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한 인천
강등권에 머물러 있는 인천이 변화를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9일 인천이 욘 안데르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최근까지 북한 대표팀을 맡았던 안데르센 감독의 선임은 생각지도 못한 등장이었다. 더군다나 인천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도 다소 의외의 판단이었다.
인천은 확실한 승리 그리고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자 과감한 승부수를 띄었다. 과연 남은 시즌 동안 안데르센 감독은 나락에 빠져있는 인천을 이끌고 강등권 탈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북을 꺾으면서 좋은 출발을 했던 이기형 감독은 끝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었다.
이번 시즌 인천의 성적은 초라하다. 현재 1승 5무 8패로 11위에 올라있는 인천은 강등권에 머물러있다. 12위 대구와 승점 차도 불과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꼴찌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인천은 이번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 강원을 상대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력이 괜찮았다. 그리고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3-2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내면서 이번 시즌을 팬들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인천의 기적 같은 드라마는 여기까지였다. 인천은 3라운드 대구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vs 서울), 5라운드(vs 전남)를 연달아 무승부를 거두더니, 6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모두 패하면서 1승 3무 6패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로도 12라운드까지 승리가 없자 결국 이기형 감독을 경질했고, 박성철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앉혔다. 하지만 이미 팀의 분위기는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경기력이 형편없는 상태에서 박성철 감독 대행도 별다른 수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인천은 위기를 벗어나고자,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급하게 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했다.
가장 최근까지 북한 대표팀을 맡았던 안데르센 감독
안데르센 감독을 딱 놓고 봤을 때, 사실 잘 모르는 축구 팬들이 더 많다. 가장 최근까지 북한 대표팀을 맡으면서 국내에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없는 감독이었기에 당연했다.
안데르센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그리스, 독일, 오스트리아 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지만 1부 리그가 아닌 2부 혹은 3부 리그에 속한 팀들의 감독을 주로 맡아왔다. 사실상 1부 리그 경험이 전무한 감독이다. 뿐만 아니라 주로 시즌 도중에 소방수로 취임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지휘한 경기 수(안데르센 감독의 통산 프로 리그 기록은 46승 28무 40패)도 많지 않을뿐더러 맡은 팀마다 매번 경질을 당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선보인 적이 없었다. 2016년 북한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아시안컵 예선과 동아시안컵을 치르며 5승 3무 3패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그나마 2008-09시즌 분데스리가 2부에서 마인츠를 이끌고 리그 2위로 마치면서 승격에 성공했고, 포칼 컵에서는 쾰른, 프라이부르크, 샬케를 격파하며 준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루어낸 게 안데르센 감독에게 가장 큰 업적이라면 업적이었다.
안데르센 감독의 스타일은 공격에 힘을 주는 축구이다. 주로 4-4-2 대형을 사용하면서 투톱체제로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공격을 가했고, 상대 팀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만 놓으면서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해왔다. 가장 최근 북한 감독 시절에도 4-4-2 혹은 4-2-2-2 포메이션을 사용해왔다. 확실히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투톱에게 많은 역할을 주문하면서 득점을 요구하는 스타일의 감독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전까지 4-3-3 대형의 인천, 새로 변화할 4-4-2 대형의 인천
안데르센 감독이 새로 부임한 인천은 휴식기를 거쳐 7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후반기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데르센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의 영향이라고 보면 되겠다.
가장 먼저 포메이션에서부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 4-3-3 혹은 4-5-1 대형으로 주로 경기에 나섰던 인천은 안데르센 감독 체제에서는 4-4-2 대형으로 바뀌면서 무고사와 아길라르 투톱체제로 공격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무고사와 발이 빠르고 침투가 좋은 아길라르가 함께 서서 호흡을 맞춘다면 이전에 보여준 공격보다 훨씬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안데르센 감독이 공격 말고 수비에 더 치중할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 인천은 실점이 가장 많은 팀(26실점)일 정도로 수비에서 불안감을 자주 심어주고 있다. 무고사, 아길라르, 문선민 등 공격에서는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에서는 실수가 잦고,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가 따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데르센 감독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현재로서는 수비를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생존하기 위해서는 실점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데르센 감독 체제에서 변화를 꿈꾸는 인천
그뿐만 아니라 올 시즌 인천 선수들 대부분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저조한데, 이 또한 안데르센 감독체제에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안데르센 감독은 4-4-2 대형에서 다 같이 많이 뛰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선호하는 감독이다. 체력이 기본 바탕이 되는 전술이기에 후반기에 인천 선수들의 몸 상태와 체력적인 부분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1부 리그 경험이 없고,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적이 없는 감독을 선임한 것이 인천의 신의 한 수가 될지 패착이 될지는 후반기가 다 끝나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건 인천이 새롭게 바뀌면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월드컵 휴식 기간 동안 변화를 가져다줄 시간이 있는 만큼 안데르센 감독 체제의 인천이 기대가 된다.
과연 인천은 올 시즌도 생존왕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안데르센 감독은 인천을 이끌고 잔류를 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겠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UTD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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