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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16강전 탈락으로 비판의 대상에 오른 무리뉴 감독


지난달 23일 토트넘이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첼시에 패배하자 무리뉴 감독이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는 칼럼(리뉴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승리에 대한 의지)을 작성한 바 있다. 당시 토트넘의 상황이 녹록지 않긴 했으나 무리뉴 감독의 대처가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살펴보니 무리뉴 감독의 당시 대처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입장을 먼저 전한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에서 울버햄튼에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FA컵 16강에선 승부차기 혈전 끝에 노리치 시티에 패하면서 탈락했다. 챔스까지 포함하면 공식 경기 4연패에 빠진 토트넘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토트넘의 부진을 두고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화두는 무리뉴 감독이다.


전술적으로 놓고 봤을 때 너무 퇴보했고, 도무지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는 게 무리뉴 감독을 향한 대다수의 의견이다. 또 과감한 어린 선수 기용, 파격적인 전술 및 라인업 등 보다는 오로지 확고한 철학 속에 한 방향만 고집하는 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올바른지를 두고 무리뉴 감독을 비판하고 있다.



여러모로 참담하기 짝이 없는 토트넘의 상황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현재 토트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선 무리뉴 감독을 비판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무리 성적이 저조하고, 무리뉴 감독이 현시대에서 뒤처진 감독이라고 평을 받긴 해도 지금 토트넘의 상황을 보면 그를 좀 더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하며, 믿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토트넘은 그 어떤 감독이 와도 팀을 부진에서 탈출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시즌 초반부터 번갈아 부상을 당하던 팀 스쿼드는, 최근엔 아예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케인, 손흥민, 시소코가 장기 부상으로 빠졌고,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요리스마저 또다시 부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안 그래도 얇은 선수층은 겨울 이적시장을 거치는 동안에도 충분한 보강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알리, 모우라, 다이어, 오리에 등 남아 있는 자원들은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토트넘의 하락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부상 악재와 저조한 경기력이 모두 겹치면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토트넘이다.


이런 가운데 근래 10년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토트넘은 올 시즌으로 10년째 유럽대항전에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고, 우승 가능성도 내비치면서 더는 중위권에 머무르는 클럽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만 놓고 본다면 8위 그 아래의 순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출전마저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


무리뉴 감독은 팀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팀의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물론 그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레비 회장은 5년을 함께해온 포체티노 감독을 과감하게 내치고, 무리뉴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무리뉴 감독 역시 그걸 알고 있었고, 본인의 능력치를 발휘하여 팀의 경기력과 성적까지 동시에 잡아냈어야 했다. 실제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토트넘은 5경기 무승 탈출을 비롯하여 7경기에서 5승을 거두는 등 단숨에 6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성과를 봤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에게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탈, 얇은 스쿼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역시 더는 손을 쓰기엔 제약이 많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무리뉴 감독이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고, 그에 따라 당연히 감독으로서 최대한 선수들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면서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맞으나,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을지는 사실 냉정하게 말해 없다고 봐야 한다.


시즌 중도에 부임하면서 시간적으로도 많이 부족했고, 별다른 선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열약한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무리뉴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그를 비판하기보단 이해가 먼저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최근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이 고집을 내려놓지 않자 팬들과 미디어는 패럿을 기용하라는 의견들이 많았고, 그에 따라 무리뉴 감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FA컵 16강전에서 패럿이 20분 동안 뛰면서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걸 보면 무리뉴 감독이 왜 패럿을 기용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감독의 의도 이해가 우선이었으면 한다. 비판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거다.


무리뉴 감독을 좀 더 믿고,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무리뉴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시즌이 끝나고, 7월 1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기자 회견에서 말 센스가 뛰어나 농담조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은연중에 속마음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현재 팀 상황이 어렵기에, 차라리 다음 시즌을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바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한 지 이제 100일 조금 넘었다. 그동안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기도 했고, 좋지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하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끌어내고 있으며,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걸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모든 걸 무리뉴 감독 탓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비판보다는 믿음을 주고, 응원과 힘을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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