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의 철저한 계산 속에 승리를 거둔 토트넘 [강동훈의 펄스나인]

전술적 변화로 승리를 거머쥔 조세 무리뉴 감독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 전술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왔다.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답답함만 가득 떠안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유효슈팅 한 차례도 때리지 못하면서 무승부를 기록하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에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토트넘이 전술적으로 변화가 없다면 어려움이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날은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만큼 두 팀 간의 비교도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로 나왔다. 토트넘이 지난 13일 새벽 아스날에 2-1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무리뉴 감독은 자칫 잘못하면 최대 위기 속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택했고, 이 부분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면서 분위기를 뒤바꾸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 아스날전 선발 포메이션

토트넘은 이날 아스날을 상대로 4-4-2 대형을 준비해왔다. 시즌 재개 이후 줄곧 4-3-3 혹은 4-2-3-1 대형을 활용해오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이는 무리뉴 감독이 어떻게 해서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다짐 하에 아스날의 특징과 틈새를 정확히 파악, 파고들면서 들고나온 전술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일차적으로 아스날이 잘하고자 하는 것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스날은 스리백으로 변경한 이후부터 좌우 윙백들과 측면 공격수들이 호흡을 맞추며 좋은 찬스를 만들어왔는데, 무리뉴 감독은 이를 차단하고자 4-4-2 대형을 통해 두 줄 수비를 가져갔다. 좌우 윙어에 위치한 모우라와 시소코로 하여금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풀백을 돕도록 한 셈이다.

토트넘 4-4-2 대형

이는 어느 정도 주효했다. 아스날은 오리에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 득점을 뽑아내긴 했으나, 이날 전체적으로 측면에서 생각만큼 위협적이진 못했다. 실제 지난 레스터 시티전에서 각각 6번, 2번의 크로스를 시도한 티어니와 베예린은 이번에 3번, 1번에 그쳤다. 티어니의 경우 드리블 돌파 성공도 2번에서 1번으로 줄었다.

반면 토트넘의 경우 모우라와 시소코는 도합 클리어링 2회. 태클 12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하는 등 수비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기존에도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오긴 했으나, 이번 경기만큼은 상대가 잘하는 걸 확실하게 차단하고자 한 전술적 변화가 승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 히트맵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상대가 잘하는 걸 묶어내기만 한 데서 그치지만은 않았다. 전술 변화 속에서도 특유의 역습으로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혔다. 무리뉴 감독은 투톱에 손흥민과 케인을 배치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역습을 주문했다. 특히 스피드가 빠르고, 스프린트도 뛰어난 손흥민을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활용하면서 역습은 물론이고 공격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중심축으로 활용했다. 사실 스리백에 투톱은 그리 효과적이진 않지만, 손흥민에게 프리롤 역할을 부여하면서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했다.

그리고 결국 실점한 지 2분 만에 손흥민은 전방에서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기회를 잡았고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이날 팀 내 최다 유효슈팅(3회), 스프린트(19회)를 기록하는 등 전방에서 모처럼 제대로 된 공격적인 역할을 소화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전방에 배치한 게 신의 한 수로 작용한 셈이었다.

변화를 통해 승리를 거머쥔 토트넘

이처럼 토트넘은 본래 활용해오던 전술에서 변화를 주면서 상대가 잘하는 걸 완벽하게 묶어내고, 본인들이 잘하는 걸 보여주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무리뉴 감독이 변화를 주었고, 특히 손흥민의 위치를 바꾼 부분이 승리를 거두는 데 있어서 주효했다. 이날 경기는 모처럼 무리뉴 감독이 전술적으로 돋보였던 경기였고, 그의 전술 변화에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Sofa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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