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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고 기뻐하는 본머스 선수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아마 가장 충격적인 경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새벽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본머스와 첼시 경기에서 본머스가 무려 4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승리했다. 본머스가 첼시를 상대로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승리한 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본머스는 첼시에게 매번 약했고,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패배를 한 적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하우 감독은 사리 감독의 특징과 틈새를 완벽하게 파헤치면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본머스는 지난 새벽 첼시전에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지만,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첼시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해냈다. 오히려 본머스가 역습을 통해 만들어낸 결정적인 찬스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지으면서 앞서나갔다. 또한, 90분 내내 쉴 새 없이 압박을 시도하면서 첼시를 몰아쳤다. 하우 감독의 기본적인 전술적이기도 하지만, 첼시가 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 전술이기도 했다. 올 시즌 사리 감독의 첼시는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데, 본머스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높은 위치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본머스의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팀 활동량 부분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는 본머스 선수들은 첼시를 상대로 쉴 새 없이 달렸다. 최전방에 위치한 조슈아 킹부터 최종수비라인까지 모든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뛰면서 첼시 선수들에게 달라붙어 압박을 가했다. 이날 본머스 선수들은 그야말로 쉬지 않고 움직였다.



본머스의 공격 시 움직임(왼쪽)과 수비 시 대형 


어느 중하위권 팀들이 강팀을 상대할 때 완전히 내려앉으면서 수비적으로 나오듯, 이날 본머스도 첼시를 상대로 마찬가지였다. 본머스는 중앙수비를 디펜시브 써드 지역에만 머무르게 하면서 수비에 무게감을 많이 실었다. 풀백들도 오버래핑을 줄이고 중앙수비와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수비대형을 유지했다. 풀백들이 중앙 쪽으로 움직이면서 생긴 측면 공간은 윙어들이 내려와 커버했고, 2선 중앙 미드필더들도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와서 포백을 보호했다. 완전히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첼시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은 셈이다.


실제로 68%의 점유율을 가져간 첼시는 본머스 진영에서 계속 머물면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슈팅 숫자는 본머스보다 한 개 적은 11개를 기록했고, 유효슈팅은 7개로 같았다. 올 시즌 90분당 평균 3.2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한 아자르도 이날 1회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90분 내내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던 첼시는 본머스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공격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2번의 슛과 11번의 크로스를 차단한 본머스의 탄탄한 수비력 또한 대단했다.


조직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한 본머스는 압박 또한 굉장히 좋았는데, 첼시가 수비진영에서 공을 소유할 때부터 압박을 강하게 시도했다. 특히 킹과 브룩스의 1차 압박라인이 생각보다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 두 명의 공격수는 일직선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을 저지하고자 달려들었다. 또한, 사리볼에서 가장 중요한 조르지뉴를 상대로 동시에 압박을 가하면서 패스 줄기를 차단했다. 이날 조르지뉴는 압박에 시달리면서 51번밖에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경기당 83.4개의 패스를 성공시킨 거에 비해 확실히 적은 기록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후반 18분에 나온 브룩스의 골 장면은 브룩스와 킹이 압박을 통해 가로채서 만들어냈다. 이날 본머스의 전방압박은 대성공이었다.


이날 공, 수에서 만점 활약을 보여준 조슈아 킹


그렇다면 첼시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은 본머스가 대량 득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올 시즌 본머스의 전술적인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하우 감독이 선택한 빠르고 간결한 역습이었다. 본머스는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을 가로챈 뒤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패턴을 주로 사용하는데, 첼시를 상대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이번 시즌 본머스가 역습을 통해 넣은 골은 6골로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많다.


본머스는 전방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역습이 아닌 동료들과의 패스 플레이를 통한 간결하고 빠른 방식의 역습을 택했다. 하우 감독은 원터치 패스 혹은 전방으로 찔러주는 땅볼 패스를 통한 공격을 계속 주문했고, 첼시는 본머스의 이런 역습에 휘둘리고 말았다. 첼시는 기본적으로 선수들 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라인을 상당히 끌어올렸는데, 이 때문에 수비 뒷공간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나온 골들도 보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후반 18분 압박으로 끊어낸 뒤 넣은 골 장면과 후반 29분 하프라인에서 찔러주는 패스로 넣은 골 장면 모두 수비 뒷공간을 공략해서 나왔다. 본머스의 패스 한 방에 첼시는 무너진 것이다.


본머스는 역습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고자 측면 공격으로도 첼시를 괴롭혔다. 아무래도 첼시 선수들이 중앙에 많이 밀집되어 있고, 아자르와 페드로가 수비 가담을 많이 하는 유형이 아니다 보니 측면은 다소 약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첼시의 풀백들은 하프라인 넘어서까지 위치했기 때문에 본머스 선수들은 풀백 뒷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스타니슬라스와 프레이저는 물론이고 킹과 브룩스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면서 측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본머스는 공격 전개 시 에 좌, 우 측면이 71%를 차지했고, 4골 모두 측면이 득점의 시발점이 됐다. 결국 종합해봤을 때 첼시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나온 하우 감독이 이번 라운드에서 이변을 만들어내면서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이 본머스가 더 강해진 건 하우 감독의 역량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나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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