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혁신을 불러일으킨 과르디올라 감독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면서 동시에 올 시즌부터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새롭게 규정한 경기 규칙을 도입했다. 핸드볼, 드롭볼, 교체, 페널티킥, 코칭스태프 경고 등이 새롭게 변경된 규정의 대표적인 예다. (규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s://false-nine.tistory.com/entry/6월부터-달라지는-국제-축구-규정-무엇이-있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 규정도 바뀌면서 이제부터는 골킥 시에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을 벗어나지 않아도 공을 건드리는 순간부터를 인플레이로 규정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골키퍼가 골킥을 찰 때 모든 필드 플레이어는 박스 바깥에서만 공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박스 안에서도 공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최근 현대 축구에서 후방 빌드업이 중요시되면서 규정도 그에 따라 알맞게 변화한 것이다. 당연히 후방 빌드업을 자주 하는 팀들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특히 후방 빌드업을 가장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잘하는 맨시티가 새롭게 바뀐 규정 속에서 전술적인 변화를 꾀하며 올 시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맨시티의 새로운 후방 빌드업, 사각 빌드업
지난 시즌 맨시티는 후방 빌드업을 가장 많이 시도한 팀 중 한 팀이다. 맨시티는 매번 골킥 상황이 되면 중앙 수비수 2명이 페널티 에어리어 양쪽 사이드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골키퍼의 골킥을 받을 준비를 했다. 이후 골키퍼가 한쪽으로 패스를 주면서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는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해오는 팀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 아무리 라포르테, 스톤스, 오타멘디 등 중앙 수비수들이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다지만 언제까지나 불안 요소는 따른 셈이다. 그렇기에 때에 따라서는 후방에서 천천히 풀어 나오지 않고 곧바로 전방으로 길게 연결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난 시즌 후방 빌드업시 상황
하지만 맨시티는 규정이 새롭게 바뀌면서 올 시즌부터 빌드업 형태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페인, 독일 무대를 거쳐 잉글랜드에서도 다시 한번 더 현대 축구 전술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맨시티는 지난 4일 커뮤니티 실드 리버풀전에서 4-3-3 포메이션을 들고나오면서 기존과 별다르지 않은 대형을 택했다. 브라보 골키퍼 앞에 진첸코, 오타멘디, 스톤스, 워커가 포백을 구성했고, 다비드 실바, 로드리, 데 브라이너가 미드필더진을 구축했다. 최전방에는 사네, 스털링, 베르나르도 실바가 스리톱으로 나섰다. 맨시티는 여느 때와 같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끊임없이 주문하면서 다양한 대형을 만들면서 리버풀을 상대했다. 그리고 여기서 색다른 후방 빌드업 형태를 보여주었다.
후방 빌드업시 오타멘디를 끌어내린 장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골킥 상황에서 오타멘디를 끌어내려 브라보 옆쪽으로 옮기고, 로드리를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 위치시켰다. 그러자 오타멘디 옆에는 브라보, 로드리 옆에는 스톤스가 위치하게 되면서 4명의 선수가 하나의 사각형을 이루어 새로운 형태의 후방 빌드업이 완성됐다. 이는 다소 파격적이고 생각지도 못했으며, 실제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해오는 리버풀을 상대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방 압박이 심한 리버풀의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동시에 순간적으로 측면에 빈공간을 만들어내면서 공을 앞으로 전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선택 방향이 있어 상대 공격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빌드업 형태
물론 클롭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을 빠르게 읽으면서 이후에는 리버풀의 맞춤 전술에 흔들리면서 맨시티의 빌드업이 무뎌지긴 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해봤고,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새롭게 만들어낸 전술은 또 다른 혁신을 불러일으킬 준비 중이고, 맨시티가 한 단계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르디올라 감독 주도하에 맨시티는 유연함 속에서 새로운 규정에 대처하며 또 다른 진화를 선보였다. 더 이상 제한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의 빌드업을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얼마나 더 창조적이며 색다른 변화를 추구할지 기대를 모으면서 동시에 올 시즌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이 어떻게 발전할지, 어떠한 색다른 전술이 또 탄생할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대 축구 전술 속에서 더 즐겁고 흥미진진한 축구를 관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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