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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위기를 자처한 에메리 감독


아스날의 고민이 깊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에메리 감독의 걱정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시즌 5위로 마치긴 했지만 에메리 감독이 부임 첫 시즌이었던 만큼 팀 컬러를 정립하는 시기였고,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에메리 감독의 철학과 전술이 아스날에 녹아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다양한 선수를 영입한 부분도 에메리 감독에 기대감을 모았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에 7500만 유로(980억 원)를 들여 토레이라, 귀엥두지, 소크라티스, 레노를 영입했고, 이번 여름에는 1억 5000만 유로(1900억 원)의 거액을 들여 페페, 티어니, 살리바, 루이스, 세바요스(임대) 등을 데려오면서 선수단을 보강했다. 벵거 감독 시절 투자하지 않은 아스날이 에메리 감독 부임 이후 모처럼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스날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라리 벵거 감독 체제가 계속 유지된 아스날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평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지 팬들이 ‘Emery Out, Wenger In’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현시점에서 에메리 감독의 지지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승격팀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패배한 아스날


아스날은 22일 새벽 승격팀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0-1로 무너졌다. 아스날은 이날 패배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어온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 무승 기록을 깨지 못했을뿐더러 4위 진입마저 실패했다. 올 시즌 원정 5경기 성적 1승 2무 2패로 부진한 성적을 벗어나지도 못했다. 특히 지난 5라운드 왓포드 원정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이번 원정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팀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아스날의 문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침체가 계속되면서 아스날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 아스날은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서 무기력했으며 원정 경기에서도 힘을 못 쓰는 일이 반복됐다. 강팀과의 맞대결이나 원정 경기에서는 전술이나 라인업에 문제를 들어내면서 승점을 잃어버리는 경기가 이어졌다. 지난 새벽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 패배가 그 단적인 예였다.


아스날은 그들의 방식대로 점유율을 68.6%까지 가져갔으나 그뿐이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3백을 중심으로 후방을 강하게 지켰다. 동시에 뒤에서부터 빠르고 간결한 공격 전개를 비롯하여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 압박을 전개했다. 아스날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이 같은 전략에 흔들렸고, 공략하지 못했다. 아스날은 실수도 잦았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된 전진 패스는 없었고 문전까지 공 운반에 실패하며 득점 없이 패배하는 최악의 결과는 맞고 말았다. 실제 아스날이 이날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슈팅 9회밖에 기록하지 못했는데, 이는 올 시즌 리그에서 최저 슈팅 3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유효슈팅(3회)으로 보면 2번째로 적은 수치다.


에메리 감독이 떠나기를 바라는 아스날 팬


실수를 범하면서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한 몇몇 선수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지만, 아스날의 본질적 문제는 따로 있다. 에메리 감독의 전술 문제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하고 4개월이 지난 에메리 감독의 전술은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분명하게 이렇다 할 전술적 특징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플랜 B가 강하다는 평을 받은 반면 확실한 플랜 A가 없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올 시즌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는데, 상대는 아스날의 플레이를 예상하고 맞춤 선수를 내보내면서 대응 전략을 짜고 나오는데, 에메리 감독은 동일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변화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부분이다. 아스날은 시즌 시작 후 얼마 안 되 떠난 몬레알이 콜라시나츠로, 부상 당한 나일스가 챔버스로 바뀐 정도를 제외하고 9라운드까지 라인업에 변화가 없다. 세바요스, 토레이라 이 정도만 로테이션이 되는 수준이다. 매번 동일한 패턴으로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고,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집중력마저 잃게 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전만 하더라도 아스날이 점유율은 70%에 가까울 정도로 앞섰지만 정작 슈팅 횟수에선 1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스날이 공은 오래 소유했지만, 점유가 의미 없는 점유로만 끝나버리는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아스날의 볼 소유는 일정 부분 허용하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간결한 공격, 전방 압박으로 아스날을 공략, 효율 면에서 앞섰다. 결과적으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아스날의 전술을 파헤치며 싸웠으나 아스날은 똑같은 라인업 속에 큰 변함없이 싸우다 또다시 무너지고 만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과거 ‘부상 병동’으로 최악의 명성을 떨쳤던 때와는 달리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 가운데 스스로 무너져 버린 것밖에 더 되지 않는 셈이다. 구단 보드진과 선수들은 아직 에메리 감독을 향해 신뢰를 보내고 있으나 이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며, 팬들의 마음은 이미 조금씩 떠나고 있기에 하루빨리 팀 분위기를 바꿔낼 필요가 있다. 에메리 감독은 전술적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찾고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내가 오기 전 아스날은 충분히 경쟁적이지 않고, 향상될 필요가 있었다. 지난해 나는 팀을 더 경쟁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팀으로 바꿨다.”


에메리 감독이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막상 지난 시즌을 회고해 보면 아스날이 정말 경쟁력이 있었는지, 에너지 넘치는 팀이 됐는지는 확신이 안 선다. 그리고 그 불확신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에메리 감독에게 묻고 싶다. 지금 아스날은 정말로 경쟁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팀이 되었는가. 그 답은 위기에 처한 아스날의 현재가 대신하고 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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