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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전남을 떠나는 유상철 감독


이번 시즌만 벌써 4번째 감독들의 사임 소식이다. 지난 4월 서울의 황선홍 감독을 시작으로 5월에는 인천의 이기형 감독, 이달 12일에는 강원의 송경섭 감독이 사임했다. 그리고 어제는 유상철 감독이 스스로 감독직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해 12월 많은 기대를 안고 전남 지휘봉을 잡았지만, 감독직에 앉은 지 불과 1년도 채 안 돼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지난 15일 강원 전에서 패하면서 팀이 6연패에 빠지게 되었고, 12위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사퇴에 가장 큰 이유였다.


전남과 이별을 선택한 유상철 감독, 그의 떠나는 뒷모습이 그저 아쉽기 짝이 없다.



올 시즌 유독 운이 없었던 전남


이번 시즌 유상철 감독의 전남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운이 없었다.'


사실 전남은 개막전에서 '강호' 수원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첫 출발은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이후 계속해서 승리를 쌓지 못했고, 지금까지 23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밖에 하지 못했다. 


물론 유상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첫 시즌이고, 오랜만에 K리그 감독으로의 복귀인 만큼 전술적으로나 운영능력에서나 부족함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시즌 유독 많았던 전남의 부상자 수와 공격에서 좀처럼 터져주지 못한 걸 생각하면 운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실제 전남은 김영욱, 허용준, 박준태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공백이 자주 생겼고, 중국 슈퍼리그에서 야심 차게 데려온 공격수 하태균은 지금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유상철 감독을 실망시켰다. 또한, 외국인 용병들도 저조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유상철 감독을 도와주지 못했다. 포항에서 데려온 완델손은 3골밖에 넣지 못했고, 광주에서 영입한 마쎄도는 2골이 전부였다. 특히 마쎄도는 탐욕적인 플레이와 좋지 못한 행동들로 비난을 받을정도로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 결국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기대를 가득 모았던 하태균의 침묵, 외국인 공격수들의 저조한 활약에 전남은 골 가뭄에 시달려야 했고, 23경기 동안 21골로 가장 득점이 적었다.


유상철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보다는 얇은 선수층과 선수들의 부상, 부진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공격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고 보는게 더 맞고, 성적 부진도 불운이 계속 되면서 나타났다고 보여진다. 


유상철 감독의 사임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유상철 감독처럼 팀 성적이 부진하다면 감독으로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해임한다는 소식은 언제나 아쉽고,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구단의 운영정책이 잘못된 상황에서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더욱더 그렇다. 이번 유상철 감독의 사임이 바로 그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가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유상철 감독의 사임을 놓고 봤을 때, 유상철 감독의 지도력 자체의 문제보다는 구단의 운영정책을 탓하고 싶다. 물론 전적으로 구단의 운영정책만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보여온 전남의 행보를 보면 유상철 감독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다.


먼 과거까지 가지 않아도 2010년 들어서 전남은 무려 5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다. 8년간 5번의 감독, 사실상 감독들이 두 시즌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 사임을 해왔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구단이 감독들을 믿고 지지해주지 못하고, 계속해서 감독에게만 책임을 돌린채 똑같은 패턴만 반복해온거다. 물론 성적이 부진하고, 팀이 강등권에 머무른다면 구단에서는 당연히 변화를 주는 게 맞는 선택이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잦은 감독 변화로 팀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채 매 시즌을 보내다보니 성적부진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업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투자가 없었다. 전남의 최근 이적시장 기록을 살펴봐도 1군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 영입은 없었고, 오히려 주축 선수들을 이적료를 받고 떠나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한때는 외국인 용병 없이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물론 구단의 재정적인 부분이 악화하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런 악순환이 끊이질 않고 계속 이어지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맡아도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실제 이번 시즌에도 유상철 감독은 외국인 용병 교체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여름이적시장에서는 J리그에서 뛰는 양동현 영입을 추진했으나 이적료를 맞추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렇게 구단의 운영정책과 감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모든 잘못을 감독탓으로만 돌리니 이번 유상철 감독의 사임이 아쉬움만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감독으로서는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팀을 어떻게 해서든 이끌고자하지만, 구단에서 도와주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는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전남의 부진한 성적을 유상철 감독에게만 떠미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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