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