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케파 아리사발라가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그리고 이제는 골키퍼까지 1000억 원 시대에 도래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가 다시 한번 새롭게 쓰였다. 한국시간으로 9일 첼시는 7200만 파운드(한화 약 1049억 원)를 들여 아틀레틱 빌바보의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7년이다. 이로써 지난달 20일 리버풀이 알리송을 영입하는데 사용한 6700만 파운드(한화 약 980억 원)를 넘어서게 됐다.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서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가 다시 쓰이게 되면서 많은 축구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케파는 어리고 매우 좋은 선수이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만큼 첼시에서 맹활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하며 새로 영입된 케파를 극찬했다. 케파는 계약을 맺은 후에 "커리어와 개인적인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었다. 첼시가 그동안 우승한 타이틀, 훌륭한 선수들, 런던이라는 도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무대 등 다양한 부분이 내 마음을 끌리게 했다. 첼시가 날 믿고 받아주기로 결정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적 소감을 밝혔다. 첼시는 이제 쿠르트아가 아니라 새로운 No. 1 케파가 골문을 지키게 되었다.
100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골키퍼 영입에 사용한 첼시
사실 케파의 영입은 첼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적시장은 끝나가는 상황이고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3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쿠르트아가 이적을 원하고 있었고 팀 훈련에도 복귀를 안 했기 때문이다. 언론들과 다수의 팬은 지나친 오버페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첼시는 급하게 큰돈을 투자해 케파를 영입해야만 했다.
첼시는 이번 여름에 쿠르트아의 이적설이 계속 돌면서 골키퍼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가져갔었다. 기존에 카바예로와 이번에 영입한 그린이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각각 38세와 39세로 이미 전성기가 지났고 주전보다는 팀의 2번째, 3번째 순위의 골키퍼 자원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첼시로서는 젊은 골키퍼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알리송부터 에버튼의 픽포드, 스토크 시티의 버틀란드, AC 밀란의 돈나룸마 등 여러 명의 후보가 계속 이름이 거론됐는데, 특히 홈그라운드 제도를 생각해 픽포드와 버틀란드의 영입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결국 케파 영입으로 선회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첼시는 콘테 감독을 경질하고 사리 감독을 데려오면서 큰 변화를 택했으나 정작 선수 영입에서는 조르지뉴 말고 별다른 영입이 없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영입이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충분히 매력 있고 경쟁력 있는 팀이기에 팬들은 기대했을 것이다. 그나마 첼시로써 다행인건 이적시장 마감을 얼마 안 남기고 케파를 영입하고 코바시치를 임대로 데려오면서 팬들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시즌부터 케파는 첼시의 골문을 지키게 되었다.
첼시의 새로운 수문장이 된 케파는 1994년생으로 올해 만 23세, 스페인 바스크 출신이다. 바스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스페인과 프랑스 두 나라를 동시에 끼고 있는 도시이다. 바스크는 자부심이 강한 지역으로 카탈루냐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다. 바스크의 중심 도시로는 빌바오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연고지를 한 축구팀이 바로 아틀레틱 빌바오이다. 참고로 아틀레틱 빌바오는 바스크 지방 출신이 아니면 절대 선수 영입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기에 바스크 출신의 케파는 당연히 빌바오에서 유스 생활을 시작하였다. 2013년부터 빌바오 B팀에서 뛰다가 2015년에 1군으로 승격했고, 이후 레알 바야돌리드로 한 시즌 임대를 떠났다. 바야돌리드에서는 40경기 동안 44실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임대 복귀 후에도 케파는 이라이소스와 에레린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베르데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16년 9월 11일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 첫 1군 데뷔전을 가졌고 이후 점점 입지를 다져나가더니 2017-18시즌에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하지만 골키퍼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빌바오의 경기운영 방식 때문에 케파는 생각만큼 1군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는 않았다. 2016-17시즌 23경기(22실점), 2017-18시즌 31경기(44실점) 총 53경기를 뛰었다. 경기당 평균 실점률을 0.96골, 1.42골, 세이브율을 62.7%, 69.1%, 클린시트는 두 시즌 합쳐서 15번을 기록했다. 케파는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음에도 나올 때마다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종종 슈퍼 세이브도 선보였다. 이에 레알 마드리드가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었으며 스페인 대표팀으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케파의 신장은 189cm로 골키퍼치고 장신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빠른 반응 속도와 민첩한 몸놀림으로 이를 커버하는 선수이며 빌드업 과정에서도 패스 능력이 준수한 편이다. 다만 아직 어리고 1군 무대에서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뽑힌다. 게다가 핸들링이나 킥에서 종종 실수를 범할 때도 잦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나간다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골키퍼인 것만은 확실하다. 더불어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골키퍼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전까지 골키퍼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알리송
앞서 말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역대 골키퍼 최고 이적료는 알리송이 AS 로마에서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기록한 6700만 파운드였다. 하지만 이 기록이 불과 20일 만에 깨지게 되었다. 케파가 새로 쓴 골키퍼 최고 이적료는 당분간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새로 기록이 세워진다면 AC 밀란의 돈나룸마가 유력하다고 생각된다. 돈나룸마는 매번 이적설이 뜰 때마다 몸값이 6000만 파운드 이상 그리고 1억 3000만 파운드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선수이다. 추후에 이적이 성사될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돈나룸마의 이적료도 조금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최고 이적료가 또다시 갱신될 가능성이 기대되지만, 반대로 걱정도 앞선다. 최근 들어 이적시장의 규모가 무서울 정도로 커졌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상 이상이다. 공격수,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수까지 이적료 1000억 시대에 도달하면서 이제는 정말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니면 선수 영입을 못 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확장됐다. 근데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골키퍼까지 1000억 시대에 도달했다. 앞으로의 이적시장은 얼마나 더 팬들을 놀라게 할지 가늠이 안 갈 정도이다.
물론 구단이 선수가 필요하면 거액의 돈을 주고 영입할 권리는 존중하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이적시장의 규모를 키워서는 안 된다. 이 이상 규모가 커진다면 앞으로 선수들의 몸값은 더 증가할 것이고 모든 포지션에서 2000억, 3000억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빅 클럽이 아니면 선수 영입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지고 팬들도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선수들에게도 부담감은 상당할 거다. 몸값에 비해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비판을 받는 건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도 좌절을 겪으면서 부진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이적시장의 규모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다.
케파는 골키퍼 포지션에서 1000억이라는 이적료를 기록한 만큼 아마도 상당한 부담감이 작용할 거다. 물론 부담감을 잘 떨쳐내고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직접 뛰어보고 경험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직 어리고 적응력이 부족한 케파로서는 구단에 잘 적응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본인의 실력을 확실하게 내뽑아야 한다. 이번 시즌 본인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는 걸 명심하고 첼시의 골문을 잘 지켜냈으면 한다. 이번 시즌 케파의 좋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첼시 공식 홈페이지,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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