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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토트넘은 스리백 전술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올 시즌 토트넘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전술적인 부분이 사뭇 다르다. 물론 지난 시즌도 스리백을 사용했지만, 사실 포백을 더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초반부터 스리백을 꺼내 들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토트넘은 현재 스리백을 사용한 경기에서 6승 2무 2패를 기록 중이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와 상당히 힘든 일정 속에서 치른 웨스트햄을 상대로 패배한 점을 고려한다면 토트넘으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적이다.

사실 이런 토트넘은 시즌 전, 영국 현지에서 평가한 전망에서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대다수가 토트넘이 4위권을 벗어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물론 전 시즌 2위를 기록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다빈손 산체스, 요렌테, 오리에 등 선수 보강을 하긴 했지만, 워커와 비머를 떠나보냈고 뎀벨레, 완야마, 라멜라,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이 개막하기 전부터 부상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승권 경쟁권 팀들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선수단을 보강하면서 토트넘이 4위권 안에 들어가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얇은 선수층, 잦은 부상, 험난한 일정 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다가,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면서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동안 토트넘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올 시즌 토트넘의 스리백 전술은 수비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 수비 블록을 두텁게 쌓아 수비를 우선시하고, 전방으로 공을 연결해 공격을 가져가는 형태이다. 특히 수비 시에 양쪽 윙백들이 밑으로 많이 내려와 5-3-2 형태를 유지하면서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역습 한 방을 통해 상대 골문을 흔드는 방식을 많이 볼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3차전 경기에서도 그랬고, 리그 9라운드 리버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은 두 경기에서 점유율은 완전히 포기한 채, 상당히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전 34%의 점유율을 가져갔고, 리버풀전은 36%의 점유율 기록하면서 상대 팀에게 많은 공격찬스를 내주었다.


지난 9라운드 리버풀전 당시 토트넘의 수비대형


상대에게 공격찬스를 많이 내줬음에도 토트넘이 실점에 적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다. 토트넘은 최전방 공격수까지 밑으로 내려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가져갔다. 투톱으로 나온 공격수 두 명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상대 중앙 미드필더를 압박하면서 패스 줄기를 끊었다. 실제로 리버풀전에서 헨더슨은 손흥민과 케인에게 압박을 당하면서 공을 제대로 운반하지 못했다. 여기에 에릭센, 윙크스, 알리가 수비 시에 서로 간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세 명의 미드필더가 간격을 좁혀 체계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상대 공간을 쉽게 제어할 수 있었다. 윙크스는 그동안 수비력에서 많은 부담감을 떠안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수비력은 흠잡을 데 없었고 빌드업 과정에서도 연결을 잘해나갔다. 뿐만 아니라 토트넘의 양측 윙백들도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상대 미드필더진을 압박해냈다.

두 번째는 수비진의 안정화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들은 90분 내내 수비대형을 잘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수비진의 블로킹이 뛰어났다. 토트넘은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16개의 블로킹(슈팅 4회, 크로스 12회), 리버풀전에서는 17개의 블로킹(슈팅 4회, 크로스 13회)을 기록했다. 대다수의 블로킹이 페널티 박스안에서 기록됐고 수비수들이 기록했다. 블로킹 수가 많다는 건 상대 공격이 위협적이었고 결정적인 찬스가 많았다는 뜻도 있지만, 블로킹 수에 비해 슈팅 허용 수가 낮다면 그만큼 수비가 안정적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토트넘 수비진들은 슈팅, 크로스를 허용하는 순간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지난 9라운드 리버풀전 당시 토트넘의 공격대형


스리백을 활용하면서 수비의 안정화를 유지함과 동시에 공격력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윙백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토트넘은 공격 시에 양 윙백들이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서 공격을 돕고 있다. 아무래도 뒤에 중앙 수비수 세 명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수비 부담이 적은만큼 윙백들은 공격에서 활발하게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특히 공격을 주도하는 에릭센과 알리가 공을 잡고 있으면 상대의 움직임이 중앙으로 많이 쏠리면서 측면에 위치한 윙백들이 생각보다 여유롭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터치를 기록한 건 왼쪽 윙백 베르통헌이었고, 리버풀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터치를 기록한 건 오른쪽 윙백 트리피어였다. 윙백들이 측면에서 계속 공을 잡으면서 전반적인 공격을 풀어나가 주었고,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격에서 시발점이 되어주었다.

최전방에 위치한 투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동안 원톱만 사용해오던 토트넘이 투톱을 꺼내면서 공격력이 배로 증가함과 동시에 상대 수비의 부담감 또한 배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공격수가 한 명이면 수비수 한 명이 압박하고 다른 한 명은 커버를 할 수 있지만, 공격수가 두 명일 때는 이런 식으로 대처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힘이 좋고 결정력이 뛰어난 해리 케인만 막다가 속도, 침투력이 좋은 손흥민 혹은 제공권이 좋은 요렌테가 합세하니 상대 수비수들은 90분 내내 당황했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토트넘의 투톱은 페널티 박스 안에 위치하면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기만 한 게 아니라, 서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분산시켰고 패스나 슛 각도를 열어주면서 동료와 연계플레이를 계속 가져갔다.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간 토트넘의 투톱은 공격 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스리백 전술로 해답을 찾은 토트넘이 안정적인 수비, 폭발적인 공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남은 시즌 토트넘의 전술적인 변화를 계속 지켜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을 것 같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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