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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


지난 4일 기성용이 K리그 복귀를 타진한다는 보도가 전해져오면서 많은 K리그 팬들은 기대감을 모았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서 레전드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대형 스타이며, 만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량이 건재한 만큼 K리그로 돌아온다면 팬들로서 볼거리가 많아지고 새 시즌도 흥미로워지겠다는 점에서였다. 오랜 시간 국가대표팀 주장을 지내고, 유럽에서 10년을 활약한 선수가 K리그로 돌아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대감을 상승시킨 기성용이다.


물론 기성용의 복귀는 장벽에 부딪히면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자유계약으로 풀려난 기성용은 처음엔 자신의 유일한 K리그 소속팀이었던 서울과 접촉했으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 본인의 마음을 상하게 한 행동에 실망했다. 기성용은 이에 다른 K리그 팀으로 눈을 돌렸고, 때마침 최고 대우는 물론이고 기성용의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전북과 상당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이 우선협상권에 따른 위약금 문제를 들이밀면서 타 구단 이적이 어려워졌다. 이에 기성용의 K리그 복귀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에 서울이 기성용과 재차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원만한 결과물을 얻어내면서 기성용의 서울 입단, K리그 복귀는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2009년 셀틱으로 떠난 뒤 3710일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기성용의 금의환향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은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어제 기성용 측에서 밝힌 공식 입장에 많은 축구 팬들과 K리그 관계자들은 충격적이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성용 측은 지난 며칠 동안 서울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서울 입단은 무산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더불어 서울 측의 입장이 완고하여 K리그 다른 팀으로도 이적할 수 없어 K리그 복귀 자체가 아예 어렵다고 입장을 덧붙였다. 그토록 기다리던 대형 스타의 K리그 복귀가 완전히 결렬되면서 기성용을 기다리던 팬들은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기성용은 K리그 복귀 자체를 할 수 없게 됐다.


기성용은 그동안 K리그 복귀를 진중하게 생각해왔다. 먼 타지에서도 K리그의 정보를 접하면서 관심을 계속 보여왔고, 언젠간 꼭 K리그에 복귀하면서 마지막을 불태우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물론 기성용이 K리그 복귀를 결심하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이적료, 연봉, 개인 조건 등 여러 제약도 문제였으나 그보다는 이전에 유럽 진출을 먼저 한 선배들 역시 커리어 마지막 무대로 K리그를 고려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향하거나 은퇴를 결심한 것처럼 기성용에게도 어려운 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팬들 앞에서 과거 휘황찬란했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는 두려움, 금전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아쉬움, 이제는 최고의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상실감 등 여러 요소가 겹치면서 K리그 복귀가 단순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성용은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냈다. 반드시 K리그 복귀를 하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현하면서 다시 국내리그를 누비는 꿈을 꿔왔다. 본인의 복귀를 바라면서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위해 그 꿈을 반드시 현실로 실현하고자 했다. 아울러 K리그의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연봉 삭감까지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은 그의 꿈을 짓밟아버렸고, 동시에 내몰 찼다. 한 선수가 간절하게 기대하고, 계획해왔던 것을 본인들 계약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 하나로 말이다.


물론 서울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는 있다. 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섣불리 나설 수 없었으며, 기성용의 복귀를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그를 새 시즌 선수단 구성에 포함하지 않았기에 변수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를 뒤로하고 일차적으로 봤을 때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팀의 레전드 같은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반갑게 맞아주었냐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서울과 기성용 간의 오고 간 대화의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없겠지만, 이미 1월에 처음 가진 협상 테이블에서 기성용의 마음을 닫히게 한 걸 생각하면 말이다.


또한 기성용이 전북을 만났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 그때 서야 뒤늦게 수습하려 나섰고, 언론을 통해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 점, 본인들이 데려갈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K리그 다른 구단들도 영입할 수 없도록 하면서 K리그 복귀를 아예 무산시키고 선수의 앞길을 막은 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놓고 봤을 때 서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고,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는지, 처음 복귀 의사를 표명하고 접근했을 때 가치를 인정해주고 대우하며 품었으면 안 됐는지를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잘못은 더 크게 느껴진다.


과거 FC서울 시절 기성용


기성용은 수많은 고민 끝에 K리그 복귀를 결심했지만, 서울의 잘못된 판단과 생각으로 이는 물거품이 돼버렸고, 그가 앞으로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볼 수 없을 확률도 커졌다. 그렇기에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소중한 기회를 사라지게 만든 서울, 한 선수의 용기와 꿈을 짓밟은 서울, 팬들의 마음을 뺏어가고 좌절시킨 서울, 그들은 이번 사가(saga)에 대해 느끼는 게 있다면 더는 뒤로 숨지 말고, 팬들에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 싶다. 그들이 정말 프로구단이라면, K리그 아니 한국축구를 위한다면 말이다.


만에 하나 서울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계속 뒤로 물러서기만 한다면 이청용이 됐든, 다른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됐든 K리그 복귀에 대한 마음을 먹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울, 그들이 결정한 한 번의 선택이 향후 국내 축구사에 있어 최악의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끝으로 슈퍼스타의 복귀, 팀 레전드의 복귀가 당장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우승을 만들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복귀로 하여금 팬들이 기뻐하고 리그가 더 흥행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선수 자체를 두고 가치와 셈법으로만 재단하지 않고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뉴캐슬 공식 홈페이지, FC 서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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