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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먼저 경질 소식을 전했던 그라시아 감독


올겨울 프리미어리그는 감독 경질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며 유독 춥다. 아직 시즌이 중반밖에 치러지지 않은 가운데 벌써 감독교체만 7번째다.


왓포드의 그라시아 감독이 가장 먼저 경질의 씁쓸함을 맛본 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왓포드의 플로레스 감독, 아스날의 에메리 감독, 에버튼의 실바 감독이 차례대로 경질을 당하면서 팀을 떠났다. 그리고 가장 최근 융베리 감독대행과 퍼거슨 감독대행이 떠나고 아르테타 감독과 안첼로티 감독이 각각 아스날과 에버튼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또 다른 의미의 경질이 발생했다.


경질 칼바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트햄의 페예그리니 감독, 사우샘프턴의 하센휘틀 감독, 노리치 시티의 파크 감독 역시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박싱데이 일정 속에서 분위기 반전을 일궈내지 못한다면 프리미어리그는 1월이 오기도 전에 감독교체가 10번이나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지난 몇 시즌을 되돌아봤을 때 이 정도까지 감독들의 잔혹한 결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 시즌 경질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특히 매 시즌 순위싸움이 치열한 리그인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봐야 한다고는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에겐 가혹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유독 잦은 감독 경질, 매서운 경질 칼바람은 왜 일어나는 걸까?



감독 교체로 분위기 반전에 완벽히 성공한 토트넘


우선 직접적인 이유는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감독이 여타 이유로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사실 웬만한 경질 사유는 팀 분위기를 반등 시켜 당장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아무래도 팀이 부진에 빠지면 주전 선수들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비주전 선수들은 포기해서 집중하지 않고 양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감독교체가 일어나면 주전 선수도 다시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하고, 비주전 선수도 새롭게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면서 살아날 수 있다.


팀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동시에 팀의 색깔 역시 바뀌면서 전술적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팀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이전 감독의 전술이 무뎌져 가는 가운데, 새롭게 부임한 감독의 전술은 색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특히 상대 팀들에 예상치 못한 혼선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구단은 팀 분위기를 아예 새롭게 바꾸고자 이와 같은 냉철한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아스날 그리고 아르테타 감독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게 직접적인 이유라면 간접적인 이유는 구단의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하면 하위권의 경우 강등 위기를 맞게 된다. 강등 자체로도 구단에 입는 타격이 상당한데, 더욱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강등을 당하게 될 시에 수익은 크게 줄고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실제 강등 전후를 비교했을 때 중계권료와 스폰서 계약의 규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승격했던 풀럼은 챔피언십에서 머무를 당시 2200파운드(330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았지만, 승격 후에는 중계권료로 1억 파운드(15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화 약 1200억 원의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반대로 상위권의 경우는 성적이 좋지 못하면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는 위기에 놓인다.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던 팀이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면 재정적으로 강등 수준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참가만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1300만 파운드(200억 원)를 확보하고, 승리 수당, 클럽랭킹 수당, 중계권료가 붙으면 최소 3500~4500만 파운드(500~700억 원)의 수익이 따라붙게 된다. 여기에 토너먼트 진출 시 추가 수익까지 발생한다. 하지만 진출에 실패할 시 기존에 수익 구조에 해당했던 유럽 대항전의 수익이 제외되면서 구단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다 보니 구단에서는 팀이 부진에 빠지면 과감한 결정 속에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 선임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프리미어리그는 벌써 7명의 감독이 무대를 떠났고, 앞으로 몇 명의 감독들이 비참한 소식을 더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감독들의 경질 소식을 더는 듣고 싶지 않으나 현실은 냉정하고, 구단들은 위기에 놓인 상황을 좀처럼 기다려주지 못한다. 우리는 안타까운 소식을 어쩔 수 없이 계속 전해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다. 과연 남은 시즌 동안 어떠한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의 수난 시대가 조금은 평탄하기를 바란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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