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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다시 주목받는 스리백 전술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과거 잘 나갔고, 인기를 끌었던 트렌드가 오랜 시간을 걸쳐 재등장한다는 뜻이다. 보통 과거의 향수를 불러오고자 혹은 현재의 어려움을 위로받고자 사람들은 유행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과거에 유행했던 걸 다시 불러온다는 건 다소 촌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유행했던 거라도 제각기 다르고, 더욱더 세련된 스타일로 변화를 가져가면서 또 다른 유행을 불러온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도 전술의 유행이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전술이다. 그동안 잉글랜드 축구는 정통적인 4-4-2 전술을 많이 사용해왔고, 그 밖에 4-2-3-1, 4-3-3은 사용했지만, 스리백을 도전하는 감독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섣부르게 색다른 변화를 주면서 도전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니 당연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콘테 감독이 가져온 스리백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유행하는 인기 전술이 되었다. 스리백은 올 시즌 많은 팀들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첼시는 물론이고 맨시티, 맨유, 아스날, 토트넘, 에버튼 심지어 리버풀도 스리백을 보여줄 정도다.


물론 스리백이라고 해서 예전 스리백을 그대로 가져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유행은 제각기 다른 스타일로 변형되면서 색다르게 나타난다. 프리미어리그에 부는 스리백 열풍 또한 마찬가지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달라졌고, 올드하지않다. 또한, 팀마다 활용하는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스리백은 왜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고, 대표적으로 어떤 유형이 있는지 살펴보자.



지난 시즌 스리백으로 첼시를 우승시킨 콘테 감독


본래 스리백은 투톱 전술이 많은 시절에 종종 볼 수 있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두 명의 공격수에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안정적인 수비 진영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 많은 팀들은 스리톱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스리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세 명의 공격수와 세 명의 수비수가 맞붙는 구도는 사실 수비하는 입장에서 불리하고, 더군다나 중앙 수비수가 측면으로 빠지면 상황은 더욱더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수비수 한 명을 빼고, 미드필더 자원을 투입해서 수비를 강화하는 방향보다는 중원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방식이 차라리 나았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내 팀들은 스리백의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포백을 사용해 왔고, 수비대형은 그대로 하되 공격대형에서만 주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부터 스리백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외면했던 스리백이 날개를 달고 다시 날아오르면서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여름 첼시에 새로 합류한 콘테 감독이 스리백으로 13연승을 달리더니 리그 우승까지 달성해내면서 전 시즌 10위였던 첼시를 완전히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첼시의 스리백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고, 리그 내 많은 팀들은 당황하면서 생각보다 대처가 늦었다. 이후 시즌 중반 혹은 끝날 무렵부터 몇몇 클럽들은 스리백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직접 스리백을 활용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나섰다. 대표적으로 토트넘, 아스날, 에버튼이 그랬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서 더 많은 팀들이 스리백을 들고나오기 시작했고, 스리백 열풍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첼시의 스리백 (17R 허더즈필드전)


앞서 말했듯 스리백은 팀마다 제각각 다른 스타일로 전술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첼시의 경우, 콘테 감독은 불안한 수비를 해결하고자 스리백을 사용한 만큼 수비에 무게를 많이 주는 스타일이다. 첼시는 양쪽 윙백들이 수비 시 밑으로 많이 내려와 5백을 형성하고 중원에 위치한 캉테까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를 우선시한다. 수비 이후에는 전방에 위치한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로 구성된 스리톱이 빠른 역습 전개를 통해 상대 골문을 노리는 공격 형태를 취한다. 첼시의 3-4-3 포메이션은 공격과 수비 숫자가 같은데, 이때 중원에서 공, 수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춰주느냐가 제일 중요한 키 포인트이다.


토트넘의 스리백 (13R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전)


토트넘의 스리백은 대게 3-5-2 형태를 많이 들고나온다. 첼시와는 다르게 측면 공격수가 없는 토트넘은 윙백이 많이 전진하여 측면을 담당한다. 최전방에 투톱은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만 움직이면서 득점을 노리는 형태이다. 또한, 포체티노 감독은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두면서 중원을 두텁게 가져간다. 알리와 에릭센은 일명 '하프 스페이스(중앙과 측면 사이 공간)' 지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데, 토트넘에게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라 보면 되겠다.


아스날의 스리백 (16R 사우샘프턴전)


벵거 감독은 첼시, 토트넘과 또 다른 스리백을 선보이고 있다. 아스날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오지만 사실상 3-4-2-1에 더 가깝다. 라카제트 밑에 위치한 외질과 산체스는 측면으로 넓게 벌리기보다는 중앙으로 많이 들어와서 공격을 이어나간다. 사실 어떻게 보면 라카제트와 산체스가 투톱으로 올라서고, 밑에 외질이 받쳐주는 형태로도 볼 수 있다. 아스날도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선수들이 밀집해서 경기를 풀어 나고, 측면은 윙백들의 오버래핑을 통해 커버하고 있는 셈이다. 아스날은 외질과 산체스가 팀 내 에이스인 만큼 전술적인 부분에서 키 포인트다.


이렇게 최근 유행하는 스리백은 팀마다 감독의 성향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스리백이라고 해서 예전 이탈리아 '카테나치오'처럼 수비를 최우선으로 두는 올드한 스리백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현대 축구는 전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겨났고, 발전을 이뤄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스리백 전술도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고, 새로운 전술의 등장으로 다시 사라질 수도 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술은 계속 유행처럼 돌고, 새롭게 다시 탄생한다는 거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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