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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무너진 에버튼


시즌 초반 에버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개막 이후 6경기 동안 2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기에 이해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다른 중상위권 팀들과 경기 일정을 비교했을 때 수월했던 부분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난 주말 에버튼이 홈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0-2로 패배하면서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냈다. 3라운드 아스톤 빌라에게 발목을 잡힌 것도 모자라 이번에도 승격팀에게 무너졌다. 더욱이나 홈에서 득점 없이 2골을 내준 채 받아들여야 했던 패배이기에 그 충격이 더하다.


아무리 저번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선수단에 변화가 많다고는 하지만, 전통의 강호 에버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표이다. 그렇다면 에버튼은 올 시즌 왜 이렇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무너진 것일까.


우선 에버튼이 무너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결정력 부재, 수비의 불안, 전체적인 팀 밸런스 문제,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조직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전체적인 팀 밸런스 문제가 패배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에버튼은 이날 2선에는 베르나르드, 시구르드손, 히샬리송이 배치됐고 중원에는 델프와 슈나이덜린이 투 볼란치로 나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에버튼의 무게중심은 앞쪽으로 쏠려있었고, 결국 이는 수비의 불안함을 초래하면서 무너지는 데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팀의 균형을 잡지 못했던 슈나이덜린


에버튼은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팀 밸런스가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았었다. 실제 에버튼은 지난 시즌 최소 실점 5위(46실점)에 올랐는데, 이는 아스날, 맨유보다 적은 실점 기록이다. 이는 본래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게예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게예가 후방에서 버텨주고 있는 에버튼은 아무리 슈나이덜린, 고메스가 전방에서 자주 머무르며 공격에 가담한다고 하더라도 수비에서 불안감이 적었고, 공수 균형도 잘 잡혔다.


하지만 게예가 파리 생제르망으로 떠난 현시점에서 에버튼은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고, 당연히 중원에서 균형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 올여름 마인츠로부터 장-필리페 바민을 데려오긴 했으나, 아직 리그 적응을 마치지도 못한 채 2라운드 왓포드전 이후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뒤 회복 중이다. 그나마 현재로서 제일 나은 선택지인 델프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델프는 수비를 전문적으로 도맡아온 선수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에버튼은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가운데 팀 밸런스가 흔들리고 수비적인 문제가 나타나면서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실점(9실점), 1승 3패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며 패배를 수용하는 부분에 있어 마르코 실바 감독의 책임이 뒤따른다.


자책골을 비롯하여 수비에서 실책을 자주 보인 미나


하지만 에버튼의 부진을 마르코 실바 감독에게만 떠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보드진이 선수 영입에 있어서 편향적이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버튼은 최근 들어 파하드 모시리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지난 3시즌 동안 영입한 선수들은 대다수가 공격 쪽에 치우쳤다. 모이스 킨, 이워비, 시구르드손, 히샬리송, 베르나르드, 토순, 월콧, 루니, 산드로 라미레스, 블라시치, 클라선 등이 대표적이다. 공격 개편이 시급했던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수비에서 다소 무심했던 부분에 있어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당장 올 시즌만 봐도 조우마가 임대 복귀하면서 첼시로 돌아가고, 자기엘카는 계약만료로 떠난 가운데 에버튼이 보유하고 있는 중앙 수비 자원은 킨, 미나, 홀게이트가 전부이다. 경쟁 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도 부족한 숫자이며, 한 명이라도 부상을 입는다면 로테이션을 제대로 돌리기는커녕 불안함만 커진다. 하지만 에버튼은 올여름 제대로 된 중앙 수비 영입을 하지 않았고, 끝내 수비의 불안정함을 갖고 시즌에 돌입했다가 초반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경기 수가 많이 남은 만큼 팀을 잘 재정비한다면 더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프리미어리그를 놓고 봤을 때 시즌 초반부터 부진이 이어진 팀이 후반부로 갈수록 나아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앞으로 전술적인 변화를 꾀하면서 반등을 일궈내야겠지만, 투자에 비해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단 보강에 있어서 신중하고, 팀의 부족한 점을 잘 파악해서 그에 알맞은 선수들을 보강해야 한다.


겨울 이적시장까지 아직 3개월가량 남았다. 에버튼으로서는 내년 1월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라겠지만, 우선은 그전까지 잘 버텨낸 뒤에 이적 시장에서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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