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치 시티의 파크 감독과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연출됐다. 경기에 앞서 대다수 언론과 여론은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홈 팀 노리치 시티가 맨시티를 잡아내면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맨시티 선수 대다수가 A매치를 치르면서 FIFA 바이러스에 걸렸다기보다는 노리치 시티가 잘 분비해 나왔기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오히려 부상자가 많았던 노리치 시티가 베스트11을 가동할 수 없었다)
노리치 시티는 다른 중하위권 팀과는 다르게 맨시티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단 전체가 의지 투합해 맞서 싸우는 형태를 가져갔다. 그리고 노리치 시티의 승리는 파크 감독의 철저한 맨시티 전술 분석과 대응 전략이 빚어낸 결과로 이어졌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가 리그에서 매번 상대를 압도하던 것을 완벽에 가깝게 봉쇄하고 맨시티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데 따른 분석이다.
㉮ 하프 스페이스 공간 차단
강한 맨마킹에 고전한 다비드 실바
파크 감독은 맨시티를 상대로 4-2-3-1 대형을 들고나왔지만, 선수들 간의 폭이 상당히 좁은 전술 형태를 취했다. 이는 맨시티에게 최대한 공간을 주지 않겠다는 파크 감독의 의도였다. 특히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체제에서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완전히 틀어막고자 했다.
노리치 시티는 수비 시 더블 볼란치로 나선 맥린과 테테위가 다비드 실바와 귄도간이 파이널서드 지역에 들어오면 계속해서 따라붙어 놓아주지를 않았다. 공격 전개 시 중심점이 되는 두 선수를 막아 맨시티의 공격 패턴을 단조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맨마킹에 묶인 다비드 실바와 귄도간은 공격 전개 시 원활한 패스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됐고, 후반 12분 교체되기 전까지 두 선수는 각각 패스 성공 38회, 30회밖에 하지 못했다. 이는 70%의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간 맨시티 그리고 평소 많은 패스를 보여주는 두 선수가 노리치 시티의 압박에 휘둘리며 원활한 공격 진행을 하지 못했음을 그대로 나타낸다.
㉯ 로드리 봉쇄
로드리 역시 맨마킹에 고전했다.
맨시티의 미드필더는 다비드 실바와 귄도간만 묶인 것만이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마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파크 감독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슈티퍼만에게 공격적인 역할보다 수비적인 역할에 더 치중시켰는데, 같은 위치에서 맞부닥뜨리는 로드리를 집중적으로 견제하게 했다. 실제 슈티퍼만은 슈팅, 드리블 돌파 등 공격적인 움직임이 하나도 없었지만, 태클 시도 4회, 가로채기 2회, 클리어링 1회 등 수비적인 움직임은 활발했다.
그리고 이는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은 물론이고, 공격 전개 시 시발점이 되는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을 막게 되면서 공격에서 유연성과 창의성을 잃게 했다. 특히 전진 패스의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 변칙 수비 라인
양 팀 선수들의 평균적인 위치
파크 감독은 맨마킹으로만 맨시티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공간을 차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변칙적인 수비를 통해 맨시티 공격을 막아냈다.
위의 노리치 시티와 맨시티전 분석을 토대로 나온 양 팀 선수들의 평균적인 위치처럼 노리치 시티는 스리백에 가깝게 수비라인을 운영한 걸 알 수 있다. 이는 맨시티 선수들의 위치를 보다시피 아구에로, 스털링,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진첸코가 전반적으로 왼쪽에 치우쳐 공격을 전개했는데,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상대 수비를 측면으로 끌어내린 뒤 중앙과 측면의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맨시티 공격 특징을 감안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수비였다고 할 수 있다.
맨시티가 이번 노리치 시티전에서 그 많은 슈팅을 때려내는 동안 왼쪽 측면에서만큼은 단 2번의 유효슈팅에 그친 건 다 이유 있는 일이었다.
㉱ 중앙 집중형 공격
노리치 시티의 공격진들은 중앙으로 밀집한 형태를 취했다.
파크 감독은 이날 공격에서도 변화를 꾀했는데, 공격 시에 상대적으로 측면보다는 중앙에 집중하면서 강한 전방 압박을 지시했다. 맨시티의 좌, 우 풀백을 뚫어내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핵심 수비수 라포르테가 없는 상황 속에서 오타멘디와 스톤스의 불안한 수비라인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노리치 시티는 최전방 공격수 푸키를 중심으로 2선에 위치한 캔트웰, 슈티퍼만, 부엔디아가 공격을 진행했는데, 이들 모두 중앙에 집중적으로 위치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면서 맨시티의 수비진을 공략했다.
실제 전반 27분 득점 장면을 보면 노리치 시티는 역습 시에 공격진들 대부분이 중앙에 위치하여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특히 왼쪽 윙어 캔트웰은 푸키와 함께 투톱처럼 움직이다가 돌아 들어가면서 골을 기록했다. 후반 4분 득점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선수들이 중앙에 밀집한 채로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여 오타멘디의 공을 가로챘고, 이를 곧바로 골로 연결했다. 이 밖에도 노리치 시티 공격진들은 꾸준하게 중앙에 위치하면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이처럼 노리치 시티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본인들이 잘하는 것을 극대화한 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기에 맨시티를 잡아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안일했던 맨시티를 비난하기보다는 파크 감독의 용병술 그리고 노리치 선수들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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