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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주전에서 만석을 기록한 대구 DGB 파크


이번 시즌 K리그의 가장 핫 한 팀을 뽑자면 대구이다. 올 시즌 대구의 축구 열기는 뜨거움을 넘어서 핫한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이런 대구가 이렇게까지 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드레 감독의 역습을 가미한 공격 중심의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의 활약,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세징야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 개장한 홈구장, 대구 DGB 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K리그가 12라운드까지 치러진 가운데, 대구는 홈 7경기 중 4경기를 만석으로 가득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광저우전에서도 만석을 채우면서 대구의 홈경기는 거의 매번 팬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정말이지 대구가 홈에서 치른 10경기 중 5경기나 만석을 채웠다는 건 대단할뿐더러 믿기지 않는 일이다. 지금껏 K리그에 참가한 이후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구가 만석을 채워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그렇다.



매 경기마다 관중이 가득차 보이는 대구 DGB 파크


대구의 이례적인 만석 기록을 말하기에 앞서서 한 가지 알고 가야 할 사실이 있다. 올 시즌 대구는 기존의 사용하던 대구 스타디움에서 대구 DGB 파크로 홈구장을 새롭게 이전했다는 부분이다. 대구가 만석을 채울 수 있었던 이유도 사실 이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대구가 사용했던 대구 스타디움은 66,422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으로 상당히 규모가 큰 구장이었다. 사실상 냉정하게 놓고 봤을 때 매 시즌 흥행에 실패하면서 관중 수가 줄어드는 K리그의 상황 상 6만석 이상을 채우는 건 터무니없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대구는 구장의 규모를 대폭 줄인 대구 DGB 파크로 옮기면서 올 시즌 5번이나 만석을 기록했고,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되었다.


대구 DGB 파크는 12,4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당히 작은 규모의 구장이다. 어떻게 보면 관중석 수가 5배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만석을 채우는 게 쉬워졌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대구의 평균 홈경기 관중 수가 3천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2,000명을 채우는 건 대구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대구 스타디움과 비교했을 때 대구 DGB 파크의 위치는 대구 중심지에 있고, 교통편도 훨씬 편리해졌다는 걸 고려하면 관중 수의 유입은 증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홈구장의 규모를 줄인 게 시각적인 부분에서 효과를 봤고, 이게 팬들의 유입을 자연스레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축구에 대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걸 말해보고 싶다.


지난 시즌까지 대구 스타디움에서 저조한 관중 속에 경기를 치렀던 대구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의 인기는 하락세였다. 대구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이는 연맹의 부족한 운영 및 행정정책, 기대 이하의 경기력, 특정 팀의 독점적인 우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팬들이 K리그에 실망했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발길을 끊은 게 주원인이었다. 사실상 수도권 몇몇 팀과 우승팀을 빼놓으면 팬들의 유입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팬들의 줄어든 유입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이유로는 경기장의 시각적인 효과도 있었다. 현재 K리그 구단들이 사용하고 있는 축구 구장들은 대부분이 과거 2002 월드컵 당시에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구장으로 6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앞서 말한 대구 스타디움도 해당된다) 하지만 팬들의 유입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규모만 큰 구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규모가 큰 구장은 매 경기마다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 자주 비춰졌고,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끊기게 만들었다. 실제 일부 팬들은 “관중석만 봐도 K리그가 예전처럼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텅 빈 경기장을 보면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라고 의견을 남길 정도였다. 그만큼 시각적인 효과가 팬들의 관심을 좌우하는데 큰 영향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구는 이런 시각적인 효과 부분에 변화를 주었고, 올 시즌 흥행 바람을 불러왔다. 대구는 경기장의 규모를 줄이면서 K리그 평균 관중인 7~8천명만 들어와도 경기장이 생각보다 꽉 차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에 따라 팬들은 생각보다 많아 보이는 관중 수에 하나둘씩 관심을 갖고 모여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관중들의 유입이 증가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규모를 줄이면서 어느 정도의 관중이 오더라도 풍성하고 열기 높은 경기장으로, TV 화면 속에서 축구 열기가 가득한 구장처럼 보이는 효과를 바탕으로 한 번쯤은 찾아가고 싶은 경기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거다.


2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번리의 터프 무어 구장은 매 경기마다 가득차 보인다.


이러한 대구 DGB 파크의 시각효과와 흥행 바람을 보면 K리그 구단들과 연맹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구장들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행정적인 부분과 건설비용에 들어가는 자금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FIFA가 주관하는 국제 대회를 추진할 때에도 필요한 구장들이기에 변화를 가져간다는 건 많은 시간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사업 추진에 들어가고 천천히 계획하면서 준비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시즌 K리그가 흥행하면서 좋은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언제 또다시 끊길지 모르는 일이다. K리그의 흥행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올 시즌 대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홈구장의 규모, 홍보 정책 등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팬들의 유입을 늘려가야 한다. 이는 K리그 구단들이 대구를 보면서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해외 구단들을 보면서 K리그가 배워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봐도 구장의 규모는 평균 2만석에서 3만석 사이이고, 큰 경기장은 4만석에서 6만석 이상까지 수용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인기가 상당하기에 4만석에서 6만석 이상까지 규모가 되도 매 경기마다 관중이 가득 찬다. 물론 평균 2만석에서 3만석 사이의 구장들도 만석을 채우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K리그의 인기는 이제 다시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이고, 리그에 대한 규모 자체도 아직 작은 데 무작정 구장의 규모만 크게 운영하는 건 결코 좋은 건 아니다. 팬들의 유입을 증가하고자 하면, 차라리 규모를 줄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번리 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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